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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an 04. 2022

본질과 형식에 대한 고민을 해보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 君子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 연후 군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바탕(본질)이 꾸밈을 이기면 거칠어지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화려한 겉치레에 흐르니, 바탕과 꾸밈이 조화를 이룬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     




대학 1년때였다. 한창 놀며 꾸미기 좋아할 나이에 공부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하면 할수록 더 배워야 할 것과 익혀야 할 것이 많아짐이 첩첩산중에 갇힌 느낌이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이치를 밝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하는 과정인데 배움이 깊어질수록 헤어나오기 힘든 숲속 같았다. 20대 풋풋한 나이에 화장도 하고 예쁘게 꾸미고 나가서 첫 사회생활인 캠퍼스생활을 누려야 하는데 화장하는 시간, 옷을 갖춰 입는 시간마저 아깝다고 여길 때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머릿속을 지성으로 가득 채우면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봐 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빛날 것이다. 

새벽 7시부터 자정이 될 때까지 도서관에 박혀 이곳의 책을 모두 읽어버리겠다는 나름 큰포부를 갖고 누가봐도 재미없는 1학년을 보냈다. 학문의 즐거움에는 파묻혀 있었지만 대학생활의 즐거움은 느끼지 못했던 그런 때였다.      





2학년이 되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우연치 않게 머리에 돈을 좀 썼다. 염색과 파마를 했는데 주변 반응이 다르다. 화장도 조금씩 곁들였더니 예쁘다는 말도 가끔 들었다. 어딜 가든 환영받는다. 

내면의 가치가 아닌 외면의 아름다움도 중요하다는 것을 눈뜨던 순간이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1학년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로 학교를 다녔다. 그때 처음, 남자친구도 생겼다. 

내면을 가득 채우면 남들이 알아봐 줄 것이라는 다소 실험적인 생각을 하던 나는 외면의 아름다움도 적당히 곁들여져야 내면을 보여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였다. 외모도 가꾸기 시작한 것이...

외꺼풀에 사나워 보이던 눈에 쌍꺼풀을 만들고 머리는 긴 웨이브, 항상 신경 써서 옷을 골라 입었다. 외모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적 가치를 채우는 일을 등한시 된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에서 예쁘게 치장을 하고 가면 누구든 알아봐 주는 것이다. 그 재미 또한 내면을 쌓는 것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었다.      





외모로 본질과 형식을 단정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예인 것 같아 이야기해 보았다. 이 외에도 본질과 형식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주는 사례들은 일상 곳곳에 있다.      

아무리 값비싼 선물이라도 신문지로 돌돌 말아 건네면 제값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세상에 이로운 학문을 공부하더라고 시기 적절하게 시류라는 형식을 갖춰 내놓지 않으면 죽은 학문이 된다. 유익한 생각을 널리 알리고 싶고 그 뜻이 진실하더라도 적당히 형식을 갖춰 하지 않는다면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본질이 중요하냐 형식이 중요하냐, 양자택일을 하라는 것은 다소 어리석다. 공자는 일찍이 그것의 본질을 알아본 듯하다.


 ‘본질없는 형식은 껍데기이고, 형식없는 본질은 창고에 쌓일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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