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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Oct 25. 2016

배낭여행자와 스페인의 음식

Menu del Dia와 Tapas bar의 축복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반드시 그 나라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어디 따로 목록을 적어서 들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입맛을 다시며 출퇴근길에 요리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절로 그 메뉴가 외워지는 법이다.


여행을 준비할 때, 특히 음식 부분을 준비할 때 나의 준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 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 등으로 그 나라의 요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얻고,

   꼭 먹어봐야 하는 요리를 정해 본다.

2. 현지에서 여행 전날 밤, 혹은 이동수단을 탈 때 TripAdvisor로 맛집 정보를 알아본다.


1.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를 이용한 리서치는 요리 자체는 물론이고 그 요리에 관련한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요리를 먹어도 더 큰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요리를 고를 때 당혹스러움 대신 재미를 주는 것이 큰 장점이다.


1.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를 이용한 리서치가 '요리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면, 2.TripAdvisor는 '식당 선정'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정보를 준다. 가끔 랭크에서 15~20위쯤 상위에 있어도 Review를 읽어보면 헛점이 있는 식당도 많기에 시간만 되면 Review도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맛도 맛이지만 나의 예산범위 내에서 갈 만한 식당을 꼽아주는 기능 또한 유용하다. 이번 여행을 하며 나는 프랑스에서 딱 한번 한 끼에  30유로 이상을 써봤다. 굳이 내 여행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특히 식당 선정에 있어서는) 가격 대비 효용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편이다.


나의 그런 가치관이 반영되어서일까, 스페인 요리에 대한 나의 기대는 실로 거대했다. 여기에는 대학교 2학년, 유로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았던 그 때에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떠났기억이 큰 몫을 했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파리에서 스페인(바르셀로나)로 들어섰을 때 탁 트이는 쾌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스페인의 물가, 특히 식당 물가가 다른 유럽권에 비해 엄청나게 낮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을 지나 다시 스위스, 프랑스, 독일로 올라가서는 바게트에 치즈를 발라 질겅질겅 씹으며 돌아다녔음에도, 바르셀로나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빠에야며 메뉴 델 디아며 유럽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코스요리를 먹으며 눈물 나게 즐거워 했었다.


생각해 보면, 스페인은 미식은 하고 싶지만 주머니가 마냥 두둑하지는 않은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식당 물가가 다른 유럽지역보다 싸다는 점이 그 첫번째 이유이다. 내 경험을 예로 들자면, 프랑스 남부 관광지에서는 18유로에 전채 샐러드, 24유로에 메인메뉴 단품을 먹을 수 있는 식이었는데, 스페인치고도 물가가 비싸다는 바르셀로나에서 2인용 빠에야를 22~25유로에 먹을 수 있었다.


두번째는 Menu del Dia(Menu of the Day)의 존재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많은 식당이 Menu del Dia를 선보이는데 지역에 따라 그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10유로~20유로 사이이다. Menu del dia로 메뉴를 주문하면 한번에 보통 네 다섯 가지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데, 그것은 Menu del dia에 식전빵, 음료(물 한 병이나  와인 또는 맥주 한 잔), 전채, 메인요리, 디저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Menu del dia에 대한 글을 읽어보고 스페인에 갔음에도, 그 막대한 인심과 양을 접했을 때는 살짝 경악을 했을 정도이다. 왠만한 한국여성이라면 정말 배가 터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는 타파스(Tapas)의 존재이다.  옛날 어느 술집 주인이 자꾸 파리가 술잔에 빠지는 것을 보고 빵 한조각을 뚜껑 삼아 술잔 위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게 타파스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을 수 있다. 어쨌거나, 한국어의 '안주'라는 단어에 1대1로 대응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타파스 바에 가면, 작은 빵조각 위에 연어, 치즈, 햄 등을 올려 놓은 까나페 같은 간단한 음식도 있고(1.5~3유로 사이. 이런 것에 이쑤시개를 꽂아놓으면 Pinchos이고, pinchos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도 많다. 이 경우 유리 쇼케이스에 잔뜩 진열해 놓은 것을 많이 보았다)까수엘라나 토르티야, 파타타스 브라바스나 하몽 플래터처럼 0.7인분은 됨직한 요리를 4~15유로에 팔기도 한다.  타파스바에 가면, 10유로 정도만 있어도 기본적으로 두세  가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타파스바의 매력에 빠질 준비가 되었다면, 그라나다를 놓쳐서는 안된다. 그라나다에서는 술(맥주나 와인, 띤또 데 베라노 따위)을 시켜봤자 한 잔에2~3 유로 선인데, 그러면 타파스 하나를 그냥 공짜로 준다! 한국 술집에서 뻥튀기나 양배추 샐러드를 그냥 주는 그런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고, 굳이 비유하자면 혼자 가서 맥주 한 잔을 삼천원을 주고 시켰는데, 통통한 소시지 한 줄이나 옥수수치즈구이를 그냥 내주는 식이다.  위가 그리 크지 않다거나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다면, 무료 타파스를 잘 주는 가게에서 4~7유로로 한 끼를 적당히 때울 수 있다.




