어머니의 요리

만둣국

by 마리아

모처럼 부산에 갔다. 전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몇 달만에 어머님을 찾아뵙는다. 어머니의 특유의 억센 평안도 평안도 사투리가 귓전에 울린다. 연세가 드셨지만 목소리는 이직 힘 있게 들린다.

팔십 중반을 넘어 구십을 향해 가시지만 아직 목소리에 힘이 있으셔서 안심이 된다.


집으로 들어서니 어머니는 식탁에 앉아 만두를 빚으신다. 부엌으로 가 어머니가 앉아 계시는 맞은편에 앉는다.


전화를 하지 않고 가야 한다. 그래야 어머니도 편하고 여동생도 편하다.

전화를 걸고 간다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시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신다. 이제는 몸도 더 작아지시고 머리는 하얗게 변하셨지만 그래도 아들이 온다고 작고 주름 진 흰 손으로 만두를 빚으신다.

내가 어머니를 찾아뵙는 날은 여동생이 괜히 바빠지는 날이기도 하다.

전날 저녁 정육점으로 여동생이 장을 보러 가서 육수를 낼 소고기 양지고기와 만두 속에 넣을 돼지고기를 사 가지고 온다. 숙주나물과 두부도 함께 사 가지고 온다. 못난 오빠 때문에 동생이 바쁘다.

어머니의 깔끔한 성격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부엌 싱크대는 물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닦여있고 그릇들은 식기 건조기 안에 가지 런이 정돈되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식탁에는 버무려 놓은 만두 속을 넣은 스테인리스 그릇과 널찍한 나무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 다 빚은 만두가 줄을 맞추어 정열 되어 있다.

연세 때문인지 만두피는 시중에서 파는 피를 사용하신다.

세월을 이기지는 못하신다.

벌써 가스레인지에 올린 양지에서 육수가 우러나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의 불을 낮추고 오래 더 끓인다. 양지도 부드러워지고 결대로 찢기도 쉽다.

가방을 방에 놓고 나도 어머니를 따라 만두를 빚는다. 이제 여동생은 자기 자리를 나에게 양보하고 방으로 들어 가 자기 할 일을 한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만두를 빚는다. 역시나 어머니의 만두와 내가 빚은 만두는 모양에서 차이가 난다. 어머니의 만두는 작고 예쁘다. 내가 빚은 만두는 어머니의 만두보다 조금 크고 투박해 보인다.

어린 시절 부엌 딸린 방에 앉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두를 빚던 그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간은 거꾸로 흘러 사십 년도 더 된 어릴 적 살던 집에 와 있다. 커다란 철 대문에 작은 출입 문이 있다. 그리고 문 안으로 들어서면 왼편에는 장독대가 있고 정면으로는 부엌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다. 오른 평에 방으로 들어가는 작은 마루가 있다. 마루를 따라 몇 발짝 걸어가면 안방으로 들러 가는 미닫이 문이다. 그리고 다시 마루를 따라 몇 발짝 더 가면 오늘 쪽에 커다란 방이 있다. 방 안에 또 미닫이 문이 하나 더 있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쪽문과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부엌으로 통하는 작은 쪽문 맞은편으로 다시 커다란 미닫이 문이 있다. 그 방도 바찬 가지로 다시 미닫이 문이 하나 있고 도로 가에 붙은 방이 나온다. 한 겨울 저녁 준비하기 전 우리는 부엌 쪽문이 있는 방에서 숙제도 하고 놀기도 했다. 애들은 어머니 가까이에서 놀기 마련이다. 집 안 일이 잔잔하게 할 게 많다. 그 가사 일에 대해서 나이가 한 참을 먹고서야 알게 된다.


만둣국을 하시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나는 만세를 불렀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만둣국이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보러 가신다. 사장 가는 걸음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어머니를 따라다녔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사람 구경이고 사람이 제일 많이 다니는 곳은 시장이었다.

사람들에게 물건 사라고 떠드는 소리, 노상에서 채소 파는 아줌마의 커다란 소리, 방앗간에서 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좋다. 간혹 지나가는 걸음에 얻어걸리는 주전부리는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다.

정육점엘 간다. 정육점!

정육점은 한눈에 알아본다. 붉은 형광등 불빛이 가게 입구부터 켜져 있어 나 같은 어린아이는 무섭다. 살코기가 쇠갈쿠리에 꾀여 천장 행거에 걸려 있고 고무장화와 피가 묻은 면장 감을 끼고 고기를 내어 주시는 아저씨 아줌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

조금 더 크고 나서야 정육점 불빛이 왜 붉은색인지 알았다. 파리나 벌레가 싫어하는 빛이 붉을 색이라고 했다.

다른 곳은 즐겁게 가지만 정육점만은 어머니 손에 끌려 들어간다.

