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맨하탄을 보고
주인공 게이브는 열 살 소년이다. 그런데 왠지 낯익은 이 얼굴.. 누군가의 아들인가? 그럼 그렇지.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드웨인 존슨의 아들 역으로 나왔던 조쉬 허처슨의 2005년 작품이다. 2005년 작품을 2018년에 개봉하는 건 좀 너무 익힌 거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25살 청년의 열 살 꼬마 적 첫사랑 스토리라고 보면 되겠다. 열 살 소년이 어느 날 문득 가라테 운동하러 갔다가 유치원, 초등학교의 사람 친구인 로즈메리를 이성으로 느끼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얼마 전 첫 여자 친구와 30일 만에(?) 헤어진 열세 살 아들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사춘기가 심해진 듯 우울해하고 기운이 없는 아들이 실연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아닌지 한참 걱정 중이었던 차라 영화가 딱 끌렸다. 보고 나니 역시 보길 잘했다 싶었다. 어린아이들이지만 어른이나 똑같은 설렘, 고민, 상처를 보듬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게이브가 로즈메리 집에 가라테를 연습하러 간 날, 여자 친구의 가정환경이 자기랑 다르고 행복해 보여 부러움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의 집에 초대했을 때 솔직하게 부모님이 이혼 준비 중이시고 엄마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 중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얘기하는 걸 보며 역시 미국 아이들은 다르구나 싶었다. 엄마 아빠가 다르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빠와 떨어져 사는 것 또한 당연한 일로 생각하며 로즈메리와 함께 아빠가 살 집을 보러 간다. 게이브가 생전 처음 지하철을 타고 가보지 않았던 동네의 집을 구경하며 돌아오는 길에 로즈메리를 킥보드에 태우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돌아오는 장면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영화를 보며 누구나 첫사랑이 있고 첫사랑의 추억이 가슴 한편에 저장돼 있다는 게이브의 성숙한 말처럼 나도 문득 첫사랑의 추억을 들춰보게 되었다.
첫사랑과 함께 들었던 노래, 그에게 배웠던 홍콩 가요 “모이틴오이네이도야셰?? ” 광둥어로 쓸 줄도 모르지만 손으로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어 불렀던 그 노래.. “모카쌈모, 모차쌈모 다포티인데 단카우예쌈 번보이하우 낭몽끼떼..” 뭐 이런 식이었다. 23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기억나는 걸 보면 가슴에 새긴 추억은 쉬 잊히지 않는가 보다. 아무튼 그 노래 제목의 번역은 “매일매일 조금씩 더 너를 사랑해”였다. 홍콩 가수 장학우의 노래.. 아직도 옛날 테이프를 소장 중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게이브의 첫사랑 로즈메리는 어느 날 부모님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게된다. 공연중 게이브가 슬그머니 로즈메리의 손을 잡게 되고 급기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첫 기습 뽀뽀를 하게된다. 당황한 로즈메리는 게이브의 사랑고백에 너무 어려서 뭐라 답할지 모르겠다? 정도의 말만 남기고 6주간의 캠프를 떠나버린다. 게이브는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대성통곡을 한다. 하지만 게이브를 위로해주는 아빠에게 왜 엄마, 아빠가 헤어지느냐고 물었을 때, 아빠는 이렇게 말해준다.
아빠, 엄마도 처음엔 아주 많이 사랑해서 결혼을 했지만 어느 날부터 무언가 섭섭하고 무언가 답답한 것들을 말하지 않고 가슴에 쌓아두다 보니 큰 벽이 생겨버려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대충 그런 번역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너무 공감 가는 얘기였다. “Unsaid” 가 쌓여버렸다는 부분. 게이브는 아빠처럼 unsaid 한 것들을 남기지 않으려고 로즈메리를 찾아가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고 돌아온다. 다행히 아빠도 엄마와 마음의 창고에 쌓인 것들을 치우고 사이가 좋아져 게이브 가족은 유쾌하게 저녁을 먹으며 영화는 끝난다.
결국 첫사랑의 추억은 남기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마음의 찌꺼기는 치워 버려야 한다는 즐거운 스토리였다. 나의 두 아들도 언젠가는 깨닫게 되겠지? 사랑이 힘들지만 힘든 만큼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걸? 결국 나이 들어가면서 사랑이 떠나버려도 추억이 큰 힘이 돼 준다는 걸 알게 될까? 곧 알게 되겠지! 리틀 서울 두아들의 사랑 얘기 언젠가 들려줘야해 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