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Jan 02. 2022

인간실력

인간실격, 오타, 인간실력-무엇도 되지 못한 40대




"아부지 나는 아무것도 못됐어"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 대학원 시절 학점이수를 위해 문학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근대 작가들 중 한 작품을 선정해 연구발표하는 수업이었다. 많이 알려진 작가들은 왠지 교수님이 잘 알고 계실 것 같고, 발표를 해도 잘 모르실 것 같은 작가로 선정한다는 게 ‘나만 몰랐던 다자이 오사무’였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던 작품이었다. 전공이 아닌 수업인데다 처음 접했던 작가이었기에 대충 준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다자이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공감하게 된다면 작품을 이해하기도 수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10여년 전에 읽어본 작품이라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암울하고 우울했던 그 기억은 지금도 책장에 꽂혀있는 책의 표지만 봐도 되살아난다.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한국인 정서와 맞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예상대로 기대치만큼의 시청률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본방을 보지 못한 나도 뒤늦게 넷플리스를 통해 몰아봤다.      

예상대로 첫 회부터 느껴지는 우울함....

어쩌면 예전 그 감정이 다시 떠오를까봐 그게 두려워 보기를 꺼렸는지도 모르겠다. 

긍정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있던 나는 격한 감정의 변화가 요동칠 것 같음 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첫 회를 플레이시켰다.

예상대로, 우울했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에 더해 가슴에 한 올 한 올 꽂히는 대사들에 몰입되어갔다.    




”아부지 나는 아무것도 못됐어“

부정의 이 한마디에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던 부정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 말이다.  

더이상 지킬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서른 초반, 수많은 꿈들을 뒤로 하고 강사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고 자기체면이라도 걸듯 사람들에게 했던 말, 

"전 40이 되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에요.“

40하고도 3년이 지난 지금 드라마 대사 한 줄에 서른 초반의 그때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꿈꿔왔던 성공이란 모습도 떠올려보았다.     



 

“언젠가 마흔이 넘으면 서울이 아닌 어느 곳에 작은 내 집이 있고 빨래 널어 말릴 마당이나 그게 아니면 작은 서재가 있고,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 그리고 운이 좋으면 내 이름의 책이 있는 그게 실패하지 않은 삶이라고, 그게 아버지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그냥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 인간실격 부정의 유서 中>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마흔이 넘으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말이다. 여주인공 부정이의 대사처럼 집에서부터 결혼생활,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도 아닌 막연하게 훌륭한 사람이라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훌륭한 사람=성공이라는 등식으로 생각한 것 같다. 

실패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성공한 삶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나는 지금껏 성공을 향해 손을 뻗어 왔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 이렇다 할 만큼 손에 잡히는 성과를 이룬 것은 없다. 욕심이 과한 것일까.

부정이가 말하는 실패하지 않은 삶의 형태에 비한다면, 실패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성공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냥 나쁜 거야. 이유가 없어. 길에서 고생하면서 키워준 아버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려고 했는데 노력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부정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려 했는데 노력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동안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앞만 보고 왔는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고 달려온 것만 같은 내자신이 투영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아무 것도 되지 못한 40대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공감되어 눈물이 났다. 그동안 나는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던가?

부정이 아버지에게 어린아이마냥 울음을 터트리며 말하는 장면에서

7년 전 봄, 무엇이 되지 못한 딸의 모습만 보여드리고 보내드린 아버지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무엇이 되기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부정의 아버지가 말한다.     

아버지가 계셨어도 같음 말씀을 해주셨을 것 같다.


jtbc인간실격드라마 네이버이미지




인간실격을 급히 치다가 인간실력이라고 쳤다. 한 인간으로써 갖춰야할 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실격당한 인간, 그리고 그 사람의 실력, 왠지 모르게 연상되는 조합이라 제목은 그대로 적어보았다. 





작가의 이전글 ‘N잡러에서 프로일잘러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