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Apr 24. 2024

피드백의 무게, 창의성을 위한 공간, 공감

그림을 배운 지 한 달이 됐어. 우연히 발견한 미술교습에 나도 모르게 문의를 하고, 수강료를 입금하고 있었지. 20대쯤 한번 다녔다가 기본에 지쳐 그만둔 기억이 있어. 지금은 기본이 바탕이 되어야 무엇이든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된 40대가 되어, 그때와는 다른 각오로 시작했어.      

20년 만에 다시, 기대감을 잔뜩 품고 첫수업을 들었어. 역시나 선긋기부터 시키더라고, 그리고 연필하나로 명암을 선의 진하기를 단계별로 나타내는 연습도 했어. 확실히 20대때보다는 조급함이 덜해서인지 이것또한 즐거운 과정이었어.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역시 설렘이야.      

첫수업을 마치고 나서부터 매일 한 장씩 ‘내 마음대로 드로잉’을 시작했어. 그걸 보고 누군가 결과물만 올리지 말고 그리는 과정을 찍어서 올려보라는 거야. 그래서 영상을 찍었지. 이게 또 재미가 있더라고. 그래서 하루 이틀, 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 가까이 되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데 혼자서 시작해서 완성까지 하는 내모습을 보는 거였어.



자신감이 날로 생겼지, 혹시 그림의 재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두 번째 수업, 선생님께 자랑을 했지. 혼자 연습한 그림을 보여드리면서. 그런데 그때부터였어. 피드백이 돌아왔어.      

“이 부분에 빛이 안 보이고, 이건 입체로 보이지 않아요. 잎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형상이 아니에요.”

너무나도 감사했어. 초보의 막그림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진지하게 피드백을 해주실 수 있을까 싶어 고마웠지.           




세 번째 수업에도 막그림을 들고 갔어. 그리고 그날도 마찬가지로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어. 그러면서 약간의 수정을 더하니 그림이 더 있어보이는 거야.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연필이 안나가는 거야. 혼자서 그렇게도 신이 나서 막 그려대던 날렵한 손놀림이 묵직해지더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거야. 2시간동안 앉아있으면서 하나도 채 완성을 하지 못하고 일어난거지. 퀄리티는 떨어져도 혼자서는 30분 만에 한 장을 뚝딱하는데 말이야.  

선생님의 피드백이 자꾸 더 잘해야 한다는 틀리면 안되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다가왔나봐.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너무 많은 피드백과 지적이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

창의력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꽃피우는 법이잖아.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데 좁은 시야의 한 사람이 그 아이들의 시선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하고 말이지.




다시,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볼게.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어. 그림이 나에게 준 메시지는 여러 가지지만 그 중에 또 하나 나에게 남은 교훈이 또 있다면 바로 이거야.

요며칠 제대로 된 문장을 쓰지 못했어. 즐기는 마음으로 하기 시작한 일들이 많은 피드백과 지적을 받으면서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있는 것 같아. 그동안 내가 글쓰기를 즐기고 무턱대고 즐겼는데 배움과 가르침을 가장한 지나친 피드백을 받으면서 두려움이라는 벽이 생긴 것 같아.          




 

모든 학습이 그렇듯, 균형이 중요하다고 느껴. 가르침도, 피드백도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 각자가 스스로를 표현할 공간을 확보해야 하잖아.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쓰면서 배우는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나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야 하니까.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거야. 너무 많은 지적보다는 스스로를 신뢰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야. 나는 앞으로도 내가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그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여길 거야. 이제, 내 손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그려내고 써내려갈 거야. 그게 바로 내가 찾아낸 나만의 길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