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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Dec 04. 2023

흔들리는 건 바람이 아니라 나다.

특별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 1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내 삶에 대한 결정은 때로는 쉽게 내려지지만, 내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결정은 항상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합니다. 특히나 세 아이의 엄마로서, 각각 다른 성격과 특기를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한결같은 답이 없는 난제와도 같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큰아이와 둘째를 보며 부모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고학년이 된 큰아이는 이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독립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아이는 한 살 터울이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부모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는 아이라 안심이 되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아이입니다. 셋째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그리고 잘 키울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에 큰아이, 둘째에게 보여준 당연한 것들조차 해주지 않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자유분방합니다. 피아노를 배운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음악을 만들겠다며 앉아있고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같은 느낌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아이를 보면, 자유롭게 키워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세 아이 모두가 각자 다른 개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 부모로서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육아에 대한 답안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육아서적이나 선배들의 조언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상했던 문제들은 예상대로 풀리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마다 전혀 다른 유형의 새로운 문제들로 다가옵니다.     


육아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로 가득합니다. 주말 저녁에 진지하게 앞으로의 학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자율적으로 공부해온 아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학습을 제안했을 때,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도전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부모의 의견을 들어주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자꾸만 밀려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이게 옳은 방법일까? 맞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것은 결국 제 자신이 흔들리며 느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며칠 전 큰아이와 같은 시기에 딸을 낳은 지인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목동 중심가에 사는 지인은 요즘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숲 어린이집에 다니며 천진난만하게 자연을 탐험하던 저희 아이들은 목동 지인의 아이들을 만나고 오는 날에는 살짝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형 영어 학원에 다니며 파닉스 노래를 부르고, 영어 단어를 술술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큰아이의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우리 아이만 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마음에 그날 바로 영어 학습 선생님을 불러 보기도 했습니다. 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이 그 동네에서 가장 많이 노는 아이라고 합니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들 교육 케어에 한계가 있다고도 하더군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년 전부터는 육아 휴직을 내서 아이들 케어에 직접 나섰습니다.      


평일 오전에 학교에 있을 시간에 두 아이와 함께 양떼목장에서 놀고 있다는 그녀는 짧게 한 숨을 쉬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 업무를 하다 보니, 다른 일로 전화를 걸었다가도 늘 아이들 교육 이야기가 먼저 나오곤 합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도 여전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길이 있는데 어느 길로 보내야 할지,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다는 그녀의 고민은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다 보니 유초등 시절에 했던 고민과는 깊이가 달라질 것입니다.


영어와 수학의 공부 방향,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랐겠지만, 저는 그녀에게 우리 아이들이 요즘 음악과 미술에 빠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예체능을 아직도 시키냐며 놀란 눈치였습니다. 혹시 예중이나 예고를 목표로 하는 큰 그림이 있는지도 궁금해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을 때 미술과 음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오래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더이상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때 스스로가 결정하게 해 줄거라는 말도 이어서 해주었습니다.      

예체능 전공을 시킬 생각도 없고, 영어와 수학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도 하지 않고 있는 저는 아마도 무지한 엄마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진짜 제생각을 보여줬습니다. 저도 많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엄마지만 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전햅니다.  

 "그런데, 지연아. 우리도 마흔이 넘은 나이에 미래에 대해 많이 불안해 하잖아. 아이들은 얼마나 더 불안하겠어.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건, 우리보다 아이들이 더 불안할 거야. 그런 아이들에게 삶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부터 들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작은 고민과 선택이라도 스스로 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그런 마음으로 삶을 대하길 바라."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 급하게 마무리합니다. 뒷이야기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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