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러브어드벤쳐? 리얼리?

오 루시를 보고

by Jenny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살던 중년 여성 세츠코, 43살이 되도록 결혼도 안 하고 혼자서 돼지 굴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파마머리 스타일부터 답답한 정장 스타일까지 그녀의 삶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한 지 예측하게 해준다. 반면 젊고 예쁜 조카 미카는 메이드 복장으로 카페에서 서빙을 하며 톡톡 튀는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있다. 급히 돈이 필요해진 미카는 학원 강습료를 환불받지 못하자 이모 세츠코에게 대신 영어학원을 다니고 돈을 돌려달라 부탁한다.


영어학원에서 만난 존과 루시


조카의 부탁을 받고 시범 수업에 참가했다가 존을 만나게 되고 존의 수업방식인 영어 이름 Lucy라는 닉네임을 받고 노랑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허그를 하며 오픈 마인드 연습을 하게 된다. 그러나 강사 존과의 격한 허그에 뿅 간 루시(세츠코)는 학원 등록을 하자마자 미국으로 조카와 도주를 한 존을 찾아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언니 아야코와 함께 조카를 찾으러 존의 집에 가지만 조카는 샌디에이고로 떠난 상태임을 알게 되고 언니, 존, 루시 셋이 조카를 찾아 샌디에이고에 간다. 하지만 존을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존에게 달려들어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존은 미카에게 비밀로 해 달라며 루시를 밀어낸다. 우연히 조카 미카를 만난 루시는 존이 아내와 딸이 있는 남자임을 알게 되고 미카에게 존과의 관계를 고백하고 이에 놀란 미카는 절벽으로 뛰어내리는 극단의 행동을 한다. 결국 병원에 실려온 미카를 보러 온 존에게 자신과 도망가서 멕시코로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존은 도망쳐 버린다. 다시 일본 직장으로 돌아온 루시를 타 부서로 발령 내자 사표를 던지고 집에 돌아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삼키는 순간 영어학원 짝이었던 톰이 방문해 루시를 발견하고 수면제를 토하게 해 생명을 구해준다. 루시는 톰에게 안아달라며 애원을 한다. 톰의 아들이 자살로 죽었다는 사실, 얼마 전 아내가 죽었다는 힘든 현실을 이겨 내고자 영어학원에서 다른 삶을 살았던 톰을 이해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미국에서 만난 존과 루시


코미디 같은 시작이었지만 어딘가 찝찝하고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 영화다. 나이만 먹고 직장에서 존재감 없이 살다가 연애도 못하고 인생을 재미없게 살아가는 고독한 여성, 그리고 그와 같은 남성들이 충분히 공감할 그런 영화였다. 요즘같이 일인가구가 늘어나고 혼밥, 혼술, 혼영, 혼행이 유행인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고독감을 어찌 부인할 수 있을까? 세상에 많고 많은 외로운 인간, 고독한 인간들이 서로 안아주고 의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것도 참 쉽지 않다. 재고 따지고 피곤하게 사느니 고독을 택하는 현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루시가 존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었을까? 영화 포스터에 리얼러브어드벤쳐라고 씌여있지만 그건 확실치 않다. 내가 보기엔 그저 너무 외로워서 누구라도 기대고 싶을 때 인간의 체온을 느끼게 해 준 첫 남자가 존이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존이든 톰이든 남자 인간에게 기대고픈 마음, 무작정 사랑을 갈구하는 일방적인 마음 아니었을까?



내가 보기엔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사는 모든 남녀의 고독한 현실을 인식하게 되어 영화는 결국 코미디가 아닌 sad movie로 가슴에 남았던 게 아닐까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인의 많은 자살자와 딜리 루시, 톰 같은 남녀가 약물 복용, 투신 대신 자신을 찾아가는 성찰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