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대접하는 아침식사 검은콩 팬케이크
큰 원룸으로 이사하고 정말로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바로 친구가 집에서 자고 가고 싶어할 때, 선뜻 내가 융숭히 대접하겠노라고 선심을 쓸 수가 있다는 점이다.
3,4평 남짓의 공간에 욕실과 부엌, 침대, 책상, 옷장을 다 들이느라 사람이 하나만 늘어도 숨이 턱턱 막혔던 지난번의 자취방으로는 친구를 선뜻 불러들이기가 힘들었다. 이런 저런 요리를 한답시고 친구를 몇 번 불러들인 적은 있었지만 자고가라는 말은 쉽게 꺼내지 않았고, 친구들도 자고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가구를 제하고 나면 남는 바닥 크기는 여자 셋이 나란히 앉으면 가득 찰 정도. 내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도 일종의 폐쇄감에 얼른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며칠전, 친한 친구가 소개팅이 끝나면 시간이 늦는데 자고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물론!그래도 되지! 한술 더 떠서 저녁에는 근처의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 아침 집에서 브런치를 먹고 쇼핑을 하고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브런치 메뉴를 고민했다. 얼마전에 팬케이크 믹스를 직접 만들어본 것을 기억하며, 팬케이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허머스를 만들까해서 검은콩을 삶아서 냉장고에 넣었는데, 팬케이크 반죽 중 절반은 이것과 섞어서 검은콩 팬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절반은 그냥 팬케이크고, 절반은 검은콩 팬케이크로 할게! 내가 얼마전에 득템한 접시에 올려먹자! 손님보다 집주인이 더 들떠서 호들갑을 떨었다.
자취방에서도 카페에서처럼 분위기있는 브런치를 차릴 수 있다. 팬케이크만 있다면!
재료.
(사실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간단한데,)
-팬케이크 믹스(스스로 만들면 단 정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레시피는 이전의 팬케이크 레시피를 참조)
-푹 삶은 검은콩
-우유 약간
-슈가파우더
-소금
-버터 약간
조리법.
1) 부드럽게 삶은 검은콩은 믹서에 잘 갈릴 정도로 우유를 섞은 다음에 곱게 간다. 너무 질어질 정도로 우유를 넣으면 팬케이크 박죽과 섞을 때 밀가루 및 가루재료를 추가해야할 수 있다.
2) 팬케이크 반죽을 준비하고, 절반은 그대로 두고
절반은 (1)의 검은콩 간 것과 섞어준다. 팬케이크반죽 대비 검은콩의 비율은 검은콩을 좋아하는 만큼!
3) 팬을 중불로 달구고, 키친타올을 이용해 버터를 아주 얇게 발라 팬케이크를 굽는다.
코팅이 잘 된 테플론 프라이팬을 사용한다면 두 번째 팬케이크부터는 기름이나 버터를 두르지 않아도 된다. 유지류를 두르지 않고 프라이팬의 코팅력을 이용해 팬케이크를 구우면 얼룩무늬 없이 표면이 매끄러운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다.
블루베리를 얹고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카페 분위기 나는 팬케이크 완성!
만들다보니 배가 너무 고파져서 슈거파우더를 체쳐서 올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메이플 시럽이 있었다면 달콤찐득하니 입에 착착 붙었겠지만, 이렇게 담백하게 먹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 대망의 도전작, 검은콩 팬케이크.
검은콩 반죽 반, 팬케이크 반죽 반으로 하여 섞었는데도 모양이 잘나왔다.
콩이 많이 들어가서 확실히 포만감이 더 크다. 식감은 보통 팬케이크보다 더 촉촉한데, 아마도 검은콩 반죽에 섞은 우유 덕택일 것이다. 보통 팬케이크보다 더 담백하고, 두부향 같은 것이 감돈다. 평소 두부나 콩을 즐기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반대로 콩, 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담백하고 촉촉한 팬케이크를 싫어할 수가 없다.
그냥 팬케이크를 담은 접시와 한 세트인 흰 접시. 불고기나 고기찜 같은 한식 메인 메뉴를 담으려고 샀는데, 브런치 메뉴와도 잘 어울려서 뿌듯하다.
예뻐서 찰칵찰칵.
기다리던 친구를 보기 미안해져서 사진은 여기까지.
그냥 팬케이크를 먹기에 죄책감이 느껴진다면, 단백질이 풍부한 검은콩을 면죄부로 이용하자.
Bon Appe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