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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Oct 27. 2016

누가 톨레도를 당일치기 하랬나

인생은 선택과 아쉬움의 연속

스페인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간에 "꽃보다 할배 코스"를 한번쯤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올레티비 무료방송으로 시리즈를 몰아서 본 내 기억이 대충 쓸 만하다면, 꽃보다 할배 코스는 '마드리드-똘레도/세고비아-세비야-론다-그라나다-바르셀로나'였다. 이중 똘레도/세고비아, 론다는 각각 마드리드와 세비야에서의 당일치기 코스였을 것이다.


꽃할배 코스는 '10일 이하로 스페인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가고 싶다'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효율적으로 짜인 경로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아 '꽃보다 할배 코스'와 매우 흡사한 코스로 스페인을  돌아다녔으며, 세고비아는 시간 부족으로 패스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시체스, 타라고나 근교를 다녀왔다는 점 정도만 다르다.


시간을 되돌려 스페인 여행을 새로 계획한다고 해도 저 코스를 완전히 거부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꼭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톨레도를 마드리드에서의 당일치기가 아닌, 1박으로 다녀오고 싶다는 점이다.




1. 톨레도 여행에 앞서


비행기를 타기 바로 전날에, 카페에 자리를 잡고 톨레도에 대한 조사를 꽤나 많이 했다. 사실 나는 여행경로를 여행 전에  매우 세세하게 짜는 편은 아니다. 작은 도시라면 전날 밤 자기 전에 trip advisor나 가져간 가이드북을 보고 가야 할 장소만 대충 찍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다녀오는 계획은 여행지에서 급하게 알아보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양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톨레도 가기 전날의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나의 경우,  1일 차에는 밤 11시에 마드리드 in을 하고 2일 차에는 프라도 미술관과 티센 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쉬엄쉬엄 시차 적응을 하고, 3일 차에 똘레도를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나처럼 마드리드 in을 하여 2일 차나 3일 차에 톨레도에 갈 예정인 여행자들은 똘레도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시차적응으로 몸이 축나있는 상황에서 뭔가 대비가 된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똘레도 여행을 계획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2. 똘레도 방문을 위해 해야 하는 선택들


*선택 1.

먼저,

A.1박을 할 지

B.당일치기를 할 지 결정한다.


A. 1박을 하면

똘레도의 파라도르(Parador, 국영호텔)등 이색적인 장소에서 숙박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똘레도의 다양한 볼거리들을 시간을 넉넉히 잡고 둘러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B. 당일치기

마드리드에서의 체류 기간이 길지않아 똘레도 당일치기의 저녁시간도 마드리드 관광에 할애해야 하거나, 숙소이동을 자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나는 마드리드에서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일치기를 선택했다.



*선택 2.

다음으로, 당일치기를 한다면

A. 지하철->버스를 이용하여 다녀올 것인지,

B. 호텔 픽업 버스투어(+도보가이드)를 신청해서 다녀올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A. 지하철->버스 이용의 경우,

마드리드 출발/톨레도 출발 시간을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비용도 버스투어에 비해 다소 저렴하다. (A.는 왕복 약 10유로대, B.버스투어는 25유로(홈페이지로 하면 22.5유로)

그러나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터미널까지 가는데 생각 외로 시간이 소요되며 버스출발 시간과 터미널도착 시간 사이의 갭이 있는 경우 그만큼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더운 여름이라면, 그 사이 체력고갈도 고려해 보아야할 것이다.


B. 호텔픽업 버스투어의 경우,

최고의 장점은 숙소에서 pick up하여 숙소에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Gran Via역 옆 맥도날드 건물에 있는 Praktik Protocol 호텔에 묵었는데, 호텔을 나와 큰 길의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pick up 장소였다. 시간 및 체력 절약 효과가 상당하다. 또다른 장점은 영어 도보 가이드가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인데, 도보 가이드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정리해보려 한다.


단점은 마드리드로 똘레도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 4시와 7시이다.

9시쯤 마드리드를 떠나 10시 좀 넘어 똘레도에 도착하고, 이것저것 이동하고 워킹투어를 마치면 1시 가까이 된다. 4시에 돌아오는 것을 선택하면 그때부터 똘레도 골목골목을 보고, 똘레도 대성당도 가보고, 기차나 버스를 타고 똘레도 둘레를 돌아보고, 식사까지 하려면 좀 빠듯한 게 사실이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저녁에 돌아와서 마드리드를 보는 것에 큰 미련이 없다면 여유롭게 7시에 돌아오는 차를 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해가 긴 여름이라면 더더욱!