어쨌거나, 여행  리서치를 통해 내가 먹기로 결심한 스페인 음식은 다음과 같다.

여행을 통해 먹어본 음식에는 밑줄을 치고 직접 찍은 사진을 첨부했고 그 감상을 추가했다.


1. 가스파초(Gazpacho)

각종 야채와 마늘, 토마토, 콩, 불린 식빵 등을 갈아서 차게 해 먹는 수프이다.

프라도 미술관과 티센 미술관의 사이쯤 되는 위치에 있는 (양쪽 다 가깝다) Terra Mundi에서 점심에 먹은 Menu del dia(11.50유로) 메뉴 중 First plate(전채)로 나왔다.


처음 몇 스푼은 나름 상큼하고 맛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양이 나왔는데(사진에 나온 것이 1인분) 내 입맛에 매우 짜서 다 먹지는 못했다. 같이 나온 거친 빵을 찍어먹으니 먹을 만했다.


Terra Mundi에서 생각보다 실패한 것이 아쉬워 맥도날드에서 사각팩에 든 것을 주문해 보았는데, 야채 주스 같은 외양에도 불구 역시 짰다. 그래도 팩에 든 것은 양이 적어서 그럭저럭 다 먹을 수 있었다. 


식당에서 가스파초를 시켜먹을 기회를 놓쳤다면 까르푸 등의 식료품점이나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라도 한 번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프라도 미술관 근처 Terra Mundi의 외관



2. 코시도 마드리예뇨 (Cocido Madrilleño)


마드리드의 스튜로 돼지고기, 초리조 소시지, 각종 내장 등의 고기로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콩이나 면을 삶아서 같이 먹는 요리이다. 여행자에게는 보양음식이라 한다.


코시도 마드리예뇨로 유명한 식당이 왕궁 근처에 있어서 미리 알아보고 갔었는데, 식당 오픈을 저녁 8시인가 8시 반에 한다는데 나와 내 친구는 미친 듯이 배가 고파서 남은 그 한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오픈을 한 다른 식당에 들어가서 먹을 기회를 놓쳐버렸다.



3. 엠빠나다(empanada)


스페인식 만두. 얇은 만두피가 아닌 질깃한 두꺼운 질감의 빵반죽 안에 다진 고기, 햄, 치즈, 닭고기, 야채 등 각종 재료를 넣어 왕만두 혹은 애플파이 모양으로 접어서 구워낸다. 까르푸나 시장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엠빠나다를 만나볼 수 있다.


가격도 하나에 2.50유로 정도로 저렴하므로 가난한 여행자에게 좋은 비상음식이 되겠지만, 스페인의 음식 물가가 워낙 싸서 주식으로 먹기보다는 간식으로 출출할 때 한 두개 맛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까르푸에서 파는 엠빠나다. 모양도 속재료도 다양하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산 엠빠나다는 납작 복숭아와 함께 시체스(Sitges)해변에서 먹었다. 아마도 치즈와 햄 엠빠나다였던 듯.



4. 추로스(Churros)

너무 유명해서 설명 패스. 사실 2009년의 스페인 여행에서 먹어보아서 어렴풋이 다시 먹어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정작 스페인에서 다른 음식을 먹느라 바빠서 먹지 못했다.


