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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ug 03. 2022

돈을 벌 생각으로 독서를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독서스럽게 즐기기로.

책을 즐깁니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즐기게 된 건 꽤 오래전 일인 듯합니다.


교양을 쌓기 위한 순수한 목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변에 다독가들이 많았던 덕도 있었던 듯해요. 그들이 읽고 있던 책을 보면서 대학생이라면 저 정도 수준은 읽어야 하나보다 했거든요.

그렇게 한 권 한 권 남따라하는 독서가 어느새 저만의 독서색을 찾게 되더라고요.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도서 위주에서 나에게 맞는 도서를 고르는 안목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독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독서로 키운 내면은 어떤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단단하게  일으켜 세워주었죠.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내면말이죠. 잘못 보면 아집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책에서 찾은 저는 누구보다 제 자신을 잘 알기에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2년여 전부터 시작한 SNS로 인해 흔들리는 제 자신을 보고 말았습니다. 좋은 자극제가 되었던 SNS은 어느새  경주용 경주마가 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지금 이걸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거야. 지금 너 뭐하니? 어디로 가고 있는거야? 빨리 따라오지 않으면 너의 미래따위는 보이지 않을거야.'

신기하기만 하던 온라인 세계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능력자들이 가득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산 거지? 그동안 배웠던 건 무용지물이잖아. 이렇게 세상이 달라지는 동안 도대체 뭘 배워온거지? 배웠다고나 할 수 있는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지식과 삽질만 한 제 자신을 발견한 그 기분은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역사, 외국어, 철학, 어느 것 하나 온라인 세상, 메타버스 시대에 걸맞는 배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세상은 달랐습니다. 고수들로 넘쳐나는 거죠. 세상에 이렇게 고수가 많았다니 온라인 세상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타인에게 베푸는 것도 관대했습니다. 무료 강의며 꿀팁을 아무 댓가없이 나눠주었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

그들은 모두 독서가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준 수단이었다고 합니다.

20년을 넘게 독서한 저는 자책을 넘어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몇 년 간의 몇 백, 몇 천 권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는가.'

1년에 500권 이상 읽은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몇 천 권을 읽었다는 분도 계시던데,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는 의구심마저 들더라고요.

어떤 분은 단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20년을 독서한 제입장에서는 내면의 단단함은 이룬 것 같으나 독서로 인해 이러이러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랑스레 내세울 만한 게 없더라고요.  

'뭐가 잘못된거지?'


여기 저기서 독서를 이렇게 해야 경제적 자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독서법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 가야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성공으로 이러지지도 못할 독서가 무슨 이득이 있나 싶어, 책읽기를 그만 둘까도 고민했습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면의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즐기자.

책을.

그냥 즐기면 되는 거지. 꼭 돈벌이로 이어져야 하는가.

돈은 다른 걸로 벌면 되지.

돈이 되는 독서법을 따라하다가 책을 놓아 버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오는 요즘.

그냥 느낌대로, 지금 내가 원하는 대로 읽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책을 그냥 즐기실 분들과 함께 하고 롱-리딩하고 싶습니다.


저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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