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의 중독

by 사랑니

오늘은 또 무엇을 버려야 하나 생각하며 나는 집안을 쭉 둘러본다.

드레스 룸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몇 해 전 거금을 들여 구입한 바바리코트에 눈이 간다.

반짝반짝 광택을 드러내며 옷장 한쪽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저 코트는 나의 충동구매 작품이다.

우연히 들른 백화점에서 어슬렁어슬렁 아이쇼핑을 하고 있는데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 코트를 걸친 마네킹이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취향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옷이었는데 그때는 그 반짝이가 왜 그렇게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는지 참 알 수가 없다.

결국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나는 거금을 들여 그 바바리코트를 내 옷장으로 들였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그 바바리는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저 나의 옷장 지킴이가 되었다.


주말에는 무언가 필요 없는 물건을 찾아내 버려야 하는 병에 걸린 나는 오늘도 매의 눈을 하고는

이곳저곳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에 기쁨이나 희열을 느끼고는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에 중독이 되어버린

나는 물건을 버릴 때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집안에 어떤 물건이라도 하나 덜어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어떤 충만한 것이 내 마음에 차 오른다.

늘 버리는 것으로 선택되었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간 저 바바리코트를 오늘은 꼭 버려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그 코트를 일단 꺼내 와서 침대에다 눕혀 본다.

그리고는 손 다림질을 몇 번 한 후에 내 몸에다 한번 걸쳐본다.

벨트를 동여매고 거실 주위를 서너 바퀴 돌면서 모델놀이를 해 본다.

이 반짝반짝하는 것을 도저히 내 손으로는 내다 버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

다시 그 반짝이는 옷장의 지킴이 역할을 하기 위해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리 중독이라고 해도 버릴 수가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지독한 킬러라 해도 어린아이는 절대 해치지 않는 규칙이 있는 킬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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