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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1. 2021

멘털이 강하시네요

강철 멘털  과거 회상기(초등 저학년 편)


얼마 전에 한 학부모님으로부터 “멘털이 강하시네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지간한 일로 쉽게 좌절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하루 이틀 속 끓이고 나면 툴툴 털고 일어나는 강한 멘털의 소유자 맞습니다. 

제대로 보셨습니다.


문득, 언제부터 나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분명 태어날 때부터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무언가 큰 계기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초등학교 때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강원도 바닷가 항구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경상도가 고향인 부모님은 할머니의 맛봐라 시월드에 견디지 못해 아는 이 하나 없는 강원도로 도주하듯이 오셨다고 합니다. 얼마되지 않는 돈을 가지고 단칸방을 겨우 얻어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들었을때 그돈으로 집을 나올 생각을 하셨다니라는 느낌만 어렴풋이 있습니다. 좋은 집을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겠죠. 언덕이 높고 여러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아직 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 촬영장으로 유명한 낭만적 장소지만 제 기억에는 그냥 높은 곳에 집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곳에서 몇 년 간 두 분이서 열심히 일하셔서 시내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자연스레 시골 내 '시내'라고 불리는 곳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장면입니다. 작은 시가지 안에서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있다고 전학 간 첫날 교감선생님이 저에게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쪽 학교에서는 다람쥐도 잡고 그러면서 뛰어놀았지? 여기는 시내라 그러지는 못해.” 30분이면 올 거리인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그때가 초등 2학년 때였습니다. 전학 온 아이들은 한순간의 친구들의 관심 대상이 되죠. 저도 그랬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주변에 몰려들고 친구 하자고 했죠. 그때 아주 예쁘게 생긴, 주변에 친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던 친구가 저를 끼워주겠다고 합니다. 전학 오자마자 인싸가 될 수 있는 기회인데 안 잡을 수가 있나요. 그래서 그 친구와 무리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싸한 기운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예쁜 친구가 점심시간만 되면 무리들을 빼돌립니다. 저와 같이 밥을 먹지 않겠다면서요. 그때 당시 맞벌이로 바쁘셨던 부모님께서 도시락 반찬을 신경 써주실 시간이 없으셔서 제가 아침마다 집에 입는 찬으로 도시락을 싸 갔습니다. 늘 있던 반찬은 쉽게 상하지 않는 김치류와 콩자반이었기에 그것을 자주 가져갔죠. 한 친구가 그럽니다. 이제 염소똥 가져오면 같이 안 먹겠다고. 그렇다고 바쁘신 부모님을 졸라서 진수성찬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일찌감치 철이 든 큰딸이었거든요.

 
결국에는 도시락 사건이 따돌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왕따’가 되었던 일이었습니다. 전학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는데 친구들에게 소외받기까지 하니 어린 초등 2학년 인생에 가장 큰 절망감을 느껴본 시기였던 것 같아요.

 


도시락을 같이 먹기 싫어서 피하기 시작하던 친구들은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이제는 학교 가는 것조차도 두렵고 점심시간이 되는 것은 더욱 괴로웠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점차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모두 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렇게 괴로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초등학교 생활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해야 하는데 이렇게 다닐 수는 없다고요. 여기서 왕따로 낙인찍히면 초등생활 내내, 더 나아가 인생 자체가 우울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썼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무리의 우두머리였던 예쁘장한 그 친구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무리로 있을 때보다 한 명씩 있음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서요. 그 아인, 이야기를 좀 하자는 저의 말을 무시하고 도망을 가는 거예요. 그냥 따라갔을 뿐인데 저를 무서워하더라고요. 따라가면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해볼 만하다. 사실 따라가는 저도 무서웠거든요. 그 친구가 어떻게 나올지.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 아이 집 앞까지 갔죠. 집 앞에 다다라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들어가는 거예요. 나올 때까지 가지 않을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엄마로 보이는 분과 같이 나오더라고요. 뒤에 숨어서요. 순간 어라? 뭐지? 별거 아니었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뒤에 숨다니. 그 친구의 엄마는 화난 얼굴로 저에게 따지듯이 물으셨습니다. 왜 아이를 따라오냐고요. 도망가지 않았어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 엄마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까지요. 지금 생각하면 당돌한 아이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요. 상황은 바꿀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그 이후 초등생활이 어땠냐고요. 아주 편안했습니다. 두렵다고 숨어버렸으면 초등생활 내내 조용한 아이로 지냈을 것 같아요. 성격도 변했을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으로 초등생활 내내 주변에 친구들 많은 유머러스한 아이로 잘 자랐습니다.

가끔 친구들의 따돌림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상담을 해오면 우스개반 진심반으로 말해줍니다. 한 녀석만 잡아라^^. 뭉치면 강하지만 흩어지면 약해지는 게 사람 본성. 한 친구 한 친구 진심 어린 대화를 해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 보라고 합니다.

두렵다고 피하지 말고 직면해보아라.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정면으로 마주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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