-호텔픽업 버스투어 홈페이지: http://www.busvision.net/en/package/toledo-experience/

할인도 되고 아침에 출발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선택 3.

마지막으로, 똘레도에서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면 똘레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A. 소코트렌(미니기차)를 탈 지

B. 2층 투어버스를 탈 지

C. 제3의 방법을 택할 지 선택해야 한다.


A. 소코트렌(미니기차)은 

일단 가격이 투어버스에 비해 싸다. (5유로 정도) 직접 타보지 않아 간접적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stop장소가 투어버스에 비해 적고, 1회만 탑승이 가능해서 hop on-hop off(내렸다 다시 타기)가 안된다.


B. 2층 투어버스는 

가격이 9유로이지만 stop이 소코트렌에 비해 더 많고, hop on-off가 된다. 이어폰을 주는데, 좌석에 있는 구멍에 꽂으면 똘레도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영어로 들어서 한국어 지원이 됐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이 점에 끌려 소코트렌 대신 투어버스를 선택했지만 예상과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다.


Stop 이 많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9 stops라고 되어 있다. 그렇게 자주 서지 않았는데!) 정작 서는 곳은 시작stop인 1)알카자르Alcázar de Toledo, 2)똘레도 기차역AVE Station과 3)뷰포인트인 미라도르Mirador del Valle,  4)생 마틴 다리Puente de Saint Martin뿐이었다.

또한 Stop에서의 정차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불만이었다. 미라도르에서는 나름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생마틴 다리에서는 기다리지 않으니 내리려면 아예 내려서 다음 버스를 타고, 계속 타려면 바로 올라타라고 했다.


역사설명 부분은, 무료로 준 이어폰의 음질이 너무 구려서 듣다 말았다. 하필이면 내 이어폰을 가져가지 않아서...무료 이어폰이 아니었으면 더 듣기가 좋았을까?


나는 첫 한 번은 내리지 않고 그냥 타고, 두 번째는 기차역에서 내려 꼭 가까이서 보고 싶었던 알칸타라 다리Puente de Alcantara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나름 본전을 뽑아보려 했으나, 그 거리가 나름 멀어서 더위에 지쳐버렸다. 결국 hop on-off는 똘레도에서의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나 유용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했다.


-2층 City tour bus 홈페이지: https://www.nattivus.com/en/Family/Toledo-City-Tour-Hop-On-Hop-Off-bus-173



C. 제 삼의 길

아예 택시를 타거나 현지인들도 이용하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다.


시내버스는 싸고, 택시도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다고 한다. 이 경우 대부분 파라도르  호텔로 향하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면 꽤나 걸어올라간다고 한다. 7월 말의 똘레도에서 10~20분 땡볕에서의 오르막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아 패스했지만, 파라도르 카페에서의 전망을 못본 것이 매우 아쉽다.




3. 왕복 버스+도보 가이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


숙소에서 출발하고 숙소에 내려주는 왕복버스의 편안함이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그 이점만을 노리며 한 선택이지만 생각 외로 더 큰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현지 가이드에 의해 바로 영어로 진행되는 워킹투어이다.


안타깝게도 그 가이드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지 않다. 오른쪽 팔뚝에 한자로 '강(강할 강)' 문신을 새긴 덩치가 큰 가이드는 마치 심심한 터에 우연히 마주친 관광객 무리를 이끌고 동네산책을 시켜주기로 마음 먹은 동네 백수형 같은 분위기로 다국적 관광객을 이끌었다. 그의 설렁거리는 걸음새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무더위에 지쳐가는 관광객들을 특유의 유머로 달래가며 Jewish quarter까지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갔고, 그에게서 생각보다 똘레도에 대해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4. 내가 여행한 똘레도 (1) 워킹 투어


내가 보고 느낀 똘레도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정리해 본다.


