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잡스 유진 Jul 15. 2022

왜 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진 것일까.

소설을 쓸 정도의 글실력은 없어.

그런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에세이 몇 장 쓰는 일도 버거운데 왜 갑자기 소설이 쓰고 싶어진 것일까.


팍팍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어.

매일이 그래왔지만 유난히 더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 있어. 

정신적으로.


최근에 생긴 버릇이 하나 있는데, 운전대를 잡으면 그렇게도 잡생각이 많이 들어. 

대부분이 과거에 대한 회상과 미래에 대한 상상들. 

단연 과거 보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더 많이 들기는 해. 

한창 그럴 나이잖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라고는 하지만, 의도치 않게 남들과 비교되기 딱 좋은 나이잖아.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성으로 자주 흔들리지. 그러고 보니 비교는 끝이 없구나. 어릴 때 옆집 친구부터 시작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지인들과의 비교가 계속되는게 참 재밌네. 

비교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네. 선한 비교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겠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오히려 어릴 때보다 더 미래의 꿈에 매달리는 것 같아. 

작은 위로 같은 거야.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나을거야.'


그날은 과거에 대한 회상도 미래의 부푼 꿈을 꾸지도 않았어.

왜냐면 현실에 지쳐있었거든. 

숨쉬고 있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한 창 운영중이 커뮤니티에서 작은 이벤트로 창작소설 릴레이쓰기를 했어. 

처음 몇 문장으로 시작되었던 글이 원고지 스무장이 넘는 분량이 되었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져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밌더라고. 

마지막 장면,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고는 이야기가 잠시 일단락되었지.


운전대를 잡자마자 소설의 뒷이야기를 꾸미기 시작했어.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 사람은 사실은 마법사였어.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마법사에게 선물로 받은 20대 꽃다운 나이의 일주일. 


현실 속 종가집 맏며느리에 세사이맘에서 잠시 탈출할 수 있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거야. 

난 언제부터 슈퍼맘소리를 들으며 매일을 전투적으로 살아가게 된 거지?

나도 꿈많고 사람좋아하고 놀기 좋아했던 발랄한 20대 시절이 있었는데....


마법으로 주어진 소중한 일주일.

집까지 가는데 50여분동안 상상의 날개를 펼치느라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어떤길로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야. 

첫날에는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기억소환해서 한 사람씩 만났어. 

그중에는 연인도 있고 말이야

가고 싶었던 곳, 20대 때 꼭 해보고 싶었던 유럽에도 다녀왔어. 

대기업에 취업해 전문가 포스 뿜어내는 멋진 모습까지도 상상했지.

상상 속 일주일은 짧지 않은 시간이야. 


집에 도착할 무렵.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더라. 

드라마 엔딩의 뻔한 스토리처럼.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가 스쳐지나가더니

만약 20대에 지금과 다른 선택을 단, 한가지만이라도 했다면 지금의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말이지. 


기승전, 가족의 소중함으로 끝난 뻔한 스토리였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주일을 상상하는 동안 

뭔지 모를 열정이 마구마구 끓어 오르더라고. 


그래서 결심했지. 

이 이야기는 언젠가 소설로 써봐야겠구나.



  






작가의 이전글 계획없이 키울 계획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