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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pr 20. 2023

나는 직원의 그릇인가? 사장의 그릇인가?

반성해봅시다1


“여보세요? 0000이죠? 궁금한 게 있는데요. 00에 매장을 하나 내려고 하는데 토탈비용과 절차를 알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평소 관심 많았던 업종의 창업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혼자 알아보고 짐작하는 시간에 그 분야에 먼저 뛰어든 사람이나 도움을 줄 만한 업체에 전화하는 게 빠르다. 그리고 빠르게 판단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안정된 직장이 아닌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해야 이루어지는 일들을 해 왔던지라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도 혼자 모든 과정을 알아보고 나서야 가족에게 통보한다.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부모님은 어엿한 명함 한 장 없이 천방지축으로 일하고 다니는 큰딸이 못마땅하셨을 거다.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는 버릇은 결혼을 하고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가끔 자금력이 부족할 때만 예외적으로 남편에게 먼저 보고를 한다. 

흙수저에 가까운 어린 시절을 보내온 덕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실패를 하더라도 감당이 가능한 수준에서 일을 저지르기에 인생 전체가 흔들릴만한 타격도 받지 않는다(그정도로 아직 큰 사업은 해보지 못했다).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0부터 다시 시작할 용기도 충분하다. 뭣이 두려운가?     


 


그런데, 사실 두려운 게 있다. 나 자신이다. 

배포도 용기도 모두 갖췄는데 나의 그릇의 크기가 두렵다. 

나는 사장의 모습을 한 직원의 그릇이다. 

업장을 여러 개 운영할 때마다 느끼는 건 ‘사람이 가장 어렵다’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믿다가도 다시 돌아본다. 진짜 믿을 만한 사람인지 종종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믿지 못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일에 내가 관여되어 있다. 

심지어 새벽 6시 반에 업장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내모습을 볼 때마다 사업을 더이상 키울 수 없음을 느끼게 해준다. 나의 그릇이 직원을 담을 크기만큼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직원들은 스스로 판단하기를 꺼려하고 모든 것을 나를 통해 결정한다. 나날이 바빠지고, 피곤해질 뿐이었다. 어느 날은 누가 직원이고 사장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직원들은 정시에 가볍게 퇴근하는데 나만 홀로 밤늦은 시간까지 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몇 시간을 자고 날이 밝는대로 다시 업장을 돌며 청소를 하고 있다. 직원에게 맡기거나 외주를 주면 편할 것을 자발적으로 몸을 혹사시킨다. 보다 못한 남편은 그렇게 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직원들이 일할 수 있게 해 주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직원들에게 본업 외에 허드렛일까지 시키고 싶지 않다고는 말하지만 속마음은 믿음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내 손을 거쳐야 완벽해진다. 내가 이곳에서 가장 일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이런 태도는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그러다 보니 쉬는 주말에도 엉덩이붙이고 앉아있을 새가 없다. 

모든 걸 혼자 다 하려는 것은 결코 부지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상대를 못 믿는 것이다.      


‘언젠가는 큰일을 할거야.’ 입버릇처럼 말한다. 

큰일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힘으로는 안된다. 그건 너무나도 잘 아는 사실이다. 

사람이 자산이다. 믿음을 주고 지켜봐주고 그 사람이 스스로 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직원시절에 일 좀 잘했다고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이 해주어야 하는 파트가 있고 사장이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사장은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직원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관여해서는 안된다.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장이 직원들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들을 신뢰하고 지원해야 한다. 사장이 직원들을 믿고 일을 맡길 때, 직원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업무 수행과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결국 큰일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장이 직원 마인드로 일을 처리하면, 성장은 힘들다. 사장이 모든 업무를 직접 처리하거나, 직원들의 역할을 감시, 제한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업무들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더 높은 수준의 업무 수행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고, 신뢰해야 할 수 있는 큰 그릇이 되어야겠다.     


 


어쩌다 보니, 오늘도 반성의 글로 마무리.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몸부림 중.    

크게 쓰이는 그릇이 될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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