5. 마사판(Mazapán) 과자

똘레도 지방의 전통과자로 수녀들이 만드는 마사판 가게가 유명하다. 아몬드 가루를 이용해서 만들며, 달달한 맛이 특징이다. 유럽 각지에서 과자요리에 쓰이는데 영어로는 Marzipan이라고 불리며, 그 유명한 독일의 크리스마스빵 슈톨렌에도 마지판이 들어간다.


똘레도의 황금공예를 아랍인들이 전수해 주었듯이, 그들은 똘레도에 마자판 문화 또한 남겨주었다. 똘레도에서 아랍인들이 떠나간 지는 수백 년이 흘렀지만 마사판과 황금공예는 똘레도의 상징으로 남아 관광객들의 똘레도에서의 기억을 다채롭게 해준다.

똘레도의 마사판 가게. 길을 걷다 보면 한 네 다섯 개 정도 지나칠 수 있다. 딱 두개 정도만 사서 먹어보기로 한다.
상당히 달아서 저거 한 개를 혼자 다 먹기에도 꽤나 힘들었다.


6. 파타타 브라바 (Patatas Bravas)

매콤한 브라바 소스를 올린 스페인식 감자튀김. Patatas는 감자를, Bravas는 주로 튀긴 감자 위에 올려네는 브라바 소스를 의미한다. 브라바 소스는 새콤한 맛의 토마토 소스로 마늘과 칠리파우더, 파프리카파우더 등이 들어가서 한국인 입맛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어느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메뉴였지만 다른 화려한 메뉴가 많아 선뜻 주문하기 어려운 메뉴이다.

다행히 세비야의 호텔(Hotel Palacio Alcazar)에서 주는 무료 음료 쿠폰을 사용할 때, 3유로를 주고 파타타 브라바가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를 곁들여 먹을 수 있었다. 세비야 대성당을 호텔 옥상 노천 카페에서 내려다보며 먹는 맥주와 샌드위치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호텔 옥상 카페에소 보이는 세비야 대성당의 야경. 호텔은 Hotel Palacio Alcazar.
빠따따스 브라바스가 들어간 바게트 샌드위치. 맥주와 함께 먹으면 술술 넘어간다!


7. 칼솟타다


대파나 리크(leek)와 흡사한 칼솟이라는 채소를 겉이 탈 정도로 숯불에 구운 뒤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먹는다. 카탈루냐 지방의 대표 음식이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민박집 따님에게 어디서 칼솟타다를 먹을 수 있는 지 물었더니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왔나고 해서 요즘 한국에서 칼솟타다를 파는 식당도 생기고 꽤 유명해졌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8월에 갔을 당시 칼솟타다의 계절이 아니라 파는 곳이 없다고 했다. 알고보니 칼솟타다의 계절은 12월부터 4월까지라 한다.


8. 토르티야 (Tortilla)


일명 스패니쉬 오믈렛. 감자와 양파를 기름에 튀기듯이 익히고 익힌 감자와 양파, 오일을 따로 덜어낸다. 양파향이 깃든 오일이 뜨거울 때 계란을 섞어 살짝 익힌다. 팬에 감자와 양파를 넣고 계란물을 섞어 동그란 팬 모양으로 구워낸다. 유튜브에서 'Spanish Omelette'을 검색하면 꽤 많은 요리 동영상이 나온다.


*멕시칸 요리에서의 토르티야(또띠야)는 스페인 이주민들이 원주민들이 먹는 옥수수빵이 자신들이 먹는 토르티야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낸 이름이다.


마드리드의 Sol광장 근처의 Fatigas del Querer라는 타파스 바에서 먹었는데, 그 맛은 정말 완벽!! (5유로였나 6유로였나 양과 맛 대비 가격도 저렴했다)


사실 그 맛을 잊지 못해 집에서도 팬으로 만들어 보려 했으나, 잘 길들이지 못한 스테인레스 팬을 쓰다 보니 기름을 들이부었는데도 불구하고 감자가 다 눌러붙어 처참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 많이 찾는 마드리드 Sol광장 근처의 타파스 바에서 먹은 Tortilla. 모양새가 완벽하다!
뜨끈뜨끈하게 튀겨 낸 감자와 양파, 계란의 조합이 맛이 없다면 정신이 나간 것이다. 거기다 토마토와 마요네즈라니!!
이것저것 다양한 타파스를 시도해 볼 수 있었던 Sol광장 근처의 Fatigas del Querer의 외관
Fatigas del Querer의 실내. 외국인도 많고 현지인도 많아 북적거린다.


