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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an 30. 2017

팬케이크의 깜찍한 변신

타코야키팬으로 덴마크식 팬케이크를

이마트에서 마음에 드는 타코야키팬을 1만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집에서 직접 타코야키를 실컷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을 느꼈던 것은 잠시. 곧 생각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했다. 타코야키에 들어갈 타코(문어)를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문어가 없었다기 보다는 문어가 너무 비쌌다. 좋은 문어는 한 마리에 5만원은 기본이고, 작게 사려고 해도 다리 하나 분량에 1만원 정도가 들었다.


이마트에서 산 타코야키팬은 요렇게 생겼다. -사진출처: 텐바이텐


그렇다고 문어를 비싸게 사서 타코야키 한 알에 눈곱만하게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타코야키팬을 산 것은 집에서 문어가 듬뿍 들어간 타코야키를 실컷 먹어보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해결책을 떠올렸다. 바로 설 제사상에 오를 문어를 살짝 챙겨오는 것! 다리 두 개쯤은 챙겨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설까지 타코야키팬을 집에서 놀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었다. 이 타코야키팬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예전에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었던 '대니쉬 팬케이크 퍼프(Danish pancake puff)'가 떠올렸다. 동글동글한 모양하며 만드는 방법까지 타코야키와 꼭 닮아서 신기했던 팬케이크.




필링으로는 주로 사과를 설탕에 졸인 것(aka사과잼)을 채우고 겉에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린다. -사진출처: http://oakden.co.uk


대니쉬 팬케이크의 정식명칙은  'æbleskiver'이다. 원어 발음은 '애블스키버'보다는 '이블스키버'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먹어오던 명절 간식이다. 12월이면 많은이들이 aebleskiver를 구워서 스칸디나비아식 데운 와인인 글뢰그(gløgg, 프랑스의 뱅쇼, 독일의 글뤼바인과 유사한 향신료를 넣고 데운 와인)를 곁들여 먹는다고.


Aebleskiver는 축제음식이기도하다. 자선장터나 지역축제, 생일파티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구가하는 음식인데, 이것은 Aebleskiver가 준비가 간편하고 만들기도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덴마크 출신자들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거의 항상 Aebleskiver가 준비되기 마련이란다.


미국 어느 도시의 '스칸디나비안 축제'에서 aebleskiver를 만드는 모습 -사진출처: http://www.goliniel.com


 Aebleskiver는 '사과 조각들'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이 도넛처럼 생긴 팬케이크의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사과를 조각으로 자른 것을 필링으로 넣어서 팬케이크를 구웠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덴마크에서는 필링으로 주로 사과조각을 설탕에 졸인 것을 넣는다.


유튜브 동영상의 댓글을 읽다보니 Aebleskiver 필링으로 딸기잼이나 누텔라를 사용하는 레시피에 대한 덴마크인들의 지적이 눈에 띈다. 딸기잼이나 누텔라는 Aebleskiver '위'에 뿌리는 것이지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Aebleskiver 안에는 반드시 사과가 들어가야 한다고.


Aebleskiver에 초콜렛 소스나 잼을 넣으려거든 반드시 토핑으로 쓰자. -사진출처: http://amedeichocolate.blogspot.kr



Aebleskiver 전용 코팅팬. 각각의 구의 직경이 타코야키팬보다 더 클뿐, 완전히 동일한 형태이다.


Aebleskiver를 만들 때는 반드시 위와 같은 전용팬이 있어야 하는데, 타코야키팬과 다를 것이 거의 없다. 다른 점이라면 Aebleskiver팬의 구의 크기가 더 크다는 것이다.



뒤집을 때는 한번에 뒤집지 않고 4분의 1면씩 돌려가며 고루 익힌다.


Aebleskiver를 구울 때는 한번에 다 뒤집지 말고 4분의 1면씩 조금씩 돌려가며 골고루 익힌다. 타코야키처럼 날카로운 꼬치를 사용해서 반죽을 찔러가며  요리조리 움직인다.



-사진출처: http://nordicfoodliving.com/


Aebleskiver를 굽는 기술은 아래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댓글을 살펴보면 그의 기술에 대한 찬사 가득이다. 무엇보다도 귀여운 덴마크 억양이 매력적이다!


Making Aebleskiver Danish Pancakes with Arne ㅣ aebleskiverarne

https://www.youtube.com/watch?v=V-h6iAh-VeM

이 동영상에서 팬케이크 퍼프 돌리는 기술을 배웠다. 4분의 1씩 돌리는 것이 핵심!



덴마크의 국민간식, Aebleskiver를 만들어보자!



재료.


-다목적용 밀가루 250g

-소금 4분의 1 티스푼

-베이킹 소다 2분의 1 티스푼

-바닐라 슈가 1 밥숟갈 또는 바닐라 익스트랙트 반티스푼

-버터밀크 2컵 (간단 버터밀크 만들기: 우유 두컵에 식초 1.5 밥숟갈 섞기)

-달걀 3개

-설탕 2 밥숟갈 이상 (기호에 맞게)


조리법


1) 밀가루 250g을 체로 거른다.



2) (1)의 밀가루에 소금 4분의 1 티스푼과 베이킹 소다 2분의 1 티스푼을 넣고 잘 섞는다.



3) 달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한다.



4) 버터밀크가 없다면 우유에 식초를 섞어 버터밀크를 만든다. (머그컵 한 컵에 0.5~1 밥숟갈 정도)


5) 달걀 흰자에 설탕을 넣고 빠르게 저어서 거품이 올라오도록 한다.



6) 달걀 노른자에 녹인 버터를 넣는다. 버터가 뜨겁다면 노른자의 응고를 막기 위해 살짝 식힌 후에 조금씩 넣어야 한다.




7) (6)의 달걀노른자에 버터밀크를 넣어 섞고,



8) (2)의 밀가루+소금+베이킹소다 믹스를 (7)의 노른자+버터밀크에 조금씩 넣어가며 잘 섞은 뒤, (5)의 달걀흰자를 넣어서 살살 저어 섞어서 반죽을 완성한다.




이 모~~든 과정이 귀찮다면! 간단하게 팬케이크믹스를 사서 사용하면 된다!




9) 타코야키팬을 데우고 버터 녹인 것을 얇게 바른다. (8)의 반죽을 각 칸이 가득 찰 정도로 붓는다.



10) 가장자리가 익어서 굳기 시작하면 나무꼬치를 이용해 반죽을 4분의 1 정도 돌린다.




11) (10)의 팬케이크 퍼프를 다시 4분의 1 정도 돌린다. 필링(초콜렛칩, 딸기잼이나 사과잼, 과일 등) 넣어도 된다. 나는 간단하게 블루베리를 한 알씩 넣었다.



12) 빈 공간이 생길 때마다 반죽을 조금씩 추가해서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13) 3번째 또는 4번째 돌렸을 때 각 면이 다 익은 상태가 된다. 모양을 점검하며 마지막으로 이리저리 굴러가며 모든 면을 잘 익혀준다.



덴마크식 팬케이크 Aebleskiver 완성!


슈가파우더는 귀찮아서 만들지 않았지만 흰 설탕을 뿌리고 블루베리를 한 알씩 올려 장식했다.



옹기종기.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맛도 좋고 모양도 귀엽고.




타코야키팬이 있다면, 덴마크식 팬케이크, Aebleskiver에 도전해보는게 어떨까?





Bon Appe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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