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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01. 2022

‘N잡러에서 프로일잘러로’

집중하는 삶

 

21년을 마무리하는 이 시간.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녀 마냥 끊임없이 자아찾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 누군가는 대단하다는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정작 제 자신은 여전히 갈피를 못잡아 헤매고 있는데 주변의 과대평가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하는 착각의 늪에 빠져있기도 했습니다.  



21년은 개인적으로 더 혼란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는 법, 새로운 메타시대로 빠르게 편승하는 법을 배우고 있을 때, 이방인이 된 듯 떠돌고 있는 모습이 세상 한 가운데서 한없이 작게 느껴졌습니다.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이것저것 잡히는 데로 독서를 하다보니 어느덧 130권이 넘는 독서를 했더군요. 

마음을 다잡을 수 없고 혼란스러울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독서와 더불어 조금씩 쓰기 시작한 것이 올 한해 전자책을 몇 권내고 브런치에 도전장을 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이렇다 할 만한 성과도 없고, 그동안 노력했던 것에 비해 결과가 미미하다는 것에 늘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내색만 안 했을 뿐이죠. 남은 자존심은 지켜야 했으니깐요. 

공부도 할만큼 하고 지금의 나이가 되도록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늘 누군가에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직업명을 대면 두 번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는 그런 명확한 직업이었다면....

설명을 하는 동안 자존감은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앉습니다.      

매해 성공하기 위해 잘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발버둥을 열심히 치면 칠수록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제자리 헤엄을 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리에서 뱅글뱅글...

세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데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돌고 있는 느낌은 언제 침몰할지 모를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올해는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문제점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문제가 무엇인지 조차 인지를 못했기에 해답을 찾을 수도 없었던 겁니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답이 나올 수 있을까요.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저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으니깐요.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한 가지 직업에 몰두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쉽게 질려버리고 끈기가 없는 성격 탓에 여러 직업을 전전했었죠. 좋게 봐서 경험이 다양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저라는 사람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지켜보며 옆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성공으로 가는 길을 걸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일을 해보았습니다. 어떨 때는 2~3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지기도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N잡러’였죠. 직업이 여러 개라고 하면 모두들 부럽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확실히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깊지 않은 웅덩이를 여러 개 파는 형상입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도 된다. 언젠가는 그러한 점들이 선이 되는 날이 올 거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기 위해서는 점과 점사이에 이어지는 보이지 않은 무수한 점들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점과 점사이의 관련성이 있어야 합니다.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점사이에 무수히 작은 점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힘든 일입니다. 이 말은 즉, N잡을 하더라도 서로 연관성이 있는 일로 이어져야 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사진작가, 강연가를 하는 식으로요. 

연결고리가 희미한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어느 한 웅덩이도 제대로 팔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22년 올 한 해를 다잡고 갈 인생키워드는 버리기와 채우기입니다. 쓸모없는 물건, 생각, 일은 모두 비우고, 몰두할 수 있는 집중의 시간으로 꽉 채우는 1년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무턱대고 시작부터 하던 일들을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중요한 업무나 꼭 필요한 활동 위주로 해나가려 합니다. 온몸에 힘을 빼고 수면으로 올라오기 위해 어떻게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힘만 빠지던 제자리 헤엄은 힘 있는 발차기 몇 번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두어야겠습니다.      

N잡러에서 이제는 프로라는 말을 듣는 일잘하는 사람, 일잘러로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는 한 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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