아침식사로 후다닥 햇반 하나를 뜨거운 물에 말아먹고, 마드리드에서 똘레도까지 가는 버스를 탄 것에서 시작한다. 08:45에 숙소가 있는 Gran Via역 맥도날드 바로 맡은 편에서 톨레도 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전날 호텔 인터넷을 사용해서 22.5유로에 예약을 했고, 마드리드-톨레도 왕복이 된다.

pickup points가 12개가 있다고 하는데, 홈페이지에 다음 표와 같이 나와있다.



홈페이지에 Luxury bus라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깔끔한 2층버스였다. 8:50에 그란 비아 출발


버스를 타기 전에 예약자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확인하는 사람이 가이드는 아니고 이름과 인원을 확인하면 버스는 관광객들만을 태우고 똘레도로 이동한다.


버스 안에 동양인은 나와 내 친구 뿐이다. 내려서 보니 약 30명 가량이 탔는데 그 중 20명은 스페인 사람들, 10명 남짓은 우리를 포함한 외국인이었다.


마드리드 시내에서 조금 막혀서 출발한 지 2시간이 덜 되어 똘레도에 도착하였다.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에 그란 비아Gran Via의 복작거리는 모습을 2층 버스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재미있다. 플라멩코 공연장과 라이언킹 공연장 등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리면 똘레도의 높은 성벽을 바로 밑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주차장이다.

빨간 레알 마드리드 티셔츠에 빨간 우산을 쓴 넉살 좋게 생긴 가이드가 앞으로 들어와 돌아가는 차는 4시와 7시에 탈 수 있다고 안내한다. 마드리드 관광 시간이 부족했던 우리는 4시 버스를 타기로 한다.


가이드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스페인어로 스페인팀을 한 명은 다국적팀을 영어로 안내한다.

다행히 3분의 2의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왁자지껄하게 Si, si~ 하며 스페인어 가이드를 먼저 따라나선다. 덕분에 다국적팀은 내가 원하던 대로 열 명 남짓 단촐해졌다.


우리팀의 가이드는 본인을 "The guy with the red umbrella"라고 소개한다. 혹시 자기가 안보이면 빨간 우산을 들고 따라오라는 것. 실제로 손에 든 빨간 우산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다가 이것저것 가리키는 용도로 자유자재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레알 마드리드 티셔츠에, 빨간 모자에, 흰 양말에 샌들 차림. 행색은 똘레도 동네 형 또는 부모님 따라 생각 없이 여행 온 축구광팬 아들 같은데 오른쪽 팔뚝에는 '강(强)'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구수한 입담까지, 범상치 않은 사내이다.


오르막길을 오르기 전, 가이드가 ice breaking 정도로 여행객들의 국적을 묻는다. 미국, 캐나다, 영국, 리투아니아, 그리고 우리, 한국이다. 국적소개를 할 때는 역시 이 농담을 빼 먹을 수 없다.


"We are from Korea."

"Which Korea? North or South?"

"Of course it's North. We are the Kim family!"


가이드는 손을 휘저으며 농담을 넘기는 반면, 캐나다 아저씨가 다가와 정말이냐고 눈을 크게 뜨고 물어본다.


"Of course not!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99% 남한이에요!"


한편, 캐나다 아저씨의 넉살도 만만치 않다.


가이드가 "Anyone who cannot speak English?" 하자 손을 번쩍 들고,
"Well, I'm not sure, but I will try~" 랜다.

가이드를 따라 똘레도를 올려다보며 저 문으로 들어간다.
올레! 계단을 올라가는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사람이 적고 탁 트인 넓은 테라스 같은 공간이 나오는데, 가이드는 그곳에서 톨레도의 역사를 읊기 시작한다. 벌써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들은 내용과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본 내용을 짬뽕하자면 아래와 같다.



Toledo라는 명칭은 로마군이 이 지역을 침공하려 시도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때 이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강렬하여 '참고 견디는'라는 의미로(영어나 불어 등에도 있는Tolerance같은 단어와 비슷한 라틴 어원일 것이다) Toledo라는 이름이 붙었다. 5세기에는 서고트족이 똘레도를 수도로 서고트 왕국을 세워, 톨레도 대주교가 카톨릭의 중심이 되는 등 수도로서 부흥기를 보냈다. 그러나 8세기 이슬람 교도들이 톨레도를 정복하여 그 지배가 11세기의 국토회복운동까지 이어지게 된다. 13세기까지는 스페인 유대인들이 번성했던 지역이다. 그 이후는 배척과 추방의 역사이다. 따라서 똘레도는 한때 이슬람 교도, 유대인, 카스티야 인들이 공존했던 역사의 단면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문화의 타임머신 같은 도시인 것이다. 스페인의 유명한 화가인 엘 그레코El Greco가 살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톨레도의 입구(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에서 걷기를 시작하면, 먼저 금속공예상가들이 양옆에 늘어서 있는 거리로 들어선다. 이 길이 바로 소코토베르 광장과 이어지는 길이다.


