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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 Jul 27. 2023

사주 명리로 삶을 엿본다.

욕심을 버리세요

인간의 가장 큰 미덕 중에 하나가 검소함이다. 욕심 내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어린 시절 초등학교 가기 전부터 읽었던 동화책 속에 나오던 이야기이다. 학교를 들어가면 도덕 시간에 늘 이야기하는 말 중에 하나다. 

혹뿌리 영감이라는 전래동화에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 온다는 이야기 하며 흥부 놀부 이야기의 놀부 이야기에서 욕심은 이루었던 많은 것도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그릇을 안다는 게 쉽지 않다. 

사주는 자신의 모습을 알려주는 거울과 같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알면 실수가 적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뭔가 자꾸 일을 벌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강하다. 어떤 일에 넉넉한 수익이 생겨도 또 다른 일을 생각하고 만들고 실행한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한 가지 일이 잘 되어 나가면 그냥 그 일만 열심히 하고 말 것인데 부지런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욕심이 많아서 그러지는 일을 벌이고 뭐든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열에 여덟 아홉은 된다.

가만있지 못해 화근이 된 사람을 여럿 보았지만 그중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야 할 때 멈춰야 할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다.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유통에 관계되는 일을 하시는 분이 있었다.  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다. 

그분은 성격이 모방하고 시원시원한 분이었다. 나에게 가끔 점심도 사주고 술도 한 잔씩 사주는 좋은 이웃이었다. 사주를 볼 줄 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지간해서 나에게 뭘 물어보는 분이 아니었다. 항상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주 긍정에 가득 찬 분이었다. 

가끔 날 찾아올 때의 모습도 힘이 넘쳐흐른다. 호탕하게 웃고 사람들에게 밥도 잘 사주는 굿맨이었다. 


찾아올 때 연락하고 찾아오는 사람은 아니다. 불쑥 왔다가 그냥 가는 홍길동 같은 사람이다. 

오늘은 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뭐 시간 좀 있느냐고

당연히 시간 있는 줄 알터인데 전화까지 하는 게 좀 이상하다 싶었다.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을 하니 좀 이상하기는 했다.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걸음걸이부터 옷 입은 모습까지 그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었다. 

자신 있는 그의 모습은 약간 불량끼가 섞여 있었다. 말투도 사실 좀 불량스럽다. 영화에서 봄직한 그런 말투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욕설을 섞지 않고 나름은 차분하게 말하고 있었다.

거기에 뭔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다. 뭐지 오늘 이 느낌!

낮시간부터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고기!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점심에 고기라!

그것도 비싼 한우 소고기를....

뭐 돈도 돈이지만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좀처럼 고기를 먹지 않았다. 머 특별히 삼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소식을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기에 육식을 피했을 뿐이다.  

아무튼 고기 오랜만에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어쩐 일로 대낮에 그것도 나 혼자만 사준다는 게 뭔가 이상했지만 늘 평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는 성격임을 잘 아는 터라 좋다고 했다. 

근 일 년을 알고 지냈지만 나는 그의 생년월일시를 모른다. 내가 먼저 이야기하는 물어보는 일은 없다. 역학을 공부하는 티를 내고 싶지도 않고 어쩐지 경망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서 물어보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사람들에게 사주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벌써 읍에 있는, 자주 가던 식육식당에 예약을 해 놓았다. 별채의 작은 방에 한 상 차려져 있었다.  

낮부터 술도 겸한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한우 소고기의 기름이 느끼하다. 왜 그런지 냄새가 유달리 심하다. 얼른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제법 목구멍으로 술술 잘 넘어간다. 

고기도 몇 점 먹고 잔도 두세 번 돌고 나니 그는 작은 종이쪽지를 하나 나에게 건넨다. 

그러고는 시간이 되면 좀 자세히 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앞으로 자신의 운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이야기해야 하나 하고 물으니 오늘은 말할 필요 없다면 몸보신시켜 준다고 왔으니 실컷 먹으라고 한다. 살아온 세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공짜는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 큰 일을 앞두고 있는 듯했다. 

이제까지 몰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한다. 대부분 그의 성격에 걸맞게 자랑 일색이었다. 말이야 어떻든 낮 시간에 오랫 만에 이렇게 술과 고기를 먹어 본 일이 까마득하다. 

