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Aug 08. 2022

보통이 넘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간 걸까?

"아이가 몇 살이에요?"

"5살이에요."

"아, 그래요? 아이가 아주 똘똘해요. 나중에 한 인물하겠어요."

막내 민채를 칭찬해주시던 교육박물관 할아버지. 

하고 싶은 말 다하고, 당돌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몇 번이고 아이가 크게 될 거라고 하신다. 

기분 좋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어릴 적 내모습도 떠올려 보았다. 


"보통이 아니네."

어른들에게 듣던 일상적인 말.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의 의미가 공존했던 것 같다. 

여자아이같은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도전적인 행동들과 어른들과 맞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던 내 모습을 보고선 어른들은 늘 '보통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 

엄마의 주변에는 늘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로 큰딸아이 잘 키워야 겠다고 조언해주시던 분들도 몇몇 계셨다. 

기억나는 일들도 여러 있지만, 최근에 엄마에게 들은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는 들으면서도 "보통이 아니었네."라는 말을 스스로 내뱉었다. 

화투를 즐기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보기 싫다면 신발을 모두 숨겨 한바탕 소통을 벌인 일, 이후에도 이어지는 아주머니들의 놀이에 뿔이나 지나가는 경찰에게 신고했다는 얘기는 멈마만 알고 아직까지도 아무도 모른다며 말씀해주셨다. 신고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에게 직접 얘기 했다고 한다. "내가 말했어. 경찰아저씨한테."

엄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당시 일도 하시며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살림도 하셨는데 하루하루가 큰딸로 인해 맘이 편치 않으셨을 듯 하다. 

장난기가 많았던 성격이라 소소한 사건 사고도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뛰어가다 학교 현관문을 부순 일, 학교 내에서 싸움짱으로 유명한 했던 친구 때려눕힌 일, 길을 지나가다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에게 어른에게 심한 욕을 하면서 대드는게 아니라고 훈계했다가 되레 싸움이 된 일, 릇가게에서 그릇 하나를 잘못 만져 도미노처럼 깨버리고 변상한 일...흠....

그렇구나. '보통이 아니네.'


보통이 아니다.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는 20대가 되어서도 늘상 듣던 말이다. 

어디서든 1등이 되야 하고 목소리를 높혀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성격이다. 중간은 싫고 꼴찌를 하던가 아님 1등이어야 한다. 이름 석자는 꼭 기억하게 만들고 돌아서야 한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예전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로 소극적으로 바뀐지 오래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그리고 동네의 공부방 선생님으로 마땅히 해야할 행동강령이 있는듯 조신하게 다닌지 오래다. 생각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성격이 되고.

어느새 천방지축 날뛰며 도전을 즐기던 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현실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는 모습에 새삼 놀랐다. 

'그래, 난 늘 보통이 아니었어. 그러면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지.'




할아버지 관장님의 한 마디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우리 막내. 

그리고 나의 기억들. 

조금씩 진짜 내모습을 찾아가 보기로. 

휴가 끝나고 첫 출근하는 차 안에서 또하나의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 속 우영우, 현실 속 지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