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랑일랑 Mar 26. 2017

후닥닥 만들어서 후루룩 먹는 카레우동

일본식 카레우동으로 간단한 저녁식사


"오늘은 뭐 먹지?"라는 질문은 만인 공통 매일의 화두 중 하나이다. 요리가 취미가 되어버린 이상, 이런 질문은 "오늘은 뭐해 먹지?"로 살짝 변주되어 퇴근길의 내 머릿속에서 맴을 돈다. 유튜브에 '요리'동영상 폴더에 저장한 요리 목록은 벌써 100개를 넘어가고 당장 만들고 싶은 요리는 항상 대여섯 개는 있다.


그러나... 막상 집에 도착해서 꽉 끼는 옷을 벗어던지고 손발만 씻고 침대에 누우면 순식간에 몸이 어찌나 무거워지는지. 싱크대에 아침에 먹은 그릇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면 퇴근길에 보며 즐겁게 고르고 고른 레시피가 무거운 짐짝이 되어 어깨를 짓누른다. 그거 만들어야 되는데... 냉장고 속 재료도 시들시들한 것이 지금 쓰면 타이밍이 딱인데... 라면이나 끓여먹자니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재료들의 다 죽어가는 소리가 왱왱 울린다. 냉장고 안 사망 직전 재료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유통기한이 5일 지난 두부 한 모(냄새는 멀쩡!)

-뿌리부터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버섯

-껍질 바깥 부분이 물러서 녹아내리기 시작한 양파

-냉장실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쭈글쭈글해진 홍고추

-뿌리채소라 지구력이 있어서 그나마 쌩쌩해 보이는 산 지 일주일 지난 당근


이 요리를 만든 날 원래 무슨 요리를 만드려 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냉장고 정리 만병통치약인 카레를 만드는 것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냉장고 속에서 상해 가고 있는 이 재료들, 카레가 아니면 누가 살릴 수 있으랴! 게다가 재료 다듬기만 다해놓으면 그다음은 눈 감고도 만들 정도로 간단하다!



[오늘의 레시피]

다시마 국물을 사용한 일본식 카레 우동

The Best Curry Udon Noodles Recipe with Dashi Broth | Cooking with Dog

https://www.youtube.com/watch?v=KT2UvDOP2qw

.



재료.


1인분 기준 (각종 재료가 많아 실제로는 1.5인분 정도)


-우동면 1인분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50g(나는 닭가슴살 한 조각을 다 넣었다)

-양파 반 개~1개 가늘게 썬 것

-버섯 한 움큼(50g)

-당근 3분의 1 뿌리(10~20g)

-카레가루 또는 고형 카레 1인분~2인분(면 외 기타 재료의 양에 따라 조절)

-다시다물 250ml(미리 준비해둔 것이 없으면 생수 사용)

-설탕 1 티스푼(설탕 대신 미림을 넣어도 좋다)

-간장 1 티스푼~간 하고 싶은 만큼


* 두부는 원래 레시피에는 없었지만 유통기간이 지난 두부를 구제하기 위해 내가 추가한 것이다.





조리법.


1) 오일을 두른 팬이나 냄비 바닥에 대파를 넣고 대파가 살짝 그을릴 정도까지 볶는다. 다 볶은 대파는 따로 꺼내 둔다. 야채 등 다른 재료가 들어가면 아무때나 다시 넣어주면 된다.




2. 손질한 당근, 양파, 버섯 등 야채를 팬에 넣고 볶는다.



3. 야채가 살짝 익기 시작할 때 얇게 썬 고기를 넣고  익힌다.



4. 카레가루나 고형 카레를 넣고 재료와 잘 섞는다.



5. 다시마 육수를 넣고 끓인다. 적당한 농도가 거의 다 되었다 싶을 때 설탕과 간장, 소금으로 간을 한다. 두부가 있다면 두부도 넣는다.



6. 우동면을 따로 삶는다. 우동면을 건져 얼음을 넣은 찬물에 헹구면 우동면이 더 탱글탱글해진다고 한다.



7. 삶은 우동면을 카레소스에 넣어 다시 살짝 끓인다.



카레우동 완성!



매일 거의 같은 플레이팅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릇보다는 테이블 매트가 몇 개 없기 때문인 듯하다! 다음번에 이케아를 갈 일이 있으면 양껏 장만해와야겠다.



그릇은 프랑프랑, 젓가락 받침은 일본 다이소에서 구입한 것. 집에서 라면을 제하면 국물이 있는 면요리를 할 일이 없어 이 면기를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카레우동과 잘 어울려서 참 기분이 좋다.



먹으면서 살짝 싱겁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원래 레시피에서 두부 한 모를 추가해 넣었는데 싱겁지 않을 수가 없는 거였다. 카레분말을 넉넉히 넣고 소금 간장 간을 팍팍 보면 식당에서 파는 카레를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따로 담아 저녁으로 먹은 것 외에, 딱 이만큼이 더 남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어두었다. 이걸로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한 큐에 해결되었다.



카레야, 너라는 요리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푸딩은 이 푸딩과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