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힘들땐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Oct 31. 2018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정재승 열두 발자국 중 여섯번째 발자국


중요한 건 ‘삶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적인 사고, 이성적인 판단, 논리적인 추론이 우리의 일상으로 좀 더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인 삶의 태도란 논리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들여다보고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찾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회의주의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권해드립니다. 저는 회의주의자로 살기를 희망하며 그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회의주의적인 삶의 태도란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려 애쓰는 태도를 말합니다.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항상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리처드 파인먼, 리처드 도킨스, 마틴 가드너 등 굉장히 많은 과학자들이 회의주의자였습니다.




상충하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가설들을 지극히 회의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각에도 크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뭐든지 의심하기만 한다면, 어떤 새로운 생각도 보듬지 못할 것입니다.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비상식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괴팍한 노인네가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귀가 가볍다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마음을 열면, 그래서 회의적인 감각을 터럭만큼도 갖추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가치 있는 생각과 가치 없는 생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든 생각들이 똑같이 타당하다면 여러분은 길을 잃고 말 것입니다. 결국 어떤 생각도 타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겠기에 말입니다.

- 칼 세이건, ‘회의주의가 짊어진 부담’, 패서디나 강연, 1987


젊은 과학도들에게 제가 자주 들려주는 말이기도 한데요, 과학자는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두 가지 태도를 모두 필요로 합니다. 하나는 어떤 가설이든 쉽게 믿지 않고 철저하게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이게 과연 맞을까, 이걸 내가 믿어야 할 근거는 충분한가,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회의하는 태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회의주의적인 태도가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선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도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이건 절대 말이 안 되는 것’,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단정 짓고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진실을 외면하는 도그마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 중 이제 여섯 발자국을 지나왔다. 저자는 재미있는 일화로 근거 없는 미신을 믿는 자신과 일반인의 경우를 예로 들며 합리적인 삶의 태도 즉 과학적인 사고, 이성적인 판단, 논리적인 추론을 일상으로 가져오라고 제안한다.  물론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지당히 맞는 말씀이지만 실제로 갈수록 많은 세상 사람들이 비합리적이 되어가고 비과학적이며 비이성적으로 비논리를 펼치는 건 왜일까? 분명히 예전보다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돈도 많고 잘 나가는 사람들 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간들의 행태를 뉴스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사회에 비합리적인 행동이 파다하다.  그런 사람들은 과학을 잘못 배워서 그런 걸까? 가정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럴까? 미신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저자의 제안대로 회의주의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가지고 어떤 것도 쉽게 믿지 않고,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려 애쓰는 사람들이 지금 보다 더 많아져도 될까? 이미 회의주의자가 넘쳐나고 생각이 많아서 피곤한 인생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제안할 만한 방법이 맞을까? 차라리 가벼운 미신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비합리적인 것도 대충 넘기고 살아야 정신병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물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게 아무 생각 없이 미신을 받아들이고 가설을 믿는 태도를 지양하기 위해 제안하는 바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건 과학자의 태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회의주의자가 넘쳐나고 뭐든 의심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가뜩이나 힘든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지진 않을까?


세상에선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고 실제로 가능하다는 열린 태도를 갖추면서 동시에 회의주의적인 삶을 살라는 건 좀 너무 어려운 얘기 같다. 과학자로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한 얘기라면 충분히 새겨들을만하다. 하지만 미신을 믿는 사람이 많다는  문제가 아니라  신도 안 믿고 가족도 친구도 안 믿는 요즘 사람들 더 문제가 아닐까?오히려 그들에게 회의주의적 태도는 권장할 만한 삶의 방법은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미신에 빠지지 않 가치관의 정립을 위해서 좀 더 남의 말과 글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써보는 현실적인 훈련 제안하는건 어떨까 싶다.


남은 여섯 발자국을 더 가보면서 정재승 박사 가치관과 다른 나의 가치관을 정립해 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