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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Jul 25. 2022

네일에 신경쓰지 않는 이유

"너도 다른 집 엄마들처럼 손톱관리 좀 해라. 매니큐어도 좀 바르고 예쁘게 하고 다녀."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짧고 단정하면 됐죠. 그걸 언제 바르고 있어요. 시간 아깝게."

그러곤 짧게 그리고 순수한 살색빛을 띄고 있는 손톱을 들여다 보았다. 


그렇다.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 단 한가지 이유.

시간이다. 

바르는 시간도, 지우는 시간도, 그리고 심지어 말리는 시간 조차도 아깝다. 

바르고 나면 하루도 못가는 걸 지우고 바르고를 되풀이하는 그 시간...아까워라.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손톱까지 신경쓸 그러할 여유가 있다면 

잠을 자고 싶다. 

아이를 낳고 나서 하루라도 맘편히 쉬어 본적이 없어 늘 잠이 부족한 상태이다. 

10분이든 20분이든 여유시간이 있다면 늘 자고 싶은 맘이다.  

짧게나마 꿀같은 잠을 자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 

안 바르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인데 바르고 난 이후에는 혹시나 벗겨지지는 않을까 신경이 쓰여 손톱을 쓰는 일에도 조심하게 된다. 

예쁘게 바른 뒤에 스크래치라도 나면 사소한 것에 온신경이 쏠린다. 

그런 걱정거리는 애초에 안 만드는 게 낫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말씀의 깊은 뜻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한다. 

매니큐어 좀 바르고 다녀라는 말씀은 예쁘게 꾸미고 다녀라, 신경 좀 써라가 아닌, 

너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라는 걸.

막내를 돌봐주시느라 몇 년을 같이 생활해 본 엄마는 

시간에 쫓겨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딸에게 매니큐어라도 바를 수 있는 여유시간을 가져보라는 말씀이리라. 

다음주 휴가기간에는 노오란 매니큐어를 발라봐야겠다. 

늘 우리 아이들 때문에 애쓰시는 엄마손에도 발라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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