사실 토르티야는 워낙에 국민음식이다보니 호텔 조식으로도 많이 나오고 (치즈케익 처럼 조각으로 잘려져 있다) 마트에도 조리된 상태로 많이들 팔고 있다. 가이드북 어딘가 귀퉁이에서는 공장에서 만든 것이 직접 구워낸 것보다 맛이 월등하게 떨어지니, 식당에서 먹는다면 꼭 직접 구워낸 것을 먹으라는 조언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의 테스코에서 만난 토르티야 코너. 하나에 2유로, 2개에 3유로인가!!
종류도 참 많다. 어느 종류가 있는지는 미처 다 읽어보지 못했다.
왼쪽 구석에 조각케익처럼 올라가 있는 게 토르티야! 그라나다의 Macio Palazar 호텔에서 먹은 조식


9. 풀포 가예고 (Pulpo Gallego)

갈리시아식 문어 삶은 요리. Pulpo는 문어를 칭한다. 부드럽게 삶은 문어를 얇게 썰어 접시에 올리고 올리브유를 뿌린 뒤 고추가루나 파프리카 파우더를 뿌려서 먹는다.


보통 얇게 슬라이스해서 삶은 감자 위에 올리브유로 범벅이 되어서 나온다.

먹을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맨 처음 먹은 것은 마드리드에서였고 두번째는 그라나다에서였다. 그라나다에서 먹은 것은 고기 빠에야를 노부부에게 나눠드리고 답례로 얻어먹은 것이었지만. 스페인에서 정말로 맛있게 먹었던 메뉴 중 하나이다.


한편, 마드리드의 Terra Mundi에서 먹은 문어요리도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야들야들하게 삶은 Pulpo Gallego보다는 Terra Mundi의 와일드하게 튀겨내다시피 한 문어요리가 더 맛있었다. 겉은 바삭바삭 짭쪼름하고 속은 부들부들!


마드리드 Terra Mundi의 문어요리


10. 파에야 (Paella)

이것도 매우 유명한 요리. 아마 스페인을 찾는 모든 관광객들이 의무감에서 한번 정도는 먹어보는 음식인 것 같다. 그런만큼 Tourist trap의 일부로 정말로 성의 없이 빠에야를 만들어내는 가게들도 많은 듯 하다. 주로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큰길 가에서 온갖 빠에야 사진과 영어번역이 있는 입간판을 세워 놓고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곳이 그럴 가능성이 많다.


 빠에야(Paella)는 스페인의 발렌시아(Valencia)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인데, 10세기부터 스페인 지방에서 쌀 경작을 시작한 아랍인들의 쌀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Paella는 팬(pan)을 지칭하는 Catalan어 방언에서 유래한 말이다. (Catalunya지방의 언어로 흔히 우리가 스페인어라고 일컫는 언어와 상당히 다르다. 스페인어보다 오히려 프랑스 남부의 방언과 일치성이 높다고 한다)


빠에야의 종류에는 발렌시아 빠에야 (Spanish: paella valenciana)와, 야채 빠에야(Spanish: paella de verduras), 해산물 빠에야(Spanish: paella de marisco), 믹스 빠에야(Spanish: paella mixta: 해산물과 고기의 믹스), 고기 빠에야(paella de carne), 먹물 빠에야 등이 있다. 원조격인 발렌시아 빠에야에는 흰쌀, 닭고기와 토끼고기, 흰 콩, 달팽이, 샤프란 등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여행 중에 발렌시아 빠에야를 파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고 대부분 고기냐 해산물이냐 믹스냐 먹물이냐의 선택이었다.


1인분으로 파는 곳이 잘 없어서 주로 2인분을 시키게 되는데, 이럴 경우 양이 여자 둘이서 먹기에는 심각하게 많다. 아마 여자일행이라면 2인분으로 3명은 배불리 먹고도 남을 것 같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의 El Glop에서는 1인분 단품메뉴에 14유로 정도 하여 Menu del Dia를 하나 시키고 먹물빠에야를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 먹는 방법으로 다양한 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다. 2인분은 물가가 싼 그라나다에서는 18유로, 다른 곳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인 바르셀로나에서는 22~24유로 정도 했다.