두어 시간 이야기하고 그 가 불러 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술이 취했으면서도 그가 준 쪽지 잘 가져가냐고 하는 소리는 빼놓지 않는다. 


삼일이 지나고 그의 차가 우리 마당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빨간 운동화에 검은색 스키니 바지와 파스텔 톤의 파란 잠바를 걸치고 현관을 향해 걸어온다. 밤의 황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자리에 앉아 그의 사주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앉아 있는 음력 6월의 작은 나무로 태어났다. 양의 나무를 갑목이라고 하고 음의 나무를 을목이라고 한다. 그는 작은 나무이고 덩굴 같은 나무이다. 생일에 태어난 오행이 을목의 기운이었다. 

엄청난 욕심꾸러기라는 게 자신이 태어난 날의 갑자에 나타나 있었다. 

욕심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일을 대한 강한 의지라고 볼 수 있고 자신의 힘을 뜻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나가고 물러 설 때를 알고 움직여야 실패할 확률이 적어진다. 


을목의 기운이 음력 6월에 태어나 재물의 힘이 강하지만 대운에서 힘을 잃고 있었다. 더운 여름의 끝에 태어났으니 수(물)의 오행이 필요하고 지금부터 대운에서 물의 힘은 점차 사라진다. 벌어 놓은 것 먹고 편히 여생을 지내기만 하면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하고 산 운명이다. 더 욕심 내는 순간 그에게는 고통의 시간만이 남는다. 

말년 운에 힘이 없는 게 흠이다. 인생 중반에 좋은 사주에게서 나타나는 한 가지 문제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별 다른 실패가 없어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말년의 운을 그르칠 수 있었다. 

그가 유통업을 해서 성공한 것도 어쩌면 흐르는 강물 같은 일을 해서 그렇게 돈을 잘 벌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자신감은  사주의 중간 시기 즉 50대 초반까지의 운이 때문이었다. 


내가 그에게 사주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던져 주는, 그리고 가끔 점심이나 술친구로서 주는 조언은 더 이상 나가지 말고 그냥 하는 일 힘닿는 날까지 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면 좋다고 말했다. 

그의 표정은 조금 난감해 보였다. 자기는 흐르는 물처럼 살아야 하면 좋다면 물장사는 어떻냐는 물음을 던졌다. 물장사!

찻집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성격이 얌전히 앉아 음악이나 듣고 차 끓여줄 팔자는 아니다. 어디 갈 때가 없을까 늘 궁리하던 사람이었다. 

술 집!

술 집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런!

술과 물을 착각하고 어디서 들은 소리로 사업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술과 물은 오행상 전혀 다르다. 불과 물을 똑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처음 나를 찾아왔을 때의 표정과는 정 반대의 표정을 하고 돌아갔다. 시골에 묻혀 사주 공부나 하는 사람이 이름난 사람보다 뭘 더 알겠냐고 하는 표정으로 그는 차를 몰고 집을 떠났다. 

기분이 나빠도 할 수 없었다. 그 뒤 한 동안 연락이 뜸했다. 아니 전혀 연락조차 없었다. 

한 참 뒤 그의 소식은 뜻 밖에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었다. 

장이 서는 날 가끔 그와 함께 점심을 먹던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나와 마주 섰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결국 그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날리고 부인과 함께 어디론가 멀리 바람도 닫지 않는 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정말 허무하게 망했다며 일간 한 번 소주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그와 시장 한가운데서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적어 놓은 사주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기장 끝 페이지에 작은 글씨로 적어 놓은 여덟 글자가 보였다. 

사주팔자를 속이지 못하는 걸까 너무 과한 욕심 때문이었을까 

그가 혹시 내 말을 듣고 하는 일 한 가지만 꾸준히 시골에서 조용히 살았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사주팔자 속이지 못한다고 하지만 행여 나의 말을 듣고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하루였다.

그의 호탕하게 웃는 모습과 건들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 하다. 늘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 화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사람은 하나를 성취하면 또 다른 뭔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인간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한계를 뚜어 넘으려다가 넘어지는 사람이 허다하다. 

욕심을 내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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