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시간부터 학원 시간, 귀가 시간이 2명 이상 일치하는 날이 없다.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다.
외식? 배달? 그런거 우리집엔 없다. 집밥만 먹어도 예산초과다.
그래서 저녁엔 상차림을 다섯번이나 해야 했다.
나는 일을 벌리는 스타일인건지, 그걸 또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차려주는 편이다..
-저녁시간에 대한 TMI-
(나는 4시부터 10시까지 분신술을 쓴다..)
4시에 막내딸이 하원하면 바로 저녁준비를 하고 5시에 둘이 먼저 저녁을 먹는다.막내를 먹이기 위해 내가 같이 먹는 것이다. 그보다 늦어지면 막내는 틀림없이 꾸벅꾸벅 존다.
6시 전 중딩 둘째딸 초딩 셋째아들이 들어왔다가 곧 태권도장에 갈 예정에 놓인다. 둘이 같이 먹으면 좋겠지만 소화불량이 있는 둘째는 운동 전 식사를 하면 탈이 나므로 빈 속으로 도장에 간다. 셋째는 누나랑 시간을 맞추기엔 너무 자주 배고프니 저녁을 먹고 출발해야 한다.
6시반 쯤 둘째셋째가 가면 난 막내 간식을 챙겨주고 청소기를 돌린 뒤 1차 설거지를 한다.
7시 반쯤 되면 신랑이 퇴근하고 온다. 또 밥을 차린다. 남편이 식사하는 동안 막내를 씻기고 나와서 2차 설거지를 한다.
8시 반이 되면 태권도를 마친 둘째가 귀가해 네번째 상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9시 반, 고딩 큰딸이 하교해 밥상을 기다린다. 차려준 뒤 막내를 재우고 나와서 3차 설거지를 하고 셋째의 간식을 챙겨준다.
저녁 식사시간 대통합 작전
비교적 여유로운 낮시간대에 식사준비를 마치고 저녁 때는 상차림만 하는 방법으로 지내보기도 했다. 저녁시간은 좀 편해졌는데 내가 글을 쓰고 글씨를 쓰는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집안일과 육아를 벗어던지고 오로지 '내 할 일'에 집중할 낮시간은 기필코 사수해야 했다. 음식이 아닌 피치못할 일이 안그래도 많았으니까. 누군가 아프다거나, 학부모상담이라거나, 집수리가 있거나, 관공서를 가야한다거나, 아무튼 내 시간에 끼어드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와중에 친정엄마가 같이 점심먹자고 호출이라도 하면 그게 그렇게 부담스러웠다.
이런 사정을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대충은 알고 있던 남편이 급식코너를 제안했었다.
식당에 가면 있는 셀프 반찬 코너를 이용해 보았는가. 정말 편리할 것 같았다.
그러나 5시부터 10시까지 5시간동안 실온에 음식을 둘 수 없으니 식당용 냉장기기를 설치하던지(X) 결국 냉장고에 있는 반찬통을 직접 꺼냈다 넣었다 하는 방법인데, 시물레이션 결과 지금과 크게 달라질게 없었다. 그냥 받아들여야 했다. 자식이 넷인데 그럼 일이 많지 한가롭겠냐고.
하지만 이대로는 버거웠다.
나도 나만의 티타임을 가져야 했으므로 아이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했다.
식사시간을 적당히 5시 반 쯤으로 타협하고자 한다.
"엄마가 저녁에 상을 다섯 번 차려."
아이들은 몰랐다. 흠칫 놀라는 눈치다.
상관없다. 호의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우선 나와 막내의 식사시간을 30분 미루기로 했다. 둘째에겐 운동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저녁을 먹고운동 후 간식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셋째는 그냥 5시 30분까지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과 큰딸의 밥상, 둘째와 셋째의 저녁간식은 귀가예정시간에 맞춰 미리 준비하기로 했다.
일단 여기까지다. 이제는 세 번만, 남편이 식사를 하고 오는 날엔 두 번만 차리면 된다. 아이 신나.
다 큰 것들이 국 있고 반찬 있고 하면 알아서 차려 먹으면 될 것이지 내가 언제까지 일일이 챙겨줘야 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 큰 것들'을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들은 절.대.로. 엄마의 바람대로 챙겨먹지 않는다. 좋다고 라면을 끓이거나 시리얼에 우유를 붓겠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온식구들에게 알아서 먹으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냥 받아들여야 했다. 자식이 넷인데 그럼 일이 많지 한가롭겠냐고.
앞으로도 이런 생활은 계속될테지.
챙겨먹이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사진첩에 빼곡하다. 초간단 반찬 만들기 레시피를 캡쳐했거나 식단표 등이다. 영양성분을 분석하면서 한땀한땀 요리할 역량은 없지만 내 새끼한테 엄마밥상 챙겨줬단 사실이 온전한 기쁨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나는 오늘도 쿠*로켓플레c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