아랍인은 톨레도를 떠났지만 그들의 금속공예기술을 아직가지도 굳건하게 남아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한 두 명의 장인이 실제로 금세공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가는 금사와 금 조각을 촘촘히 새겨 넣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맨 처음 금세공 공예를 하는 가게에 들려서 화장실을 갈 시간을 주는데, 사라는 압박은 전혀 없다.


가게에서 파는 금목걸이, 금 귀걸이 등은 16~30유로 선이라 가격적으로는 큰 부담이 없다. 빈티지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사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몇 가지나 후보를 두고 만지작 만지작하며 '첫 가게에서는 안사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나와버렸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돌아다니며 첫번째 가게보다 더 싸게 파는 가게를 보기는 했지만, 여기서 살까 저기서 살까 고민만하다가 나중에는 버스시간에 맞추어 허둥지둥 내려가느라 여유가 없어 목걸이 하나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값이 비싸 사올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 아랍인들이 전수해주고 간 기술이라 한다.



금속공예품은 악세서리나 접시, 촛대류 외에도 왕좌의 게임에서나 볼 만한 중세스타일 칼과 갑옷 등도 있다. 가이드가 허풍치듯 왕좌의 게임 소품팀이 톨레도에서 주문을 해서 사갔다는 말을 하는데, 믿을 만한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신뢰가 가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중세스타일 장검을 사서 고국으로 돌아가려 했던 아시아 청년의 이야기이다. 톨레도에서 번쩍이는 장검을 사서 위품당당 공항 검문대를 지나려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그 화려한 칼을 압수 당했다는 것. 이런 무기류는 아무리 장식용이라고 해도 따로 신고를 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 절차가 외국인 관광객이 감당하기에는 꽤 복잡하고 벅차다고 한다.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차가 왕왕 다녀서 정신 없는 거리를 따라 걸어가면 얼마 안 있어 톨레도 관광의 중심, 소코토베르 광장이 나온다. 소코토베르 광장을 넘어가면, 골목은 중세의 느낌이 더 강해지고 밀집한 관광객들은 조금이나마 흩어지며, 아스팔트가 사라지며 자동차도 뜸해진다.


소코토베르 광장에 잠깐 우리를 세워놓은 가이드가 톨레도에서의 미아예방법을 알려준다.


"톨레도 길을 잃었는데 버스 타는 곳도 모르겠고 빌어먹을 이 광장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아무나 붙잡고 물으세요. Where is the holy M? 저기 보이시죠? (맥도날드의 노오란 M 로고를 가리키며) 톨레도에서 단 하나뿐인 맥도날드입니다."


소코트렌(미니기차), 2층 투어버스, 일반 시내버스나 택시 등 모두 이 소코토베르 광장에서 탈 수 있다. 물론 더위를 잠시 피할 맥도날드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소코토베르 광장을 지나 골목을 더 들어가면 톨레도 대성당이 좁은 골목 사이로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뽀얀 빛으로 나타난다.


똘레도의 골목길로 들어간다.



똘레도 대성당이 빼꼼히 보인다! 햇살을 받아 뽀얗다.



똘레도 대성당을 왼쪽으로 끼고 돌면 시청사가 나온다.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델도 보았다.
시청사의 모습.


한편, 가이드가 톨레도 대성당과 인물이 잘 나오는 포토스팟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대성당을 등지고 시청사를 바라볼 때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대성당을 돌아보며 찍는 것! 정말 괜찮은 사진을 많이 건졌다.



시청사 옆 골목에 서서 똘레도 대성당을 보면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톨레도 대성당 내부는 각자 돌아오면서 보는 것으로 하고, 가이드의 설명은 이제 톨레도의 유대인 지구Jewish quarter이야기로 넘어간다.


