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Oct 05. 2023

다재다능의 함정

"동대문 다녀올게요."

"왜 갑자기 동대문을 간다는 거야? 무슨일 있어?"

"아니, 이불천 좀 사오게요."

"이불? 지난주에 새이불 샀잖아."

"직접 만드려고, 오랫만에 재봉틀 좀 돌리려고."

"아니야. 아니야. 그냥 사서 쓰자. 글쓰기로 바쁘다며, 집에서 글써."

"이불 만들어 줄게."

"아니야, 됐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어때."




지난 주말의 대화다. 

그리고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나에게, 


시간과 재능을 허비하고 있는 일 중에 대표적인 것은 방대한 관심사다. 그리고 다재다능이라는 불리는 잡기들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그로 인해 재능이 많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관심이 많다"와 "재능이 많다"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진 사람을 다재다능하다고 칭하며, 그런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항상 긍정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심이 많다"는 말은 때로는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 관심사가 너무 다양하면 그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 채널을 돌리며 TV를 보는 것과 같다. 한 프로그램에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아 결국 어떤 프로그램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재능이 많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재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재능이 많다는 것이 '아무것도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여러 분야의 재능을 키워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재다능하다', '어디서든 잘 해낼 것 같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며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바로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한다면, 진정한 전문성을 가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그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나는 어느 한 분야에서도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 그 결과, 나는 '잘하는 것'과 '진정으로 전문가인 것' 사이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관심사와 재능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들을 모두 관리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 그것을 깊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더 가치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재다능함과 다양한 관심사는 매력적인 말이다. 그 매력 속에는 함정이 숨어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다재다능함과 다양한 관심사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것처럼 생각되어지지만 숨겨진 함정은 우리가 진정한 목표와 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함정에 빠져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진정한 관심과 재능에 집중하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성형외과를 다녀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