직접 만드는 모습을 구경해보니 빠에야는 볶음밥보다는 솥밥이나 리조또에 가까웠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마늘을 튀겨내고 고기와 야채를 볶고 그 기름에 향신료를 넣어 육수를 끓여낸 후, 그 육수에 쌀을 넣어 익힌다. 노란 빛깔은 샤프란의 색이라고 한다. 나는 해산물 빠에야, 먹물 빠에야, 고기 빠에야 세 종류를 먹어 보기로 결심했고 결국 그렇게 되었다!


해산물 빠에야는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Les Quinze Nits에서 먹으려 했으나 식장의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바로 옆 가게에서 먹었다. 그러나 바삭바삭 누룽지도 없고 해산물도 적고 여러모로 실패했으므로 패스.


그라나다에서는 18유로를 주고 고기 빠에야를 먹었는데, 대성공이었다! 밥6, 고기4의 황금비율에 짭짜름한 맛이 맥주를 불러당겼다!

그라나다에서 먹은 고기 빠에야 요리. 예상보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레몬즙을 뿌려 먹으니 엄청나게 맛있다.


한편, 바르셀로나에서의 숙소가 있었던 까딸루냐 광장 근처 El Glop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먹물 빠에야를 먹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El Glop에서 먹은 먹물 빠에야. 관자가 엄청 많이 들어가서 씹는 재미와 감칠맛이 상당해서 만족했다. 접시가 작다보니 양에 비해 누릉지도 많이 생겨서 긁어먹었다.


11. 하몬(Jamón)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건조시킨 생햄. 까르푸 등지에 가면 비싼 것부터 싼 것까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한 팩에 6유로 정도 하는 것을 사서 하몽과 친해지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는데, 메론과 함께 먹어도, 전자렌지에 튀기든 익혀 먹어도 도저히 즐길 수가 없었다. 아마 내가 고기 누린내에 비위가 매우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도해보기는 쉽지만 스페인 음식 중에서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12. 상그리아 (Sangría)


레드와인에 복숭아, 레몬필, 오렌지, 서양배, 사과 등 각종 과일과 얼음을 넣어 하루 정도 담그어 향과 단맛을 낸 다음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 띤또 데 베라노와 비슷한 듯 다르다.

마드리드의 타파스바에서 먹은 2유로짜리 샹그리아. 복숭아와 오렌지가 동동 떠 있다.


론다 Nuevo다리 아래의 Don Miguel Restaurante에서 마신 샹그리아. 커다란 Jar에 나와서인지 꽤 비쌌다. 8유로 언저리였던 듯. 와인잔으로 4잔은 족히 나온다



13.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


샹그리아와 비슷한 듯 다른 음료. 샹그리아와 다른 점은 과일에 와인을 담가두는 방식이 아닌 레드와인에 소다류를 섞는다는 점. 레몬 등의 과일을 곁들여 줄 때도 있지만 그건 진짜 곁들이용으로 한 두 조각이다.  일반적으로 값이 샹그리아보다 더 싸다. 샹그리아가 한 잔에 3~4유로라면 띤또 데 베라노는 2~3유로. 샹그리아는 jar형태로 파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에는 양에 대비, 가격이 6~9유로쯤 하는 것 같았다. 검색해 보면 멋모르는 관광객은 비싼 샹그리아를 마시고, 스페냐드들은 띤또 데 베라노를 하루 종일 끼고 산다는 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향신료가 들어가기도 하고  달큰했던  샹그리아보다는  싸고 상큼한 띤또 데 베라노에 한 표!


14. 셰리주


내가 셰리주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에서였다. 다시 기억을 되돌려보니 "Hills Like White Elephants"라는 소설이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소설의 남자주인공이 마시던 Sherry라는 술의 이름이 기억에 남았다. 술 치고는 너무 예쁜 이름이 아닌가!


셰리주는 백포도로 만든 강화 포도주로서, 알콜도수가 20% 정도로 일반적인 포도주보다 독하다.


