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삼 형제를 키워 낸 자녀 교육 스토리
연년생으로 둘째를 임신했을 때 친정 엄마가 책을 선물로 주셨다. 제목은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 책의 두께가 꽤나 두껍고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느라 책을 읽지 못했는데, 매일 티격태격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아들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졌을 때 이 책이 다시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삼 형제 중에 첫 째인 에제키엘 이매뉴얼이 쓴 책으로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교수이자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며 (책이 발간되었을 기준) 의학협회 회원이다. 생명윤리와 종양학계를 이끌어가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오바마 행정부 관리 예산처장의 보건의료정책 특별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둘째 람 이매뉴얼은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에 크게 기여하며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으며 셋째 아리 이매뉴얼은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드라마 '안투라지' 시리즈에 나오는 아리 골드의 실제 모델이다.
삼 형제가 언론 인터뷰를 할 때 '어머니가 시리얼에 무엇을 넣으셨나'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이 삼 형제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이 들은 달랑 25달러를 가지고 미국으로 이민 온 베냐민 이매뉴얼의 세 아들들로 지극히 평범한 준상층 가정에서 자랐다. 이런 평범한 가정에서 뛰어난 인물이 셋이나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아버지인 베냐민 이매뉴얼은 병원과 개인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끼쳤다. 그는 의학을 사랑했고 뛰어난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 신처럼 대접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진료비를 정당하게 청구하였으며,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낼 수 있는 만큼만 진료비를 내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무료로 진료를 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 마샤 이매뉴얼은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이었다. 가족을 위해 포기한 배움의 기회, 경력, 그 밖의 많은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시위나 운동을 통해 저항 정신을 발산했다. 그녀는 백인들의 야유 속에서도 백인과 똑같은 교육 기회를 요구하는 흑인 학부모 시위대 편에 섰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틴 루터 킹이 이끈 시카고 평화 행진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 집회에 참가하는 모험심과 자부심 강한 의협심 넘치는 어머니였다. 삼 형제는 어렸지만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나이와 인종을 불문하고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은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매뉴얼 부부는 최소한의 규칙을 세우되 그것만은 반드시 지키게 했다고 한다. 어른들이 쓰는 표현으로라도 아이들의 생각을 말하도록 격려했고, 휴가지를 정하거나 영화 선정을 할 때도 아이들과 상의를 했다고 한다.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게 했고 그 관심사를 파고들 때 최선을 다해 지지하고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뭐든지 스스로 결정하고 집안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험을 해 본 아이는 늘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거나 자기가 무력하다고 느끼는 대신 자기에게 힘이 있고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의견이 있으면 그것을 발전시키고, 자기가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도록 키워졌을 때 자기주장이 강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웃 부부가 정신 질환으로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을 때, 이매뉴얼 부부는 그 부부의 아이, 찰리를 1년 동안 맡아 키운다. 소아과 의사인 아빠와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애쓰는 어머니는 흔쾌히 찰리를 맡았고 바로 식탁에 한 자리를 마련하고 침대를 하나 더 사서 배치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아이를 치료해 줄 심리 치료사를 찾았고, 삼 형제는 아이가 이 집안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고 한다. 삼 형제는 찰리와의 인연을 통해 자식에게 많은 것을 주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것을 행운으로 여겼고, 다른 이들의 고통이 추상적이거나 우리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가 아님을 배웠다고 한다. 스스로를 돌볼 수 없었던 어린 나이의 찰리는 자신의 통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일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고, 누군가가 충분한 관심을 갖고 행동했을 때에야 비로소 도움을 받았으며, 어떤 문제에 대해 팔짱 끼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고 한다. 이 일을 통해 좋은 일을 해서 타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또한 마샤 이매뉴얼은 인종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시위 참가를 하며 감옥에 다녀오기도 하고 또 다양한 지부 모임을 종종 이들의 집에서 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집의 삼 형제는 어깨너머로 부모님이 권위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고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하여 이매뉴얼가의 아이들은 제복을 입었거나 배지를 달았거나 흰 가운을 입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말이 곧 결론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아이들이 되었다고 한다.
한 예로, 장남 이재키얼은 4학년 사회시간에 주제를 하나 골라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읽는 과제에서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택했고, 발표 차례에 미군 사망자 수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하고 같은 반 친구들을 향해 미국은 과거에 거의 혹은 전혀 교류가 없던 작은 나라에서 전례 없이 큰 대가를 치르는 전쟁을 벌여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이들은 앤시 에밋이라는 학교에 다녔다. 이곳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하루에 한 시간 반씩 히브리어 수업을 했다. 학교에서는 예술, 음악, 영화 등의 활동과 종교 수업을 통해 이들이 자랑스러운 민족이며 자신들이 더 큰 그림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 주는 고대의 공동 유산을 발견했다고 한다.
정치 시위, 발레, 클래식 음악 콘서트나 영화 관람 같은 어른들의 활동은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하였으며 이런 경험에 쓰는 돈은 모두 생활비를 아껴서 모은 돈이었다고 한다. 가끔은 본인들이 가난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저렴한 브랜드의 옷을 입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렇게 희생해서 모은 돈으로 문화적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알고 있었으며, 평상시에 절약해서 산 덕분에 여름이면 이스라엘이나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커다란 맥락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데에 여행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고 이매뉴얼 부부는 믿었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결국엔 콩심콩 팥심팥이 정답이었다. 열심히 가정을 위해 성실히 일하는 아빠와 인권 운동 등을 통해 약자를 돕는 엄마 사이에서 이 삼 형제는 멋진 성인들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절약을 통해 본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인 문화활동, 구제 그리고 여행에 소비를 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요즘 읽고 있는 김누리 교수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는 민주주의자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며, 불의에 분노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태도를 지난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매뉴얼 부부는 분명 세 아들들을 훌륭한 민주주의자로 키웠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었다.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을 읽고 난 후 바로 읽기 시작한 책이 김누리 교수님의 책이었는데 이매뉴얼 부부의 교육관과 민주주의자에 대한 정의가 소름 끼칠 정도로 일맥상통하여 많이 놀랐다.
두 형제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의 학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알며, 약자와 공감하고 연대하는 그리고 사회적 통념과 권력에 의문을 품고 불의에 지혜롭게 저항하며 사람들을 좌절하게 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로 크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