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효리언니 덕이에요.
인생은 정극이 아닌, 코미디
요 며칠 이슈가 되고 있는 가수 이효리의 국민대 졸업 축의 연상을 보고 있다.
얼마나 멋진 말을 했기에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그들에게 마음 와닿는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7분 남짓한 연설을 들으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랑 같네, 어머어머, 저건 내가 하고 싶었던, 평소 하던 이야기야.’
- 누구의 조언도 듣지 마라. 인생 독고다이라 생각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고 싶은 거 해라.
브런치글을 통해서도 주변 지인들, 혹은 나의 아이들에게 늘 하던 이야기다.
어쩜 이렇게 생각이 같을까.
효리씨와는 내적 친밀감이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격동의 시대 79년.
그리고, 더 결정적인 건! 그녀 덕에 계획에 없던 결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를 보세요. 이건 배에 힘을 주고 발음하셔야 정확해요. 목으로 소리를 내면 소리가 새어나가요. 정확한 발음이 안 나와요. 따라해 보세요. 하! 히! 후! 헤! 호!”
“하! 히! 후! 헤! 호!” 배에 잔뜩 힘을 주고서는 강사의 가르침을 따라한다.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수업을 듣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는 그들에게 재밌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건 순전히 강사의 몫이다. 어학 수업이라 해서 딱딱하게 할 필요는 없다.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부터, 안되면 몸개그라도 해야 고개를 들어준다. 피곤한 얼굴로 내내 책상의 책만 바라보던 이들도 강사의 웃기지 않는 농담과 몸을 날려가며 해주는 이야기에 그나마 칠판 쪽을 바라봐준다.
이곳은 기업강의 현장이다. 기업강의는 이르면 오전 6시, 늦어도 업무 시작 1시간 전에는 시작된다. 전날 업무로 늦게까지 일하신 분들, 회식으로 술에 깨지 않으신 분, 아예 결석하신 분의 자리까지 아침의 얼굴은 실로 다양하다. 그들을 잠들게 하면 안된다! 그건 강사의 의무다. 첫 강의 때 100%의 출석률은 강의 막바지로 가면 한 두 명만 앉아 있기 일쑤다. 일을 하면서 배움을 이어나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맞다. 그것도 배움을 일의 연장선 마냥 회사 내에서 하게 된다면 더더욱 출석하기 싫을 것이다.
이 회사는 그나마 출석률이 좋다. 강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80프로 대다. 30명이 넘는 직원이 매일 아침 자리를 지켜준다. 한 달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내 강의에는 회사 이사님이 앉아계셨다. 그 덕에 높은 출석률로 수업할 수 있었다. 강사에겐 학생의 출석률이 힘이다.
오늘따라 아래로 아래로 머리를 떨구는 분들이 많다. 분위기를 띄어보려 며칠 전 배운 아재개그를 한다. 그래도 분위기가 영 별로다.
바로 그때! 과연 나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통제할 시간도 없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 말이 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제가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33살의 나이였기에 어딜가든 결혼을 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던 때다. 당시는 서른살을 넘기면 노처녀라는 인식이 있었던 때다.
졸고 있던 분, 멍하니 책만 들여다보던 분, 영혼 없이 칠판만 보시던 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웅성거림도 들린다. “아니야? 결혼한 거 아니었어?” 웅성웅성~.
“저! 남자친구도 없어요. 그리고 제가 말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가수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와 같은 나이에요~!!” ‘아뿔싸~ 왜 밑도 끝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었을까’ 후회하기에는 늦었다.
늘 앞에서 두 번째 자리를 지키고 앉아계시던 이사님이 한 말씀 하신다.
“그래요? 손선생님. 미혼이시군요. 우리 회사에 좋은 총각들 많습니다. 내가 주선해보죠.”
농담으로 끝낼만한 이야기를 한없이 진지하신 이사님께서는 약속을 지키셨다.
결론은 그리하여,
옆방에서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하고 니하오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던 노총각이 지금의 남편이 되었다.
“저! 이효리와 같은 나이에요.”를 내뱉은지 1년도 되지 않아 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식장으로 들어간다. 새벽 강의실에서 자리를 지켜주던 학생분들의 박수를 받으며 ^^
'이게 다 언니 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