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대화 주제로 삼은 적 없던 해외 발령 연봉 협상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국인에게 유난히 어려운 돈 이야기를, 어느 날 갑자기 외국인 상사에게 영어로 진행해야 했다.
해외 파견은 조건 성립 절차가 복잡하다. 비자부터 거주 문제까지 확인해야 할 사항이 끊임없이 생긴다. 나는 총 3차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가 기본 마인드로 가져야 하는 부분은, 해외 파견은 결국 조건이 좋아지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낯선 땅에서 혼자 살면서 고생하기에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연봉을 포함한 모든 복지를 통틀어 Package라고 칭한다. 런던처럼 물가가 높은 국가는 해당 국의 생활비를 반영한 연봉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시민권을 우대하는 영국에서 신기했던 점은 퇴직금 개념이 없었다.
개인의 경험만으로는 충분한 협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외 근무 경력을 토대로 현재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지사장님으로 계시는 선배님을 소개받았다. 스마트하고 명료한 디렉션과 조언 덕에 모든 협상이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평균적으로 15%~25% 연봉 인상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 개인건강보험 지원과 연금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런던은 대중교통이 비싸기 때문에 주 3회 출근하는 교통비는 비용 처리로 지급되는 복지도 있었다. 최대한 기본급으로 연봉에 반영이 될 수 있도록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협상이란 없으며, 특히 나에게는 런던에서의 직장 생활 자체가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했다. 나의 협상 목표는 런던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생활비 책정이었다. 기대 수준에 도달한 후로는 향후 나에게 기대하는 퍼포먼스 등 실질적인 조언을 구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최종 패키지를 오픈한 후에는, 뭐랄까, 알딸딸해서 기분이 오묘했다. 걱정과 기대에 가득 찬 소용돌이 속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행동을 똑바로 하고, 주변 사람에게는 가급적 설레발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장 생활도 서툰 사회 초년생의 해외 발령 협상은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다. 조언을 구하며진지한 고민 끝에 쟁취한 성공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탐구하게 했다. 숨은 욕망을 읽어내는 일련의 협상 과정은 욕심을 깨우고,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