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밑미
아이유에게 ‘하나의 노래로 기억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유는 “여한 없이 살다 떠났을 때 ‘마음’으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그 많은 히트곡들 중에 '마음'을 고른 것도 의외였지만 더 마음에 와닿은 대답은 그 이유였다. 그녀는 “내 마음속 가장 좋은 부분만 뜰채로 떠서 만든 곡”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마음속 좋은 부분을 '뜰채'로 떠서 만든 곡이라니. 역시 아이유 최고. 어쩜 저런 단어로 자기가 아끼는 노래를 설명할 수 있는 걸까. 참 예쁜 표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 대답은 오랫동안 맘속에 남았다.
이 대답을 다시 떠올린 것은 밑미 1주년 글을 읽었을 때였다. 우연히 알게 된 밑미 리추얼을 1년 정도 해오면서(물론 중간에 쉬기도 했지만) '왜 나는 밑미 리추얼을 일 년째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날 리추얼 메이트들과 댓글을 달며 알 수 있었다. 리추얼 메이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할 때의 나는 내 마음속 가장 좋은 마음을 건져내어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물론 그 방에서의 내가 전부가 아니란 것은 안다. 나는 종종 신경질적이며 늘 친절하게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도 못한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 거다. 그렇지만 아무리 오늘 거지 같은 일이 있어도, 때로 못난 모습을 보여도, 리추얼 방에서만큼은 나의 가장 좋은 부분만 멤버들에게 주고 싶다. 그 마음으로 멤버들의 글을 읽고 응원한다. 함께 하는 리추얼 메이트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들도 어딘가에서는 나만큼이나 보통의 사람들이겠지. 하지만 그 방에서 우리는 우리 마음속 가장 좋은 부분을 뜰채로 떠서 서로에게 준다. 그걸 서로 알고 또 믿고 있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마음껏 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약해졌을 때 우리는 자주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그렇게 종종 나를 마주하고, 서로 응원하다 보면 다시 '진짜 나'에게도 멤버들에게 응원하듯, 내 맘속 반짝거리는 부분을 건져 올려 나눠주기 시작한다. '진짜 나'를 찾는 것에서 나아가 '진짜 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연결되는 건강하고 행복한 커뮤니티를 만든다'라는 게 밑미의 미션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총 4개의 리추얼을 하며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이 있다면 목표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리추얼을 하다 보면 리추얼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90%, 100% 이런 달성률이 아니라 매일 내가 나를 챙겨주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고, 리추얼을 바쁜 일상 속에서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잘하고 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밑미 메이트들이 도와준다. 오늘 달성을 하든 안 하든, 좋은 기분으로 리추얼을 했든 슬픈 마음으로 겨우 해냈든, 서로를 응원한다. 그걸 알기에 달성률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나도 응원하게 된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나를 더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다.
처음 리추얼을 시작할 때, "그걸 7만 원씩이나 내고 왜 해?"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나도 잘 대답하지 못했다.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요즘은 자기 계발 앱, 프로그램이 정말 많아졌고 성공하면 성공률에 따라 돈을 환급받을 수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년 정도 밑미와 함께 하고 나니, 이제는 조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곳, 그리고 그들과 함께라면 '진짜 나'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예쁜 마음을 뜰채로 떠서 응원해 주는 메이트들이 있고 그 속에서 선명해지는 나를 만날 수 있다.
밑미의 궁극적인 경쟁자가 '소셜미디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밑미가 정말로 인스타그램만큼이나 대성했으면 좋겠다. 처음 들었을 때는 나이키의 경쟁자가 닌텐도라는 그런 조금 먼 전략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밑미 리추얼 밴드방에 들어가서 글을 쓰고 서로 응원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는 것만큼 자연스러워진 걸 보면 꽤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다. 무엇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장 예쁜 마음을 보여주고 편하게 자신을 찾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밑미 1주년 때 쓴 글 (벌써 3주년이 되어간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