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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Feb 27. 2017

냉장고 재료로 뚝딱, 푸짐한 닭고기 스키야키

스키야키의 저렴하고 친근한 버전, 토리스키

일반 가정집 냉장고에 비하면 여전히 작지만 항상 냉장고에 상비하는 재료가 몇 가지 있다.


냉장실에는 달걀, 두부, 김치, 양파, 감자가  꼭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파프리카, 당근, 가지, 대파, 버섯류도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냉동실에는 냉동시킨 밥, 마늘편, 버터와 닭가슴살이 있다. 보통 대형 마트에 가서 1kg에 9900원하는 냉동 닭가슴살을 사는데, 이 편이 생닭 가슴살을 사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저렴하다. 이 닭가슴살을 해동시켜 냉장실의 채소와 함께 볶으면 건강한 한 끼를 뚝딱 만들 수 있다. 그것도 귀찮아서 라면을 자주 끓여먹는다는 것이 문제이지만.



며칠 전, 냉장고의 재료를 털어 토리스키를 만들어보았다. 토리스키는 '새(닭)'를 의미하는 단어 '토리'와 유명한 나베요리 '스키야키'의 합성어이다. 즉 닭고기로 만든 스키야키라는 것. 비싼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저렴하고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요리이다.


토리스키를 만들기 위해 사온 재료는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쑥갓뿐. 나머지는 전부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이다!



프란시스와 셰프가 이끌어가는 'cooking with dog'의 레시피를 참고했다.


Torisuki (Chicken Sukiyaki Recipe) | Cooking with Dog

https://www.youtube.com/watch?v=ry4jDXqE7lw&index=61&list=PLoVNPiL6Ea8zYSN0Vd23T3o_5TWRaAYuD





재료.


-닭다리살(다른 부위도 괜찮음) 200g :

나는 당연히 집에 있던 냉동 닭가슴살을 사용했다.


-두부 반 모~한 모:

원래 레시피에는 '야키도후'라는 불에  그슬린 두부가 들어가는데, 괜히 가스불로 비슷하게 만드려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포기해버렸다.


-버섯 약간:

원래 레시피에서는 팽이버섯과 요즘 마트에서 많이 보이는 만가닥버섯(한 봉 천 원~이천 오백 원 사이)과 비슷한 버섯을 사용했다. 집에 원래 있었던 팽이버섯만 사용했다.


-(선택) 곤약국수나 우동국수, 쌀국수 약간

-대파 한 대

-쑥갓 3~4 줄기

-달걀 1 알


<국물 재료>

-간장 4 아빠 숟갈

-설탕 4 아빠 숟갈 (취향에 따라 조절)

-청주 70ml

-물 70ml

-다시마 한 조각


조리법.


1. 닭고기를 칼로 얇게 자른다. 두께는 약 1cm 이하 정도인 듯하다.



2. (1)의 닭고기를 끓는 물에 넣어 표면이 하얗게 익을 정도로 살짝 익힌다. 닭고기 잡내를 줄이기 위한 과정이다.



3. 다시마를 우린 물에 간장과 설탕, 청주를 넣어 살짝 끓여서 국물을 준비한다.



4. 대파는 어슷썰기 하고 쑥갓은 잎과 부드러운 줄기 부분만 끊어서 손질해둔다. 팽이버섯을 씻어서 손질하고 두부는 한입 크기로 자른다.



5. 다시 육수를 끓이고, (4)의 재료를 넣어 익힌다.



6. 닭고기가 전부 익었을 때 손질한 쑥갓을 올려 잠시 끓이다 불을 끈다.


닭고기는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고, 쑥갓은 아주 살짝만 익으면 되니 끓이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닭고기 스키야키, 토리스키 완성!


스키야키가 그렇듯이 달걀을 푼 것에 건더기를 찍어먹으면 된다.



비싼 재료는 별로 없는데, 은근 한껏 차린 모양이 난다. 닭가슴살 두 덩이에 두부 한 모가 다 들어가서 그 양도 엄청나다. 배고픈 두 명이 함께 먹었는데, 밥과 함께 먹으니 배가 불러 4분의 1은 어쩔 수 없이 남겨야 했을 정도.



이 요리를 통해 쑥갓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매운탕이나 오징어찌개에나 들어가는 쓴맛의 풀인 줄로만 알았는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간장 베이스의 국물요리에서 향미를 확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하였다. 씁쓸하면서도 특유의 향기가 국물과 잘 어우러져서 다채로운 맛의 밸런스가 잡힌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귀찮아서 빼먹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전반적인 맛은 스키야키와 유사한데, 닭고기가 들어가다 보니 맛이 더 담백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다.



집에 우동면이 없어 쌀국수를 넣었는데 꽤나 괜찮은 조합이었다.



만들기 저렴하고 양은 많고 적당히 이국적이니 친구 초대 요리로 제격이다.


미니 인덕션 같은 것을 테이블 위에 두고 따뜻하게 바로 먹으면 겨울 저녁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냉장고 재료를 털어서 이런 분위기와 맛을 즐길 수 있다니.



Bon Appetit and Happy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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