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주워담으려고 글을 씁니다.
넘치는 말은 내뱉으면 주워 담기 힘들다. 한번 흘려보내면 누구에게로 갔는지 어디까지 다닿았는지 알 길이 없다. 말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서 한번 지나가면 다시 잡을 수 없다. 주워담지 못하는 말을 줄이려고 글을 쓴다. 언젠가 내가 뱉은 말들을 거둬들이고 싶은 순간이 올까봐.
쓰기의 말들은 함부로 내뱉는 말과 달리 잘 정제된다. 무엇이든 다듬어지지 않는 것은 서툴고 투박하다. 쓰기의 말들은 마치 정교하게 다듬어진 보석과 같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잘 알고 쓰고 있는 것일까를 몇 번이고 검증하며 써 내려간다. 세공의 순간이다. 함부로 내뱉는 말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과 달리, 글로 적힌 말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형태와 무게를 간직한다.
무엇이든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본질이 진실할지라도 서툴고 투박한 면모를 드러낸다. 말과 글의 세계에서도 여실히 보여진다. 우리가 생각을 말로 할 때 그 순간의 감정이나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내뱉어지기 쉽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다르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제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성숙한 표현을 찾아낸다.
글은 시간을 선물받는다. 말은 순간적이고 반응적이지만, 글은 고민하고 숙고할 시간을 허락한다. 글을 쓰며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무게를 느낀다.
허공에 흩어진 말들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아끼고 글로 마음을 남겨두려 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 대신, 언젠가는 주워담을 수도 있는 글을 신중하게 써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