실제로 마셔보니, 아빠 양주를 한 입 훔쳐마실 때의 뜨거운 기운이 목을 따라 흐른다. 그리고 향기롭다.


15. 핀초스


사람들이 타파스하면 이미지가 바로 핀초스의 이미지인 것  같다. 보통 슬라이스한 작은 바게트 위에 토르티야, 고기, 튀김, 치즈, 앤초비 같은 것을 두세 개 쌓아서 이쑤시개로 고정시켜 놓은 모양이다.


바스크 지방에서 널리 만들어지는 음식이라서 바스크 지방의 표기형태인 pintxos로 표기하기도 한다나 보다. 스페인 지명이나 단어에  x가 들어가면 바스크 지방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2유로 정도) 쇼케이스를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좋은 음식이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핀초스바
생토마토, 치즈, 드라이드 토마토, 불에 구워 껍질을 벗긴 고추가 올라간 핀초.
핀초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저렇게 쇼케이스를 차려놓는 경우가 많다.



15. 오르차타 (Horchata)


발렌시아 지방이 기원인 줄강남콩을 압착시켜 만든 음료. 줄강남콩을 얻기 힘든 스페인 다른 지역과 남미에서는 쌀로 오르차타를 만들기 때문에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흔히 스페인식 아침햇살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맛도 비슷하지만 내가 먹은 오르차타는 아침햇살보다 질감을 묽지만 훨씬 더 달았다. 아몬드 우유, 아침햇살, 코코넛, 계피 사이의 어딘가의 맛이 난다.



16. 플란(flan)


커스터드 푸딩의 일종으로 스페인 뿐 아리나 라틴아메리카에서도 플란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디저트 메뉴로서의 위상에서 프랑스의 Crème brûlée 에 비교되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 푸딩만큼 부드러울 줄 알았는데, 내가 먹은 플란은 생각보다 더 밀도가 높고 질감이 쫀쫀했다.


17. 이베리코 돼지


이 경우 딱히 어떤 요리를 먹어야겠다가 아니라 '이베리코 돼지'가 들어간 요리를 먹어야 겠다는 막연한 결심이 있었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 반도를 대표하는 돼지 종류로 제주 흙돼지처럼 몸은 검은 빛을 띄며, 맛이 좋아 일반 돼지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고 한다.


세비야의 La Brunhilda에서 이베리코 포크로 만든 요리를 먹어볼 수 있었다.

(La Brunhilda는 한국인 사이에서 매우 입소문을 탄 것 같았다. 도착해보니 손님의 절반 정도가 한국이었다)


직접 맛 본 이베리코 돼지는 글쎄, 아주 맛있고 쫄깃한 목살구이 같은 맛이었다.

곁들여진 빨간 소스는 달콤한 맛이 낫고, 노란것은 단호박 같은 맛이 났다.


18. 감바스 알 아히요


마늘을 튀겨 내어 마늘향이 나는 올리브 오일에 생새우를 익혀낸 요리.

요즘 한국의 식당에서도 꽤 높은 빈도로 만날 수 있는 요리이다. 맛은 뭐.... 당연히 맛있다!


마드리드의 타파스 바에서. 새우라 그런지 9유로 정도 했다. 새우가 완전히 익으면 말캉한 식감이 덜하고 딱딱해지니  나오자마자 바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9. 그라나다의 생선튀김요리 (Pescaíto frito=fried fish)


올리브 오일에 튀겨낸 생선요리(Pescaíto frito=fried fish)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이다. 누군가는 이 요리가 그 유명한 영국의 Fish and Chips의 원조가 된다고 보기도 하는데, 16세기에 스페인의 유대인들에 의해 영국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튀김요리가 흔히 그러하듯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그라나다에는 생선튀김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굉장히 많은데, 굳이 그런 곳을 찾아가지 않더라도 운이 좋다면 그라나다 특유의 공짜 타파스로서 만나볼 수도 있다.


영국에서 피쉬앤 칩스를 먹어보진 못했지만 호주의 시드니에서는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먹었던 피쉬앤칩스에 비해서는 Pescaíto frito가 생선과 튀김 두께가 얇고 더 바삭하여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생선튀김과 친척뻘 되는 요리로, baby squid(꼴뚜기 같은 것)을 튀겨낸 Puntillitas도 있다. 요것은 먹어보지 못했다.



