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사의 옛날이야기

초보 농사꾼의 아내 이야기 4

by 사랑니

윤이 남편을 따라 청송으로 옮겨갈 무렵 딸은 여섯 살, 아들은 네 살이었다.

어른들은 본인들의 생각과 선택으로 들어간 시골살이였지만 아이들은 그저 엄마 아빠를 따라 살게 되었다.

아파트 현관문만 나서면 보이던 놀이터도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도 다 사라져 버렸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주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과 나무 뿐이고 또래 아이 하나 보이질 않았으니 어린 마음에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지금까지 봐 오던 세상과는 너무나 달라져 버린 주위의 모습에 어린 아이들이지만 기가 막혔을 것이다.

마을이 읍소재지와 떨어져 있어 어린이집을 갈려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했다.

어린이집 버스가 마을에 아이들을 데리러 왔었는데 한겨울에는 허허벌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떨어야 했다.

마을 길목에는 할머니들이 큰 닭들을 방목하여 키우는 바람에 지나가는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닭도 금방 이사 온 도시의 작은 아이가 만만했던지 길 가는 아이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기어이 따라와 공격해대는 바람에 아이들이 혼비백산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 후 그 닭은 닭장에 갇혀서 밖에 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놀란 아이들은 닭만 보면 도망 다니기 일쑤였다. 윤의 부부는 늘 일에 쫓겨 바빴고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놀 거리가 없어 집 앞 텃밭 한 귀퉁이에서 고춧대로 쓰이는 가는 쇠막대기를 들고 기합을 넣어가며 이리 돌리고 저기 돌리고 하며 놀다가 지치면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격이 소극적이고 말이 없었던 딸아이는 또래 친구 하나 없는 그곳에서 더욱 말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그렇게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곧장 군청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으며 엄마 아빠가 일이 끝나고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왔다.

여름에는 마을밖에 있는 시냇가를 개인 풀장 삼아 물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호사를 누리며 시내 아이들은 책에서나 읽을법한 놀이를 아이들은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옷장 안에 모셔놓은 입고 갈 데도 없는 불편한 드레스처럼 또래 아이들 하나 없는 그 놀이터는 아이들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또래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던 것이다.

방학중에 딸아이가 대구에 있는 친할머니 집에 한참을 가 있다가 부부가 데리러 갔더니 딸아이는 자기는 그냥 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해서 부부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때 딸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 아빠, 아빠는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나를 그 시골에 데려갔어?"

부부는 밤늦게 아이들을 다시 그 골짜기 길을 돌아 돌아 집으로 데려 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모의 삶이 평안하면 아이들의 삶도 평안해지며 부모의 삶이 비루하고 비참하면 아이들의 삶도 부모를 따라비참해 진다. 아빠가 술주정뱅이로 살면 아이들도 술주정뱅이의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남편은 그것을 몰랐다.

아이들은 편안하지 못한 부모의 삶을 따라 같이 비루해져 갔다.

다행인 것은 딸아이가 동생의 보호 차원에서 아들이 다니던 태권도를 같이 배우기 시작하면서 말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한참을 더 지내고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을 앞둔 그해 겨울에 그곳을 나와 원하던 시내에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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