마침 바닥에 신기한 타일 조각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유대인 지구 Jewish Quarter의 표시이다.






요것은 유대교의 상징인 촛대를 나타낸 표식이다.


가이드는 톨레도에 정착한 유대인들의 기구한 역사를 풀어놓는다. 톨레도는 1492년 유대인이 추방되고, 1502년 아랍인들이 추방되기 전까지 유대인과 아랍인의 커뮤니티가 번성하고 그들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어질 만큼 종교적인 관용으로 이름이 높은 도시였다. 아랍일들이 금속공예와 마자판 등을 톨레도에 남겼다면 유대인들은 Jewish Quarter내에 여러 개의 시나고그와 그들의 주택 등의 발자취를 남겼다. 유대인 커뮤니티가 손꼽을 정도로 번영했었던 것 만큼, 아직도 유대인 사이에 Toledo라는 성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랍인들이 톨레도를 지배하던 시기에 유대인들은 큰 번영을 누렸다. 서고트 제국을 멸망시킨 이 침략자들을 그들은 성벽의 문을 열어두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고 한다.
1085년에 알폰소6세가 톨레도를 정복하자 유대인 커뮤니티는 이 카스티야왕에게 조력하며 다시 번영의 시기를 맞는다. 이들의 조력을 높이 산 왕은 그들에게 그리스도인에 필적하는 권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기어이 1391년에는 반유대폭동이 톨레도에도 다다르고 말았다. 다른 유대인지구에서처럼, 이 해에 유대인지구 또한 공격 당하여 대부분의 시나고그가 훼손 당하고 공예인, 시인 등의 식자층이 살해당했다.
1450년대에는 유대인을 억압하는 법령이 제정되었다. 법령에 의하면 유대인들은 밤에 거기를 걸어다닐 수 없었고, 교회와 수도원에 허가 없이 입장할 수 없으며, 유대인을 구별하는 표식을 옷에 달아야 했다. 유대인 커뮤니티의 반항이 있자 정부는 법령을 약간 수정했으나 상당 부분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1462년에는 핍박 받던 유대계 크리스천 개종자들의 폭동이 있었다. 이들은 기독교도들을 포위하고 한 곳으로 몰아세웠으며, 이들을 위한 지원군이 오자 톨레도를 요새 삼아 공방전을 펼쳤다. 폭동은 진압되었으나 방화로 인해 1600개의 가옥이 불에 탔다고 한다.
1492년 유대인에 대한 추방령이 내려지자, 유대인들을 위한 공공건물은 모두 기독교 커뮤니티에 귀속되었으며, 유대인 지구의 많은 주민들이 개종을 택하였다. 또한 상당수의 주민들은 톨레도를 떠나 방랑의 길에 올랐다.



 

-내용출처: 가이드의 설명 및 http://www.redjuderias.org/


유대인 지구의 초입에는 마자판Marzapan과자를  파는 가게 몇 개가 있다. 마자판은 유럽에서 많이 쓰이는 디저트용 재료로 아몬드 가루를 꿀과 같은 것에 개어서 만들며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영어로는 Marzipan이라고 불린다. 톨레도의 마자판 문화는 이슬람의 문화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제일 기본적인 모양으로 보이는 것을 골라 딱 두 개만 사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달다. 터키 바클라바와 비슷한 느낌이다.



워킹투어는 엘 그레코의 집 근처에서 마무리가 된다. 엘 그레코의 집 앞 거리 중앙에는 Samuel ha-Levi의 동상이 서 있는데 그 머리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Samuel ha-Levi는 페드로 1세Pedro I 가 톨레도에 대한 지배권을 얻는 것에 협조한 공로로 많은 부와 권력을 향유했다. 현재는 엘 그레코 박물관Museo de El Greco으로 쓰이는 집에 거주하며, 그는 자신의 자금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시나고그Synagogue of El Transito를 세울 정도였으며, Treasurer(아마도 재무상?)의 역할을 역임하였다.


그러나 유대인이라는 그의  뿌리는 결국 그의 성공을 속박한다.  Samuel ha-Levi를 신임하였던 페드로 1세는 반유대주의적인 가신들의 반대에 동의하였고,  Samuel ha-Levi는 1360년에 횡령혐의로 체포되어 고문으로 인해 죽게 된다.


