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사의 옛날이야기

초보 농사꾼의 아내 이야기 3

by 사랑니

남편이 시작한 표고버섯 재배는 원목재배였다.

원목으로 표고버섯을 재배하려면 일단 벌목한 참나무를 겨울한철 건조 시켰다가 초봄에 원목을 버섯농장으로 가져온다.

그 원목에다 드릴로 일정하게 구멍을 뚫어 버섯종균을 투입하여 일 년 동안 버섯균이 원목 안에서 잘 생장할 수 있도록 알맞게 물을 주고 통풍 관리도 잘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버섯균이 곰팡이균에 노출되지 않고 종균 활착이 잘 될 수 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면 낙엽송으로 기둥을 세워 표고목을 일렬로 세우는 작업을 한다.

남편은 처음에는 기둥으로 낙엽송을 사용하다가 얼마 후에는 알루미늄 파이프로 바꾸어 사용하였었다.

땅에 기둥을 박고 또 거기에 철사로 묶어 연결하는 작업들이 쉽지가 않아 많이 힘이 들었었다.

봄에 종균접종을 할 때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일당을 주며 일을 시켰다.

윤은 새벽에 일어나 중간에 드실 참으로 국수를 준비해야 하고 아주머니들이 일을 하실 수 있도록 수발을 들면서 중간중간 종균 접종하는 것도 거들어야 했다. 하루 종일 같이 종균접종을 하고 오면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있곤 했다.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으니 남편은 그저 열심히만 할 뿐 일머리가 없어 잘 알지 못하는 윤의 눈에도 정말 답답해 보였다.

하우스가 열동이나 되니 남편 혼자서는 도저히 다 해낼 수 없는 일의 양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밥이나 챙기고 아이나 키우며 옆에만 있으면 된다고 하던 남편도 윤에게 기대는 일의 양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농사일이라는 게 해보면 해볼수록 남자가 할 일 보다 여자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 하우스를 지을 때도 그랬다.

따라다니며 그저 연장이나 갖다 주고 자재만 챙겨주면 될 줄 알았는데 쳐다보고 있으면 자꾸만 일이 보여 하나둘 하다 보니 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었다.

표고목 기둥을 세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남편 옆에서 기둥만 잡아주며 거들다가 힘들어하는 남편이 안돼보여 망치를 빼앗아 들고 기둥을 박기도 하였다.

그렇게 표고목 세우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버섯재배 작업을 시작한다.

세워놓은 표고목에 한참 동안 물을 주어 원목을 넘어뜨려 충격을 주어야 한다.

넘어뜨린 원목에 종균이 원목을 뚫고 나오는 것이 보이면 넘어져 있던 표고목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하우스 한동씩 작업을 한다고 해도 양이 만만치가 않아 남편 혼자서 하기에는 도저히 무리였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는 거들 수밖에 없었다.

말이 거든다는 것이지 늘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힘든 일이다 싶어 미안해하던 남편도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떤 날은 저녁식사 준비 때문에 먼저 집으로 갈려고 하면 남편이 화를 내는 바람에 싸움이 될 때도 있었다.

원목을 세우는 작업이 끝나면 충격을 받은 원목 안의 종균들이 깨어나서 버섯이 달리기 시작한다.

성질 급한 놈들이 제일 먼저 잠이 깨어 나오고 한참을 있다 나오는 게으른 놈들도 있다.

버섯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자라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어느 정도 적당한 크기로 자라면 버섯을 따야 되는데 이건 정말 윤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버섯에도 등급이 있어 일등급 버섯을 따려면 농장에서 살다시피 해야 한다.

일 등급은 주먹보다 조금 작은 버섯으로 갓이 피지 않고 동그랗게 말려 있어야 되는데 그것을 맞추려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농장을 들락 거리며 제시간에 따 주어야 한다.

남편은 오전에 재배한 버섯을 가지고 경매장에 가야 하니 남은 버섯은 모두 다 윤이 따야 되는데 혼자서 하는 이 작업이 또 만만치가 않다. 혼자서 하니 지겹기도 하거니와 양도 많아 지칠 때가 많았다.

혼자 하우스 앞쪽에서 따 들어가다가 또 뒤에서 따 나오기도 하면서 지겨워 못 견디면 농장 뒷산 등성이에 있는 산딸기를 따 먹으며 지겨움을 달래기도 했었다. 농장 뒤에는 다 산이었는데 봄이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이면 구절초들이 색색깔로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했다.

온 들판에는 쑥과 민들레가 지천으로 늘려 있어 그것들을 뜯어말려 환을 빚어 시내에 계시는 어른들께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그날도 남편은 오전에 채취한 버섯을 싣고 경매장으로 가고 혼자 남아 버섯을 따고 있었다.

다람쥣과의 청설모가 있는데 이 청설모는 표고버섯 원목을 갉아먹어 원목을 망쳐놓은 못된 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장에 청설모가 보이면 남편이 사냥총으로 잡곤 했었다.

그날은 남편도 없는데 하우스 안에서 이 놈이 나무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윤은 일단 양쪽 문을 열어놓고 이놈을 하우스 밖으로 몰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놈이 윤을 보고 놀랬던지 하우스 문을 찾지 못하고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계속 윤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

이놈이 앞으로 가면 같이 앞으로 쫓아가고 뒤로 가면 같이 뒤로 쫓아가며 계속 달리고 있었다.

버섯을 따야 된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두어 시간을 쫓고 쫓기다 보니 윤도 지치고 그놈도 지쳐 나중에는 둘 다 널부러져 서로를 바라보며 헥헥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들었던 생각은 사람이 진짜 화가 나면 순간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윤은 그렇게 버섯과 텃밭의 푸성귀들과 함께 일속에 묻혀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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