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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Sep 10. 2023

성형외과를 다녀왔습니다.

쌍꺼풀일지 1


오전 10시 20분 예약.

막내 유치원 차량 등원을 배웅하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향했다. 

30여 분을 달려 일산의 한 병원에 도착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일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곳에서 성형수술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지하 1층 주차장은 벌써 만석이다. 2층으로 내려가 겨우 한 자리를 발견하고 급하게 차를 세운다. 

예약까지 1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5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문이 열린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손님으로 붐빈다. 연령도 다양하다.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데스크에 앉아 있는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예약하고 왔습니다.”     

처음 내원이라는 말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도록 전자패드를 내민다. 

주민번호와 주소까지 입력하고 자리에 앉았다. 

5분쯤 기다렸을까. 이름을 부른다.      

“000님?”

“네?”

“고객님,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원장님 뵈러 갈게요.”

“네.”

대표원장님을 만나러 가는 복도 양쪽으로 상담실과 관리실이 즐비해 있다. 유명한 만큼 규모도 컸다. 

원장실 벽면은 유리로 되어있는데, 유리 전체가 원장님의 흑백 얼굴 사진이다. 

‘하악.’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안내직원이 먼저 문을 열고 알린다.

“원장님, 000님 상담오셨습니다.”

“네, 들어오라고 하세요.”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 눈 상담오셨죠?”

“네.”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불편한 건 없는데, 예뻐지려고요.”

“아, 그렇죠.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불편해서라기 보다는 미적인 부분 때문에 오십니다. 자, 그럼 한번 볼까요.”

의자를 끌어 가까이 다가오시더니, 철사 같은 도구를 들고 쌍꺼풀라인을 만들어 본다.

“눈을 크게 떠보세요.”

‘번쩍’

“더 힘을 줘서 떠보세요.‘

’버언쩍‘

”아, 평소 졸려보인다는 말씀 많이 들으시죠?“

”아...아니요. 그런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못돼 보인다는 말은 많이 듣습니다.“

희미하게. ”풉“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분명 ’풉‘하고 웃는 소리 들은 것 같은데...

’웃기려고 한 건 아닌데 .사실인데 말입니다.‘

”원인이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눈꼬리의 경사는 보통 이 정도입니다. 그런데 환자분 같은 경우에는 그것보다 2도 정도 더 올라가 있어요. 그러니 그런 인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역시 못돼 보이는 이유는 눈꼬리였다.‘

”그래서, 이런 수술을 권해드립니다. 일단 앞쪽의 쌍꺼풀을 크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뒤쪽이 내려가게 보이게 합니다. 그리고 눈매를 교정하고는 뒤를 살짝 트면 눈꼬리가 내려와 보일 겁니다.“

”아.“

”소요시간은 대략 1시간 30분 정도고요. 자~, 거울을 들어보세요.“

한 손에 거울을 들려주시고는 좀 전에 들었던 철사같은 도구를 다시 든다. 

”이렇게 눈 앞머리 쪽을 크게 만듭니다.“

순간 머릿속에는 ”눈을 왜 그렇게 떠?“하는 sns상의 유명한 릴스가 생각난다.      

”혹시 궁금하시거나 질문 있으실까요?“

”아니요.“

”그럼, 밖에서 실장님하고 수술비용 상담 잘 받으시고 예약 잡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원장실 맞은편 상담실에 들어가 있으니 곧이어 상담 부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눈고민으로 오셨죠. 잠시만요. 차트를 보고 설명을 드릴게요.“

”네.“

”원장님이 이러이러한 수술 방법을 권하셨네요. 지금 어디가 가장 불편하실까요?“

”아..불편한 건 없는데...“

사실, 불편한 건 없다. 

쌍꺼풀이 짝짝이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화장할 때마다 아이라이너가 눈두덩이에 묻어나와서 하루에 몇 번씩 눈가를 확인해야 하는 정도가 불편이라고 하면 불편일까. 

”고객님, 상담받고 바로 결정하심 오늘 저의 권한으로 50만원정도를 할인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요?“ 마음에 동요가 인다. 결정하고 갈까.‘

그래도 주부가 몇 백 만원을 한순간에 결정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돌아가서 오늘 중으로 결정해서 전화 다시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오늘 꼭 연락 주십시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계속 생각 난다.          

’띠리링~‘

”오빠, 나야, 바쁘지? 방금 성형외과 상담받고 왔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네, 해도 될까?“

’해~. 하고 싶어 하던 거잖아.”

“그렇긴 한데 이달 지출도 만만치 않고.”

“그래도 해요.”

“아...그래, 그럼 말이 나와서 그런데 수술이 가능한 날짜가 이번주 토요일이래. 근데 그날 오빠 생일이잖아.”

“뭐, 어때, 괜찮아. 그날 해.”

“말이 또 나와서 그런데 오빠가 같이 가야해.”

“내가.”

“어.”

“왜?”

“운전을 못하잖아.”

“아..”

“그래서 말인데, 방금 생각났어.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오빠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나이 오십에 반평생만에 예쁜 와이프를 선물해 주겠다. 남은 50년을 예쁜 와이프와 함께, 어때?”

“그게..왜 또 그렇게 되지?”

“응, 그런 거야. 그냥.”     

곧장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그날 예약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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