나이가 좀 드신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어머니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아저씨 아줌마와 또 다른 아저씨 한 사람 이렇게 다섯 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보다 젊다는 것은 그 젊을 아줌마가 엄마에게 언니 언니하고 불렀다) 정육점 쇼케이스 안에는 고기 덩어리가 들어 있고 정육점 한쪽에는 거대한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곳에 들어가면 조금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

나이 든 아주머니는 고기의 기름 냄새 같은 느끼한 냄새가 났지만 젊은 아줌마는 화장을 곱게 하고 있었다. 고기 사러 오는 사람은 그 아줌마가 상대를 했다. 어린 눈에도 아줌마는 참 예뻤다. 장갑을 벗고 내 손을 쥔다든가 내 볼을 만지면 괜히 부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하지!

붉은 형광등 빛에 아줌마의 흰 얼굴이 더 이뻤다.

나에게는 그때 처음으로 나온 요구르트 한 병을 준다. 지금도 마찬가지 맛이지만 처음 나왔을 때 그 달콤하고 약간 신맛이 도는 작은 병의 음료는 어린 나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했다. 전기장판이 깔려 있는 평상 끝에 앉아서 나는 그 달콤한 음료를 아껴 아껴 마시고 어머니와 아주머니의 수다가 시작된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라도 오늘 만두를 한다는 말은 또렷하게 들렸다. 어머니의 비유를 맞추면서도 젊은 아저씨에게 고기를 준비하라고 한다. 아저씨는 냉장고에서 고기 덩어리를 가지고 나온다. 나무 자루에 꽂힌 검고 투박하고 보기에도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칼로 사정없이 고기를 자른다. 으!

시장 따라 나와서 모든 게 좋지만 정육점은 좀 그랬다. 돼지머리가 가끔 놓여 있는데 죽은 돼지가 웃고 있는 모습이 웃기 곧 하지만 슬프기도 했다. 목만 남아 있어도 웃는다.

믹서기 같이 생긴 투박한 기계에 고기를 넣으니 큰 고깃덩어리가 작은 구멍에서 솔솔 갈려 나온다. 한지 같은 얇은 종이에 고기를 곱게 싸고 겉은 신문지를 둘둘 말아 준다. 곱게 간 돼지고기는 만두 속에 넣는다.

돼지고기보다 조금 더 붉은 고기 덩어리도 어머니의 손에 건너간다. 육수를 만들 소고기다.

어머니는 고기를 장바구니에 넣고 정육점을 나온다. 가게 앞까지 마중을 나온 아줌마는 내 볼을 살짝 꼬집는다. 정육점에 들리면 볼이 남아나지 않는다.

노상에서 전을 펼치고 채소를 파는 아줌마에게 간다. 쳐다만 봐도 무섭게 생긴 아줌마다. 몸집은 비대하고 검붉은 얼굴에 손끝의 손톱에는 늘 흙이 묻어 있다. 어머니는 하고 많은 노상 채소 장수를 다 마다하고 꼭 이 아주머니에게서 채소를 산다. 오늘은 파와 배추를 사신다.

채소장사 아주머니는 모든 사람에게 다 반말이다. 나이가 들었거나 나이가 젊거나 다 반말이다.

"좋다!" "싱싱하다!" 하는 말을 입에 붙이고 있다. 투박한 손으로 파를 집어 어머니의 장바구니에 넣는다.

거스름 돈을 받는데 전대 안에 동전이 많은지 찰랑찰랑 소리가 무겁게 난다. 꺼내 든 돈뭉치가 꽤 두껍게 보인다. 오늘은 장사를 좀 하셨나 보다.

역시나 아주머니의 흙 묻은 손가락이 찐빵 같이 부푼 내 뽈을 살짝 꼬집는다.

모두 귀엽다는 표시가 꼬집는 일이다. 나의 볼을 시장을 돌고 나면 발갛게 변해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다가 튀김집 앞에서 어머니는 오징어 튀김 하나를 사 주신다. 바로 이 맛에 시장을 따라다닌다.

장바구니를 정리하시고 이제 어머니는 반죽부터 하신다. 사실 가장 힘든 일중에 하나가 밀가루 반죽이다.

만두피의 식감이 주는 느낌이 만두를 처음 먹을 때 주는 맛이다. 그래서 밀가루 반죽도 오래 해 주면 피 자체가 잘 떠지지도 않고 만두가 터져버리면 만두 국물의 맑고 깨끗한 시각효과가 사라진다.

나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치댄다. 집에서 일하는 식모 누나와 나 어머니가 서로 돌아가며 밀가루 반죽을 치댄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끙'하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린다. 만두고 뭐고 갑자기 다 싫어진다.


어느 정도 반죽이 되었는지 면포로 반죽을 덮으신다.

이제 만두 속을 만들 차례가 되었다. 정육점에서 다져온 돼지고기와 숙주나물 두부 파 넣고 버무린다. 밀가루 약간 넣으시고 치댄다. 고기와 나물 두부와 파가 어우러져 만두 속에 만들어진다. 두부는 완전히 으깨져서 두부라는 모습은 없다. 정말로 힘든 일이 남아 있다. 홍두깨로 반죽을 펴야 한다. 만두피를 만드는 방법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어머니는 칼국수 만들 때처럼 홍두깨로 반죽을 펴고 거기에 기상천외한 방법이 등장한다.