20. 바칼라오(Bacalao 대구) 요리


스페인 사람들은 생선 중에서도 바칼라오(Bacalao, 대구)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팬프라이드한 바칼라오 요리를 먹어보았는데 담백하고 부드러워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바르셀로나의 El Glop에서 Menu del Dia로 먹었다. 흰색 소스는 타르타르소스와 비슷했다.


21.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Bread with tomato, 토마토소스를 올린 빵)


판 콘 토마테는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란 지방에서 즐겨 먹는 요리이고, Menu del dia를 시키면 식전빵으로 나오기도 한다. 아침식사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여러번 구워서 바삭해진 빵 위에

1.마늘과 생 생 토마토를 문지르거나

2. 마늘을 문지른 후 갈아낸 토마토 소스를 슬쩍 얇게 발라낸다.


그냥 한 입 먹었을 때에는 별 맛이 없었는데, 주변의 현지인들이 먹는 모습을 관찰하여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리고 소금을 살짝 뿌려먹으니 훨씬 부드럽고 고소했다.



22. 보까디요(Bocadillo)


한마디로 샌드위치.

관광객의 숙소가 밀집되어 있는 거리에서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에서 '보카디요+커피 또는 쥬스'로 3~5유로에 세트로 팔기도 한다. 현지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음식으로 유명하며, 출출할 때 하나 정도 사먹기 좋다. 주로 치즈나 하몽, 초리조나 살치촌, 살라미등의 햄이 끼워져 있다. 소스는 별달리 뿌리지 않는 편인 듯 하다.


마드리드에서는 museo de jamon(하몽 박물관)을 유독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걷다 지치면 그곳에서 2유로 정도에 맥주 한 잔, 보카디요 하나를 자리에 선 채로 뚝딱! 하고 가던 길을 가면 된다.



서유럽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은 저런 미친 가격이라니! 치츠, 하몽, 초리조, 살라미, 살치촌 등을 끼운 보카디요가 단돈 1유로! (저런 경우 사이즈는 작다. 손바닥 크기 정도 )
까르푸나 시장(특히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4~5유로쯤 되면 길이는 바게트 정도, 야채와 햄, 치즈 따위가 골고루 들어간다.


23. 민트티


이것은 안달루시아, 특히 그라나다 한정이다. 마지막까지 아랍 왕조가 머물렀던 지역인만큼, 아랍문화가 아직 많이 발달했고 관광적으로도 그것을 잘 이용하는 분위기이다.


그라나다에 가면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 외에도 모로코식 찻집인 떼떼리아(Teteria), 아랍 풍의 기념품을 파는 알카세리아 거리(Alcaiceria) 등을 찾아보며 아랍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다.


떼떼리아에서 특히 마셔볼 만한 것은 민트티. 한국에서는 9천원 쯤 하는 모히또에나 들어가는 귀한 민트잎이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을 주전자에 가득가득 구겨 넣어 차를 끓여 먹는다. 뜨거운데 상쾌하다니! 무더운 그라나다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3유로쯤 한다.
민트잎이 가득가득


24. 중동 요리


스페인, 특히 안달루시아 지역은 중동요리를 맛보기에 좋은 곳이다. 실제로 모로코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많이 온다고 한다.


아래는 세비야에서 먹은 중동요리. 주인장은 모로칸, 서버는 파키스타니였다.


25. 스페인 맥주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스페인에서는 거의 매 끼니 맥주를 마셨다.

그 중 최고는 그라나다 알바이신의 바에서 마셨던 것으로, 얼려둔 점토 잔에 알함브라 맥주가 가득 들어있었다.


매끼니 이렇게 맥주를 먹는다.
알바이신에서 먹은 알함브라 맥주.




사실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정보를 알리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기억이 선명할 때 이를 남겨두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비유하자면 한국을 10일 동안 방문한 외국인이 닭갈비와 삼계탕, 찜닭과 삼겹살을 추천하는 정도의 수준일 수 있지만, 내 기억에 충실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다시 스페인을 방문하여 크게 업데이트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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