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상황에 맞게 말이나 글로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제대로’ 표현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진다.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했는데도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있다. 어렵사리 취직을 해서 상사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나 기획서를 작성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몇 번 지적을 받다 보면 비로소 생각정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고 복잡한 생각정리 도구나 기업 내에서도 컨설턴트 수준의 소수의 엘리트들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고난도 스킬을 강조하고 싶지 않다. 생각 정리의 기본 원리를 알고 날마다 조금씩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생각정리 ‘습관 형성’이 포인트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생각정리 도구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가는 것은 아니다. 생각정리 기본 원리들을 다시 리뷰해보고 거기에 적합한 3가지 정도 유용한 생각정리 도구들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나름 공부도 잘하고 스터디 모임을 주도하며 프로젝트 발표도 잘했다. 그러던 그(녀)가 입사 지원서에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생각만큼 글발이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생각 속에서는 빙빙 돌고 입으로는 몇 마디가 나오는 데 정작 글로 쓰고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급기야 영어보다 모국어인 한국말이 어렵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게 취직을 해서 보통 3~4개월 정도 지나면 보고서 작성의 압박이 시작된다. 자신의 생각을 쭉 나열해서 보고서를 쓰거나 발표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요즘은 재떨이가 날아오지는 않지만) 상사의 냉담한 반응과 주변 동료들의 갸우뚱거리며 의아한 표정에 금세 주눅이 들고 만다. 즐겨 보던 만화 ‘미생(未生)’의 주인공과 자신의 모습의 겹쳐지면서 ‘미생’이 왜 히트를 쳤는지 온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모든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던가. 온라인 보고서 작성 교육 과정을 듣고 기획의 신이 집필한 베스트셀러를 읽기 시작한다. 맥킨지 컨설턴트가 사용한다는 보고서 포맷과 분석 프레임 워크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로직 트리(Logic Tree), 미시(MECE), 3C 분석, 2x2 매트릭스, 4P분석, 5 Forces 모델, 7S 분석, 3x3의 9칸 구조의 만다라트에 이르기까지 생각정리 도구들의 기세에 눌리고 만다.
보고서나 기획서를 잘 쓰게 해 준다는 책이나 강의는 일단 엄청(?) 재미가 없다는 게 첫 번째 함정이다. 두 번째 함정은 나름 열정적으로 강의를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돌아서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세 번째 함정은 위에서 열거한 생각정리 도구 외에 300여 개의 생각정리 툴(Tool)이나 프레임 워크(Framework)가 있다는 사실이다.
의사들이 처방전을 쓸 때 멋있게 갈겨쓰는 필체를 따라 할 수 없듯이, 유명 기획 강사나 보고서 저자들이 사용하는 생각정리 도구들을 막상 써보려고 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 내에서도 거창한 생각정리 툴이나 프레임워크를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전체 구성원의 20% 미만이다.
25년간 대기업에서 영업, 경영혁신, 기획, SCM 등 다양한 부서에서 보고서나 기획서를 써 본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렇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핵심적인 생각정리 법칙이나 원칙을 염두에 두고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생각정리를 날마다 조금씩 습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혁신과 SCM 업무를 하면서 유명 글로벌 컨설팅 펌인 맥킨지, 에이티커니, 베어링 포인트 등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관찰하고 경험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그들은 날마다 1일 보고서를 쓰고, 한 장의 파워 포인트라도 작성해야 밥을 먹는다.
그들이 습관적으로 날마다 1일 프로젝트 진척 보고서를 쓰듯이 우리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자료들을 가지고 생각정리를 습관화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해서 진짜 인정받는 보고서나 기획서를 쓸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만의 관점을 반영하여 파워포인트로 정리하는 방법이 생각정리의 지름길이다. 대충 느낌 정도만 적고 마는 독후감을 백 날 써본들 보고서나 기획서를 잘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회사에서도 경영혁신 부서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한 권의 책을 요약해서 파워포인트로 작성하는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 이유는 실용서들이 논리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요약하는 과정을 통해 저자의 생각 패턴을 파악해서 자신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포인트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키워드를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거기에 덧 붙여 반드시 일상이나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반대) 의견이나 주장을 써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보고서나 기획서를 쓸 때도 자신만의 콘셉트를 잡아서 내세울 수 있다.
필자의 실제 (업무) 경험을 살려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