바로 주전자 뚜껑이다. 보통 크기의 양은 주전자 뚜껑이 만두피 크기로 딱 안성맞춤이었다. 얇게 아주 얇게 편 반죽을 펼쳐 놓고 뚜껑을 꾹꾹 눌러 하나씩 때 낸다. 밀가루를 바르고 또 한 장 올리고 밀가루 바르고 또 한 장 올리고 나도 옆에서 한 손 거든다. 밀가루를 솔솔 뿌려주는 일은 내가 할 몫이었다.

피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어머니는 부엌으로 가시어 커다란 냄비를 연탄아궁이에 올려놓으신다. 끓지 않는 물에 사 가지고 온 고깃덩어리를 풍덩 빠뜨린다. 이제 고기의 육수만 울어내면 된다.

솥은 끓을 것이고 이제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만두를 빚는다. 슬금슬금 동생들도 아랫목을 차지하고 앉고 아버지의 퇴근 시간이 될 때까지 흑백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만두를 빚는다.

어른 숟가락 하나 살짝 떠서 만두피에 올리고 예쁘게 싸면 된다. 어머니는 누나에게 만두피를 예쁘게 빚으면 예쁜 아이를 놓을 수 있다는 살짝 농담을 던진다. 믿지는 않았겠지만 만두를 빚을 때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그래도 돈을 벌겠다고 시골에서 부산에 와서 일을 하는 모습이 가끔은 측은해 보였는지 옷도 사서 입히시고 때로는 월급 외에 돈도 주시기도 하셨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을 굉장히 좋아했다. )

양은 쟁반에 만두가 가지런히 놓인다. 있다. 부엌에서는 고기 국물 냄새가 나고 입에는 군침이 돈다.

다 끓은 육수에 있는 고기를 건져 내어 결대로 찢는다. 조선간장이라고 불리던 국간장을 고춧가루에 섞고 파와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그 고명이 양념장 역할을 한다.

아~~!

아버지의 퇴근 시간은 더디게 오고 배는 천둥소리를 내고 있다.

"띠리링 띠리링"
전화벨이 울린다. 뭔가 불길 하다.

여동생이 들른 전화기로 뛰어간다. 어설픈 목소리로 '아빠' 하고 외친다. 열심히 만두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전화기 옆에 듣고 있던 어머니가 전화기를 받는다.

저녁 상을 차리신다. 아버지는 일찍 들어가지 못한다는 전화를 하셨다. 일에 바쁜 아버지와 저녁을 먹는 것이 소원이다 할 정도로 아버지는 늘 늦은 시간에 귀가하셨다.

작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저녁은 늘 술자리였다. 그래도 통금이 있던 시절 아버지는 어머니가 해 놓은 저녁을 꼭 드시고 주무셨다. 어머니는 귀찮아하면서도 비록 술에 취하셨지만 어머니의 음식을 맛이게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좋아했다.


상이 펴지고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가 흘러나오고 있다. 상 앞에 만둣국이 푸짐하다. 아직 메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어머니는 간장으로 만든 고명을 올리신다.

밑 접시에 두툼한 만두 하나를 건져 숟가락으로 반을 가른다. 갈라진 틈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숟가락으로 반을 가른 만두를 한 입에 넣어 버린다. 우물우물 입 안에서 만두 속이 터지면서 나는 맛의 향연이 시작된다. 부드러운 듯 고소하고 숙주의 아삭한 식감이 말할 수 없이 좋다.

국물은 소고기 국물 맛이 달게 다가온다. 시원하고 텁텁하지 않은 맑은 국물이 찬 겨울날 몸을 따뜻하게 녹여 준다. 밥상에 어머니와 두 동생 식모 누나 이렇게 다섯이 짧은 겨울 저녁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와 식모 누나는 한 입 먹고 우물 거리며 드라마를 보고 있고 동생들은 몇 개 없는 만두를 먹느라고 여념이 없다.

겨울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은 냄비가 팔팔 끓고 있다. 어머니는 엉거주춤 일어나 냄비에 만두를 넣는다. 10분쯤 지나 작은 그릇에 만두 두세 개를 국물과 함께 퍼서 내 앞으로 가져오신다.

맛을 보라신다. 나는 얼른 숟가락을 들고 만두를 하나 더서 입을 드 뜨거워진 열기를 식힌다. 그리고 한 입 커다랗게 만두를 넣는다. 우물우물 씹는다. 입 안에 가득한 만두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아쉽다. 다시 하나를 건져 먹는다.

어머니는 먹고 있는 나를 보고 웃으신다. 그러고는 작고 힘없는 주먹으로 내 머리를 한 번 쥐어박으신다.

"예전 같은 맛은 나지 않을 거야"

어머니의 말씀에

"아니 엄마 맛있어! 정말 맛있어!"

나이 오십을 훨쩍 넘진 아들놈이지만 어머니 눈에는 그때 그 10살짜리 아이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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