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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n 13. 2023

엄마는 두 수 위


둘째 여동생은 23살, 대학도 채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취직했다. 

세 자매 중에 가장 먼저 취직을 하고, 뒤이어 막내, 그리고 나. 

그래서 결혼을 할 때도 모아둔 돈이 없어서 달랑 카드 한 장 가지고 뻔뻔하게 결혼했다. 경제적인 감이 무뎠던지라 돈을 어떻게 모으고 쓰는지 공부해보지 못했다. 

우리 세 자매 중에서 가장 먼저 차를 구매한 것도 둘째, 그리고 셋째, 그리고 나. 

경제에 무지하다 보니 모든 면에서 스타트가 느리다. 


결혼을 해서도 가장 먼저 집을 산 건 둘째.

저축도 꼬박꼬박하고 재테크도 똑소리가 나는 듯하다. 직접적으로 물어보진 않았는데 통장에 현금이 제법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단 쓰고 보는 나는 특히나 가족들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절대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라는 건 잘 쓰면 된다. 특히 가족에게 쓰는 건 돈을 버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둘째는 경제관념이 너무나도 해박해서인지 돈 씀씀이에 살짝 인색하다. 연봉도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허투루 쓰지 않는다. 계산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나와는 뼛속까지 차원이 다르다. 계산적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주변의 사람도 계산을 하게 된다. 가족들은 더. 돈을 아끼는 건 좋은데 가족한테까지 인색한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엄마에게도 가끔 인색한 모습을 보여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가끔 하신다. 눈치 빠른 막내동생도 식구들과 있을 때는 아낌없이 돈을 쓰다가 언젠가부터 둘째와 있을 때는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며칠 전 둘째가 놀러 왔을 때의 일이다. 사나흘 동안 좋은 꿈을 꾸신다며 누가 이 꿈을 좀 사라고 하신다. 

내가 사겠다고 말할 틈도 없이 둘째가 엄마에게 만원을 건넨다.

운전 중이었던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식구니깐. 가족이니깐. 누구래도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게 아닌가. 

꿈을 산 동생은 근처 복권방에 세워달라고 한다. 뛰어 들어가더니 제법 여러 장을 사들고 온다. 엄마에게 한 두장 정도 드리겠지하던 나의 바램과는 달리 동생의 지갑으로 모두 들어가 버린다. 

‘역시’     


꿈 이야기를 나눌 때는 근처에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식사비며 아이들 간식비, 심지어 조카들 장난감 비용까지 모두 내가 지불했다. 그러면 솔직히 양심이 있다면 ‘언니도 한 장 가져?’정도는 해야 하는게 아닌가. 


말은 못하고 속으로 욕심이 참 대단하다고 욕하고 있었다.      

동생이 가고 나서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복권방 다녀와.”

“어? 아까 꿈 파셨잖아요.”

“저렇게 욕심 있는 애 돈으로 사면 재수 있댔어. 빨리 사서 너 가져.”

동생한테 꿈판돈으로 받은 만원짜리를 건네시며 복권 사서 너하라고 하신다. 


‘울 엄마, 역시 고수다. 고수. 엄마는 역시 두 수 위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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