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 노동 Stop ?

I feel pretty를 보고

by Jenny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그전에 우선 살을 빼거나 미인(미남)이 되고 생각해야겠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외모 강박 사회의 전형적 흐름이다. 뭇 여성들이 탈 코르셋 인증으로 이런 외모 강박 시대에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한국일보 6월 16일 자 기사에 외모 지상주의 사회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에 마침내 제동이 걸렸다는 내용의 탈 코르셋 열풍사가 실렸다. 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외모 문제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외모 가꾸기에 지친 이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단어가 꾸밈 노동이란다. 개인적으로 거울 앞을 떠나 세상으로 가는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유치원생부터 젊은이, 중년, 노년 할 것 없이 너도 나도 예뻐 보이고 젊어 보이려고 꾸미기에 치중하고 살아온 대한민국 사람들이 슬슬 지쳤나 보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르네의 스피닝 운동장면_건장하다


오늘 고교 동창 친구와 함께 본 영화 “ I feel pretty” 도 비슷한 맥락의 스토리였다. 뚱뚱한 몸매가 고민인 여주인공 르네 베넷 (에이미슈머). 살을 빼기 위해 스피닝에 갔다가 자전거에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고 정신을 차리면서 헛것(?)을 보기 시작한다. 본인 스스로를 굉장한 미인으로 보는 착시현상. 남들이 보기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혼자만 예뻐진 자신에 자뻑(?) 상태가 되어 자신감 업이 지나쳐 자아도취 만취상태가 된다. 평소 친한던 친구들조차 그런 그녀가 어색한데 우연히 세탁소에서 만난 남자 에단(로리스 코벨)은 그녀가 무서울 정도다. 살짝 정신이 나간 여자 같기도 하고 조울증 환자 같기도 한 그녀. 남들이 뭐든 본인은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본사 리셉셔니스트로 취직한 르네


자신의 로망이었던 화장품 회사 본사 로비 리셉션 담당이 되기 위해 르네는 이력서를 보낸다. 그리고 면접에서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그녀를 알아본 화장품 회사 회장의 손녀딸 에이버리 클레어 (미셀 윌리엄스) 에게 발탁이 되어 소원대로 리셉션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방문하는 사람마다 그녀의 외모에 놀라지만 그녀의 자신감 있고 밝은 태도에 호감을 갖게 되고 르네는 회장님과 손주에게 까지 호감을 받게 된다. 그녀가 무서워서 처음 만났다던 에단도 점차 그녀의 자신감 있고 솔직한 태도에 이끌려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갑자기 모든 게 달라진 상황에서 저가 화장품을 론칭하는 업무에 의견이 받아들여져 출장을 따라가게 되고 회장님 손주의 기습 키스에 당황해 우왕좌왕하다 샤워실 유리에 머리를 받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에 피가 흐르고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이 원래 모습 그대로임을 알게 된 르네.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의 집에 숨어 버린다. 친구들도 더 이상 그녀와 함께 놀려하지 않고 남자 친구를 만날 자신도 없어진 르네는 그만 만나자고 한다.


하지만 화장품 론칭에 대한 의욕을 꺾지는 못해서 런칭쇼에 가서 본인의 경험담을 말하려다 그제야 자신의 전과 후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걸 깨닫고 화장품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자기 스스로는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며 성공적으로 제품 론칭쇼를 마치게 된다. 남자 친구 에단과도 다시 만나 사과를 하고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르네의 남친 에단_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


오래간만에 본 코미디 영화 치고는 괜찮았다. 스토리도 괜찮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서두에 언급한 탈코르셋 운동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는 영화였다. 왜냐하면 뚱뚱해도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인생을 살긴 하지만 미의 기준은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르네의 마지막 멘트도 화장품으로 인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화장을 해서 자기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라는 걸로 들렸다. 힘들게 꾸미고 치장하는 꾸밈 노동을 그만두자는 아니고 꾸밈 노동을 통해 예뻐져서 스스로 만족해서 행복해져라 뭐 이런 메시지였다. 하긴 코미디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로 해석하면 안 되겠지만 여전히 피곤한 꾸밈 노동을 계속해야만 한다가 결론이라니..


내가 거의 평생을 커트 머리스타일로 살았고 색조화장을 거의 안 하고 지내지만 때와 장소에 맞는 옷과 기본 화장은 예의라고 생각한다. 노동이 되는 정도로 꾸미는데 집착하는 건 그만둘 필요가 있지만 격식에 맞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지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과하게 미에 집착하는 건 쓸데없는 시간낭비지만 자다가 일어난듯한 부스스함으로 출근을 한다든지 공적인 업무를 본다면 얼마나 상대방에게 예의 없게 보일까?

적절한 옷차림, 적당한 화장, 적당한 차림새야 말로 꾸밈의 미가 전달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르셋 입어도 되고 벗어도 된다. 머리? 길러도 되고 잘라도 된다. 화장 해도되고 안해도 된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뭐가 문제인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고 남이 원하는 걸 따라가는 게 문제 아닌가? 진정한 스타일은 나만의 스타일을 알고 남들이 존중해 준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다. 나는 여전히 내 스타일대로 출근한다. 자신감이야말로 인생을 바꾸는 단어임은 여주인공 르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이에게 해당되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