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다른 집 엄마들처럼 손톱관리 좀 해라. 매니큐어도 좀 바르고 예쁘게 하고 다녀."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짧고 단정하면 됐죠. 그걸 언제 바르고 있어요. 시간 아깝게."
그러곤 짧게 그리고 순수한 살색빛을 띄고 있는 손톱을 들여다 보았다.
그렇다.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 단 한가지 이유.
시간이다.
바르는 시간도, 지우는 시간도, 그리고 심지어 말리는 시간 조차도 아깝다.
바르고 나면 하루도 못가는 걸 지우고 바르고를 되풀이하는 그 시간...아까워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손톱까지 신경쓸 그러할 여유가 있다면
잠을 자고 싶다.
아이를 낳고 나서 하루라도 맘편히 쉬어 본적이 없어 늘 잠이 부족한 상태이다.
10분이든 20분이든 여유시간이 있다면 늘 자고 싶은 맘이다.
짧게나마 꿀같은 잠을 자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
안 바르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인데 바르고 난 이후에는 혹시나 벗겨지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여 손톱을 쓰는 일에도 조심하게 된다.
예쁘게 바른 뒤에 스크래치라도 나면 사소한 것에 온신경이 쏠린다.
그런 걱정거리는 애초에 안 만드는 게 낫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말씀의 깊은 뜻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한다.
매니큐어 좀 바르고 다녀라는 말씀은 예쁘게 꾸미고 다녀라, 신경 좀 써라가 아닌,
너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라는 걸.
막내를 돌봐주시느라 몇 년을 같이 생활해 본 엄마는
시간에 쫓겨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딸에게 매니큐어라도 바를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가져보라는 말씀이리라.
다음주 휴가기간에는 노오란 매니큐어를 발라봐야겠다.
늘 우리 아이들 때문에 애쓰시는 엄마손에도 발라드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