부와 권력을 누림으로써 동시대 유대인들과 다른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결국 유대인이라는 속박은 그가 절대적으로 믿었던 왕의 결정으로 한순간에 거의 목숨을 가져가 버렸다.




엘그레코 뮤지움 앞의 Samuel ha-Levi의 동상


가이드가 나무그늘 안에 여행객을들 세워 두고 Samuel ha-Levi의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캐나다인 아저씨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El Greco라는 이름은 그의 본명이 아니라 the Greek(그 그리스 사람)을 의미한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가이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El Greco의 본명은 Doménikos Theotokópoulos입니다. (이 이름을 암송하고 거만한 체 좌중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더럽게 긴 이름을 스페인 사람 어느 누가 기억해 주겠습니까? 도메니코스.. 테오.... 도메니코스.... 그래서 그냥 '그 그리스사람(The Greek)'입니다. 얼마나 쉽습니까? 그 그리스인? 그 리스인! (How easy! The Greek? The Greek! Just the Greek!)"



How easy! The Greek? The Greek! Just the Greek!



Samuel ha-Levi의 동상 옆으로는 작은 공원이 하나 있고, 공원의 뒤로 요새도시 톨레도를 만들어난 타호 강이 유유히 흐른다. 강 건너 언덕에는 맨션들이 몇개 있는데, 여행객 중 하나가 저런 집은 하나에 얼마쯤 하냐고 물으니 가이드가 그 중 한 집을 탁 가리킨다.


"저기 저 집 보이십니까? 저 집이 최근에 매매가 됬는데 30억에 올라왔답니다. (사실 30억인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데 그 정도였던 것 같다) 어때요, 하나 살 만 하죠?"



가이드가 알려준 그 집


유유히 흐르는 타호강에 부서진 다리가 하나 있다. 유명한 산 마르틴 다리 옆이다. 저 다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가이드 답한다. 13세기에 홍수로 소실되었으며 그 이후로 복구되지 않은 채 저런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홍수로 부서진 채 버려진 다리


엘 그레코 미술관 앞의 공원에서 워킹투어는 끝이 난다.


처음에는 적당히 듣다가 재미 없으면 슬쩍 빠져나오자고 친구와 얘기를 해 두었는데, 중간중간 "계속 따라 갈 거지?"라는 확인의 말조차 까맣게 있고 그의 빨간 우산을 졸졸 따라다녔다. 이렇게 끝까지 따라올 줄이야. 벌써 1시쯤이었다.


가이드는 톨레도 전통 음식을 하는 식당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식사를 할 사람은 자신과 함께 가고 나머지는 여기서 헤어지자고 한다.  우리는 어제 먹고 남은 토르티야를 싸들고 왔기 때문에 그것으로 대충 요기를 하고 식당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가이드는 작별의 인사를 한다. 헤어지는 사람과는 한 명씩 악수를 했다.




그의 뒷모습이라도 찍어둘 것을, 사진으로 그와의 기억을 남겨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4. 내가 여행한 똘레도 (2) 톨레도의 골목, 2층 투어버스


가이드 및 나머지 일행과 헤어지고 El Greco 미술관 맞은편 공원에서 어제 저녁에 타바스바에서 먹다 남아 챙겨온 토르티야를 먹기로 했다. 해가 아침녘보다 훨씬 뜨겨워졌다. 나무 그늘을 찾아 벤치에 앉았다. 공원에는 알록달록한 놀이터가 하나 있었다. 금발의 관광객 부부와 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토르티야를 먹었다. 식어도 참 맛있다!


토르티야를 다 먹고, 대성당 방향으로 걸으며 골목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몇 분만에 방향을 놓쳐버렸다.

골목길을 좀 걷다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남자아이를 하나 붙잡고 서툰 스페인어로 조심스렇게 물었다.


"Donde es catedral?" (성당은 어디있니?)


