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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Feb 26. 2024

사는 이유도 가지가지

인생은 코미디가 아닌, 정극


헤드셋을 하나 살까 싶어 쿠#앱을 연다.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지만 색상은 고집한다. 브라운색이 주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검색어에 브라운색 헤드셋이라고 써넣는다. 몇 초도 걸리지 않고 눈앞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펼쳐진다. 브라운이라고 하기에는 하얀색이 살짝 더 들어간 느낌의 모카색 헤드셋이 눈에 띈다. 상품평을 읽어본다. 1518개의 상품평. 상품평은 대부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물건을 사게 된 이유는...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산다는 엄마, 운동을 하는데 음악이 듣고 싶어 산다는 분, 전화통화를 위해 사는 사람, 귀가 아픈 이어폰보다는 자극을 덜주는 헤드셋을 사려는 학생, 달리기를 하는 데 동네 멋쟁이 오빠가 끼고 달리던 무선 헤드셋을 갖고 싶어 사보았다는 여자분, 병원 입을 위해 미리 준비했다는 분, 유튜브 강의를 듣는 남편을 위해 선물하려는 아내분, 귀가 예민해 이어폰을 사용하지 못해 산다는 분까지 사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어쩌면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부여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지금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 물건이 필요한 현재의 상황과 그 필요성.      


물건을 사는 이유도, 우리가 인생을 사는 이유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석가능하다. 사는 데는 제각기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명예를, 어떤 이는 사랑을, 또 어떤 이는 자아실현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러한 목표들이 항상 분명하거나 일관적이지는 않다. 분명히 딱히 명확한 이유가 없이 샀는데 사고 나니 명분을 붙여가면서 산 이유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을 통해 자신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물건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 미가 쌓여가는 식이다.      

물건을 사는 행위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은 모두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삶이 언제나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괜찮다. 필요해서 사는 건지 사고 나서 필요한 이유를 찾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필요해서, 혹은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선택한 것들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삶도 그냥 사는대로 사는 것 같지만 살아가면서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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