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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21. 2021

아이는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었다

양육관이 바뀌었던 계기가 있었어요.

양육 에피소드1


“여보세요? 혹시 민서,민성이 어머님이셔요? 아이가 이를 빼겠다고 왔는데 확인차 전화드렸습니다.” 


학교 앞 치과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그 당시 아이들은 7살, 8살, 연년생 남매.그리고 셋째가 태어나 2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첫 진료 때 진료카드를 쓰고 병원위치를 알려주고 나서는 아이들이 혼자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7살 유치원생이 이를 빼겠다고 보호자도 없이 온 모습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이 적잖이 놀라신 듯합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이가 흔들리거나 정기 검진이 필요할 때는 남매끼리 병원을 갔습니다.


픽사베이 제공이미지


같은 건물 같은 층에 가정의학과가 있어 감기기운이 있거나 접종이 필요할 때도 아이들끼리 다녔습니다. 이를 처음 빼로 간날 아들은 많이 두려웠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빠진 이를 목걸이처럼 걸 수 있는 케이스에 담아 자랑스럽게 두르고 왔습니다. 이때 칭찬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몇 번의 경험으로 이제는 병원쯤은 당연히 혼자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삼아 미용실에도 아이들끼리 보내봤더니 예상대로 그쪽 원장님도 당황하셨습니다. 그 미용실에 아이들끼리 온 손님은 처음 이었던 듯합니다. 어떤 스타일로 해야하는지 물어오는 전화를 받느라 저또한 분주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가기 전에 미리 이렇게 자르고 와라, 혹은 이렇게 파마를 해라고 알려주면 알아서 하고 왔습니다. 엄마의 일이 조금씩 줄어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씩 주도권(?)을 넘겨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시작한 건 지인인 일본인 친구 메라 덕분입니다. 


픽사베이 제공이미지

퇴근하고 집으로 온 남편은 약간의 격앙된 목소리로 오늘 아침에 아주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6살쯤 되는 남자아이가 우리 아이들과 같은 유치원가방을 메고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고요. 


혼자서 등원하는 아이의 모습에 남편은 많이 놀란 듯했습니다. 짐작되는 사람이 있어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혹시.. 메라상 둘째 혼자 유치원 등원하나요?” 

그 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 맞은편 동네에 살던 일본인 메라네는 8차선도로를 건너야 유치원에 등원할 수 있었습니다. 맞다는 말에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유치원 바로 뒷단지에 살았는데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엄마들의 양육방식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가까운 서점에 가서 일본엄마들의 자녀교육에 관한 도서를 두 어 권 정도 읽어보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거라는 것을요. 한겨울에도 반팔에 반바지를 입혀 보내는 어떻게 보면 독한(?) 엄마들이 바로 옆나라 일본 엄마들이었습니다. 독립적이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일본엄마들은 어쩌면 독하다 싶을 정도의 양육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들도 그렇게 자라왔기에 자신의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메라상의 큰아이는 방학 때마다 혼자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계신 외할머니댁에 갑니다. 초등 3학년 때 혼자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한번 크게 놀랐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우기로 결심한 날이었습니다. 우선 유치원에 혼자 등하원하는 연습부터 시켰습니다. 선생님들은 불안하신지 처음  한 달 간은 정문앞까지 같이 나와주시고는 하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남매들끼리 등하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연년생 아이들이라 조금 부담감은 덜 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란히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들은 지금은 같이 가기 싫다고 서로의 등교시간을 피해 따로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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