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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ug 04. 2022

드라마 속 우영우, 현실 속 지혜

드라마 우영우의 인기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만나는 사람들 마다 우영우 인사법으로 인사를 건넨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나에게 동그라미를 닮았다는 친구가 있어서 찾아보니 우영우 드라마 속 인물이다.

인기의 비결이 궁금하여 OTT서비스에 접속하여 1회를 보았다.

익숙한 말투와 동작.


'지혜하고 비슷하다. 지금쯤이면 성인이 되었겠네'

교육봉사로 나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만난 지혜.

역사수업 담당이었던 나에게 맡겨진 일은 정규수업시간에 지혜에게 1대 1 지도를 해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학교 상담실 한 켠의 테이블에서 하루에 2시간씩 수업을 해주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역사수업만 말씀하셨는데 그 외에도 다른 전공도 했다고 말씀드리니 제 2외국어와 한문 수업도 같이 봐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선생님에게 종종 상처가 되는 말을 할 수도 있으니 마음 상하시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도 있었다.

처음 지혜를 만난 날.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지혜야, 안녕? 난 유진이라고 해." 평소에 하지 않는 밝은 톤의 인사를 건네며 손을 내밀어 본다.

"네,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건네며 이내 고개를 돌린다.

"오늘부터 선생님이랑 이곳에서 수업을 할거야. 잘 부탁해. 지혜야"

"네."

첫수업으로 준비해간 자료를 보여주며 지혜의 관심을 끌어보지만 눈빛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있다.

이틀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수업해서는 의미가 없겠다 싶은 4일째가 되는 날 수업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혜가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서 였다.


"혹시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유전적 성격이 강한데 아버지가 비슷한 성향을 보이시더라고요.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돌발질문을 하거나 친구를 곤란하게 만드는 말을 자주해서 학교생활이 원할하지 못해요. 그나마 같은 반 친구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가끔 충돌이 일어나기도 해요. 그래서 지혜만 따로 수업을 부탁드리려고 한 겁니다."

"아, 네, 선생님, 처음 들어보는 거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부해보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아스퍼거에 관련된 정보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상대방의 정서 이해와 사회적 교류가 어려운 아스퍼거 증후군....사회적인 교류가 어렵고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되풀이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격하게 화가 날 때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표정을 짓지 않는다. 특별한 부분에서만 뛰어난 기억력을 보이기도 한다.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는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과목 수업 외에 지혜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지혜가 관심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서이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지혜와 20분 가량 보드게임 놀이를 하면서 조심스레 지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노력했다.  지혜는 베이커리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배우고 싶지만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반대하신다고 한다.

지혜와 이야기를 나눈 이후의 수업에서는 수업 준비 외에도 베이커리에 관한 정보도 조금씩 준비해 갔다.  수업을 마칠 때쯤 되면 빵을 만드는 방법이나 배울 수 있는 곳의 정보도 조금씩 알려주었다.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상담선생님이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혜가 갑자기 조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엄마가 데리러 오셨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교실내에서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지혜가 한 남학생에게 심한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둘렸다고 한다.

'그동안의 수업이 스트레스였나,...왜 갑자기 그런 행동을 했지.'  지혜의 행동을 이해해 보려 했지만 학교내 욕과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리고 3일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치료를 받느나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며칠만에 만난 지혜의 얼굴은 조금 더 불안해 보였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네."

"그래, 그러면 우리 오늘 한자하는 날인데 교과서 펼쳐보자." 궁금한 건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엄마가 안된대요."

"어? 뭘 말이야?"

"베이커리요."

"아. 그랬구나. 지혜야. 혹시나 상담선생님과 내가 도울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

"소용없어요." 짧은 며칠동안 잠시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힌 느낌이다.

수업을 마치고 상담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혜는 수업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화제를 이야기 하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요. 부모님을 설득해서 지혜가 일찌감치 베이커리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선생님께서 다음 부모님 상담때 말씀 나눠보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혜가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도록 노력해갔다.


세 달 동안의 교육봉사 기간을 마치게 된 마지막 수업 날.

지혜는 자신이 만들었다며 샌드위치를 가지고 와서 선물로 주었다.


수업은 마쳤지만 그 이후에도 지혜가 궁금해서 종종 상담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다.

지혜가 학교 수업을 잘 하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수업을 마치고 한 달 정도 뒤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제빵학원을 다니기로 했다고 한다.

'정말 잘 됐다. 지혜야'


그 이후로 상담선생님은 육아휴직으로 잠시 학교를 쉬게 되셔 지혜의 소식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20대 후반이 되었을 지금, 지혜가 어떤 모습의 사회인이 되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인기리에 반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보고 기억난 지혜.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서 재능을 맘껏 발휘하고 살아가는 모습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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