낙타눈 같이 눈이 참 예쁜 아이가 깜짝 놀라더니 다가와 귀여운 목소리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이리저리 열심히 설명을 했다. "Derecho(straight)"딱 한마디만 알아들었지만 몸동작을 고려해보면 "이리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앞에 성당이에요"하는 것 같았다. 사실 대충 방향만 알면 되었다. "Muchas gracias"라고 말하며 귀여운 아이와 헤어지려는데,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이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젊은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미소 짓는다. 아이의 어머니인 것을 알아보고, 나도 눈인사를 했다. 아이가 살짝 긴장한 것 같더라니 엄마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 것인가? 우리 아들,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고.



대충 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으니, 익숙한 마자판 상점도 보이고 대성당도 보인다. 똘레도 대성당은 이슬람에게서 톨레도를 탈환한 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누가 보더라도 놀랄만한 대성당을 짓자'라는 결심으로 지어낸 것이라 한다. 세비야 대성당 다음으로 크다고 했던 것 같다. 입장료는 8유로이다.


증세의 사람들이 이 창을 보고 어떤 기분을 느꼈을 지 상상해 보면 조금 짜릿한 기분이 든다.








이후 소코토베르 광장에 가서 hop on-hop off 버스표를 샀다. 버스표를 사고 광장 왼쪽 오르막길로 올라가다보면 Alcazar 덜 가서 빨간 이층버스가 서는 곳이 있다.



9유로
Mirador(전망대)에서의 풍경


햇살이 뜨겁다. 2층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고 어깨고 뜨겁지 않은 곳이 없는데, 날라갈 것을 걱정하며 한 손으로 모자를 정신없이 쥐고 있어야 하더라도 모자는 꼭 써야 버틸 수 있다.


Mirador 스탑을 지나서 산 마르틴 다리Puente de Sain Martin에서 정말 1분을 정차했다. 발을 내려서 다리를 찍고, 다시 올라타면 끝이다. 인물사진을 찍을 틈도 없다. 이 다리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아까 엘 그레코 미술관과 아까웠다는 사실을 알고나자 더 아쉬워졌다. 톨레도에서 내가 아쉬웠던 점이 어디 이것뿐이랴.


Puente de Sain Martin


버스는 Alcazar 근처에서 멈춰 섰고, 다시 버스를 탈 계획이었던 우리는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는 빈 버스로 갈아탔다. 알칸타라 다리Puente de Alcantara에 가기로 한 것이다. 내 친구는 산 마르틴 다리보다 알칸타라 다리가 더 끌린다고 거기만 직접 걸어서 건너보자고 했다. 아까 톨레도 기차역 stop을 지나면서 알칸타라 다리Puente de Alcantara를 보았기 때문에 톨레도 기차역에서 내려서 걸어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톨레도 기차역에서 알칸타라 다리까지 걸어가는 20여분 간 우리는 어마어마한 더위를 맛보았다. 긴 바지와 칠부 소매와 모자로 나름 가린다고 가렸건만, 가려지지 않은 손목과 발등이 벌써 벌겋게 달아올라 그 색이 훈제오리 같다.





알칸타라 다리는 산 마르틴 다리보다 더 작고 아담하다. 뒤에 보이는 것이 톨라도 알카사르. 고색창연한 톨레도에서 너무 번듯해서 그나마 좀 멋이 없는 건물이다.




저 건물은 뭣에 쓰이는 건물인고 궁금해졌다. 물살의 모양이 특이하다.







5. 똘레도를 다시 찾는다면?


톨레도-마드리드 왕복버스를 탔기 때문에 워킹투어도 할 수 있었고 똘레도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1시에 투어가 끝나고 4시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로 돌아오느라 못해본 많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다시 톨레도를 찾을 때 해 보고 싶은 것을 정리해 본다. 훗날 톨레도를 다시 가게 되기 전, 16년 8월의 기억을 이 글을 읽고 되살려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 파라도르에서 묵어보기. 파라도르 카페에서 톨레도 전경을 보며 커피 마시기.

- 알칸타라 다리에서 산 마르틴 다리까지 타호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기(이것을 위해서는 여름을 피해 가거나 해가 좀 기울 무렵이 좋을 것 같다)

- 엘 그레코 박물관에 가기

- 시나고그 등 더 많은 유적 건물들에 들어가 보기

- 톨레도 전통 음식 먹어보기(Carcamusa: 돼지고기 스튜 등)

- 황금 공예 장신구 사기

- 접시를 좀 더 사오기



여행지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온다는 것은 어쩌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고 있을 자신을 꿈꾸게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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