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안 해서라고 단정 할 순 없지만, 먹다 남은 음식이 늘 있었고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벌레가 나올 틈이 많아 보였다.
나는 청소에 약간의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잔소리는 따로 할지라도 가끔 내가 직접 아이들 방을 뒤집어엎는 식으로 청소를 대행해왔다. 이러면 안 되는데-하면서 내 만족 하에 그냥 했다.
가끔은 아이들이 잘 보이는 곳에 경고문을 붙이기도 했었다.
<0월 0일까지 청소 안 할 시 벌금 만원>
경고문에 대한 반발은 항상 있었다.
"나는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나의 비난도 항상 뒤따랐다.
"그래? 그럼 너네 더럽고 냄새나니까 가까이 오지 마."
그래서인지 못내(?) 기한 내로 미션을 끝내곤 했다.
청소를 싫어하거나 왜 필요한지 모르는 아이들이 꽤 많다.
발 디딜 곳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공간의 정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줘도 아이들에겐 추상적일 뿐이다.
그래서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라면, 꼭 필요한 개념은 이해가 아니라 주입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데 청소를 좀 하면 어떨까? X
이래서 저래서 청소해야 돼 △
청소해 O
뭐, 민주적인 요즘 육아스타일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주입되다 보면 싫으나 좋으나 습관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지저분함이 익숙해진 딸들에게 가장 큰 효과를 본 건 보상금 지급이었다.
잘못하면 벌, 잘하면 보상을 준다는 건 아주 단순한 규칙인데 그 쉬운 걸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데에는 사실 어려움이 많았다. 보상의 기준이 자녀와 내가 너무 다른 것이문제였달까.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나름의 밀당전략으로 싸워보고는 있지만 양 쪽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엄마: 기간 내 청소 불이행 시 벌금 만원
딸: 내가 쓰는 방인데 웬 참견이셔?
딸: 기간 내 청소 이행시 용돈 만원
엄마: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웬 보상을?
그럼에도 금전적 딜은 논리가 통하지 않을 때 최고의 차선책이었다.
방정리에 대한 의견충돌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나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면서 청소를 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한번은 숙제를 놔두고 등교한 딸에게 다급한 구조요청이 왔는데, 그걸 빌미로 방청소계획안을 받아낸 적도 있었다. 청소를 주제로 시시콜콜한 편지를 쓰다가 왠지 구차해 보여 쪽지로 대체해 붙여두기도 했다.
어쩐 일로 스스로 정리를 할 때면
'인생네컷 이렇게 쌓아두지 말고 앨범이라도 사'라고 둘러대며 용돈을 주기도 했다. 분위기 따라 상황 따라 적절하게 정리요구를 들이밀었다. 점점 잘 먹히는 건 내 스킬이 늘어나서일까 아니면 크면서 저절로 되는 부분이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