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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l 28. 2022

엄마는, 매미가 되고 싶지 않다.

매미

매밋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몸의 길이는 1.2~8cm이며머리가 크고 겹눈은 돌출되어 있으며  개의 홑눈은 정수리에 붙어 있다날개는 막성()으로 투명하며 시맥() 굵다더듬이는 털처럼 가늘고 짧으며 입은  대롱 모양이다수컷은 발음 기관과 공명 기관이 있어 ‘맴맴’ 소리를 낸다6~12년의 애벌레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

출처<네이버 국어사전>


그리고.....


땅 위로 나온 애벌레는 나무에 올라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된다. 

2주에서 한달 정도 생명을 유지한다. 






아이들과 밤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름하면 매미소리지.'

 

그런데 어디서도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 매미가 없지?  이 맘때면 목청껏 노래를 부를 시기인데, 이상하다.'


"요즘 매미 본 적 있어?"

"집 창문 방충망에 한마리 매달려 있는 거 봤어요."

아들은 언제 봤는지 가장 끝방의 창문에서 봤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 요즘 참 이상해요. 잠자리가 벌써 보여요."

"그래? 잠자리가 보이면 가을이 오고 있다는 신호인데, 그렇구나" 

"귀뚜라미도 많이 보여요."

"기후변화가 심각하긴 하구나."


"그런데 엄마, 매미는 땅속에서 얼마나 있는지 알아요?"

"글쎄, 한달?"

"엄마??"

큰 딸의 눈동자가 점점 더 커지며 놀래는 표정을 짓는다.

"엄마가 학교 졸업한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과학시간에 배우긴 했는데...땅속에 얼마나 있어?"

"7년 정도래요."

곤충박사 아들이 누나의 말을 가로채며 날름 대답한다.  

"그래? 그렇게도 오래?"

"네, 그리고 더 슬픈건 그렇게 오랫동안 땅속에 있다가 사는 건 며칠 안돼요."

"슬픈 얘기네....엄마는 매미가 되기 싫다. 그렇게 오랫동안 땅속에 있다가 기껏 며칠 밖에 빛을 못보다니 많이 슬플 것 같아."

"예를 들면, 이런거죠? 20년 넘게 아주아주 열심히 일만하다가 인생이 마무리되는?"

책 좀 읽은 큰딸이 그럴싸하게 비유를 하는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민서야. 이런 비유가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7년 이상을 열심히 혼자서 인내하고 노력했는데 빛을 못보고 잊혀질 때. 어때?"

"아, 그러네요."


"그런데 말이지, 어쨌든 엄마는 매미가 되기 싫다."

"그럼 엄마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사람이 안된다면요."

"사람말고 말이지? 그럼, 엄마는 나무가 될란다. 너희는."

"저는 동전이 되고 싶어요."

둘째 아들의 예상치 못한 답이다. 

"이유가 있어?"

"동전은 자유롭잖아요.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쳐서 이곳 저곳 여행도 다니고요."

"우와~~~너 언제 이렇게 컸니?"

"큰 딸 민서는 뭐가 되고 싶어?"

"전 책이 되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너 답다. 책을 좋아하는 민서다워. 그러면 이렇게 되겠네.  엄마는 나무가 되어, 나무는 종이가 되고 그게 책이 되는 거야. 책이 된 것을 돈(동전)인 민성이가 사게 되는. 우리는 다 같이 연결되어 있네. 하하하"

"그러네요. 엄마. 우린 다 연결되네요."


한밤중 아이들과 걸으며 나눈 짧은 대화는 매미의 삶의 애처로움과 생각보다 빨리 커버린 아이들과의 찰나의 시간이 아쉬운 그런 여름 밤의 향기로 남았다. 


"그래도 엄마는, 매미는 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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