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정극이 아닌, 코미디
‘어부지리’
도요새와 방합의 싸움에서 어부가 뜻밖의 이득을 얻는다.
최근에 어부지리와 같은 경험이 있었다. 그 속의 어부는 바로 나다. 남편은 모르는 나만 아는
‘어부’스토리. 이 이야기를 글감으로 쓰고 싶은데, 어쩌면 글이 한없이 심각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머릿속에 반짝 불이 들어온다.
곁에 있던 남편에게 말한다.
“오빠오빠오빠, 글감이 떠올랐어. 어부 지리고요~~, 어때 어? 지리고요~~ 어떠냐고?”
싸늘한 눈빛. 짧은 탄식
“어휴~.”
늘 이런 식이다. 우리의 대화는.
장난끼 가득한 와이프와 세상 진지는 모두 잡수신듯한 진지한 남편.
“넌 왜 매번 장난식이냐. 인생이 장난이냐?”
마트에게 잔뜩 산 무거운 짐을 나눠 들고 가다가 장난을 거는 와이프에게 한마디 건넨다.
“진지하게 산다고 달라질 것 있나? 힘들수록 재미를 찾아야지,”
이렇게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인생을 바라보지만, 그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장난스러운 성향은 어릴 때부터였다. 힘이 든다고 생각할수록 웃고 장난으로 넘기고 하던 일들이 이런 특유의 성격을 만들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쩌면 루쉰의 ‘광인일기’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광인이 바라본 세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다른 면들을 드러난다. 그의 눈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가끔은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며, 다르게 본다면 그 속에 또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나라고 삶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겁다. 하루에 몇 번이나 지금의 일을 포기하고 싶고,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육아도 지치고 거기에 돈벌이까지 해야 하는 현실도 힘들다. 언제 끝날지 모를 반복되는 삶이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럴수록 웃는다. 그럴수록 이것도 인생의 한 모습이라고 웃어넘겼다. 달리 뾰족한 방법은 없다. 웃는 수 밖에.
인생의 힘든 순간들 속에서도 웃음과 긍정의 힘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장난스러운 듯 살지만 진심으로 살아가는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다.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느낄 수 있다면 언제든 난 장난끼 가득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인생이 항상 장난처럼 가볍고 즐거울 수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무겁고 진지하기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또다른 눈’을 떠보자.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어부'가 되어 소소한 재미들을 낚아채어 볼 수도 있다. “인생이 장난이냐?”는 말을 들을지언정,
장난끼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것과 인생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힘든 삶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삶의 무게가 새털처럼 가벼이 여겨지기를 바란다.
이른 새벽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현관을 나서려던 남편은 말한다.
“난 정말 결혼을 잘한 것 같아. 세상에 이렇게 밝은 사람이 있다니, 나에게 없는 밝은 면을 가진 당신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