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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pr 19. 2023

질문을 잘해야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다.

작정하고 에세이7

     

인공지능시대, 챗 GPT를 써보고 매번 느끼는 바이다. 질문이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인공지능이어도 엉뚱한 답변을 쏟아놓는다. 우문현답은 인공지능에는 통하지 않았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한 아이가 질문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질문의 포인트를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질문조차 이해할 수 없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할지 나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질문을 정확하게 해봐, 그러면 선생님이 거기에 가장 알맞은 답을 할 수 있어. 원하는 걸 정확하게 물어봐줘”     

갑자기 기억은

1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갑니다.      

푸르게 펼쳐진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 호텔의 1층 레스토랑.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 부모님이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어색한 분위기에 질문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엄마는 아버님께 물어 보신다.

“형제분이 어떻게 되시나요?”

“네, 10남매입니다.”

잠시 귀를 의심하고, ‘내가 아는 10이 그 ’십‘이 맞지?’

“아, 네....” 엄마는 10초 동안 정지화면, 당황하는 기색이시더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를 다시 한 번 인지하시고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으시는 듯 했다.  

상견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묻는다. 

“너 알고 있었냐? 아버님 형제가 열 분이나 되는 거? 제사가 13번이나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아니, 몰랐어, 놀랍네. 와우”

결혼 앞둔 신부는 그 어떤 어려움도 현실적으로 상상해내기 힘들다. 모든 걸 이겨낼 수 있고, 핑크빛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풍부한 상상력만 존재할 뿐. 

부모님은 잘 모시고 갔는지 확인차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그리고, 묻는다. 

“저기...그런데............,아버님 형제가 열 분이나 되셔요?”

“네.”

“아...............,제사도 13번 있어요?”

“네”

경상도 남자의 특유의 무뚝뚝함을 잠시 엿봤다. 

긴 대답법은 안 배운 듯하다. 

“왜 말 안했어요?”

“안 물어봤잖아요.”

“아....”          



결혼 이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전세금을 마련하는데 40프로 이상이 대출이라든지, 회사를 찾아갔는데 기존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든지. 승진을 한다든지. 

여러 가지 일들을 뒤늦게 알고 질문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은

“안 물어봐서 말 안 했을 뿐인데....”

‘이 남자, 뭐지?’


그때 이후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바로 질문한다. 

안 물어봐서 말 해줬다는 그 남자, 지금의 남편. 

이제는 질문을 틀리게 해서 다르게 답변을 했다고 한다. 

정확하게 묻지 않아서 그 정도만 답을 했다고 한다.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나의 잘못이라고 하는 

‘이 매력떵거리.’     



그러면 어떤 식으로 질문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새벽마다 읽고 있는 김승호 회장의 <사장학개론>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질문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거론해본다. 


주제는 나쁜 지시와 올바른 지시이다. 

나쁜 지시의 예:

10월에 만료되는 카드 갱신해 주세요.

변호사가 서류 한 장 보냈답니다. 검토해 주세요.

올바른 지시의 예: 

10월에 만기 되는 글로벌앤트리 카드를 9월 말일 전에 갱신해 주세요. 

변호사가 뉴욕 5번가 건물 매입 건 관련 서류를 보내왔네요. 검토 후 의견을 내일 3시까지 주세요.      

덧붙여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명확한 지시를 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시기와 목적물이 구체적으로 직시 돼야 한다.

오해나 분석의 여지가 들어가는 것을 최대로 줄이고 자신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업무 지시를 받는 사람이 반드시 그 일의 배경이나 목적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질문에 대입시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질문해야 질문을 받은 사람은 그 질문의 배경이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           


오늘 남편에게 물어봐야겠다.

“4월 7일 오후 3시 21분에 마트에 가서 아이들 000를 사지 않고, 더 비싼 0000를 산 연유는 무엇때문입니까? 이유있습니까?”

남편이 가끔 나에게 “깜빡이 좀 켜고 말을 해.”라고 하는 것처럼 방향지시등에 라이트까지 켜고서 정확하게 질문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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