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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02. 2018

아날로그의 반격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중 아홉 번째 발자국 : 4차 산업 혁명의 시대 중


디지털은 우리에게 ‘진짜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디지털만으로 궁극의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진짜 세계의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노력이 아날로그의 반격을 만들어낸 동력이라고 설명하는 겁니다. 데이비드 색스의 말이 맞다면, 이제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만이 아니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디아 밸)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신뢰하는 아날로그 반격에 대한 기원 가설은 ‘뇌와 몸의 균형’을 향한 갈구입니다. 디지털은 뇌만 자극하지만, 아날로그는 몸도 자극합니다. 디지털 문명 세례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자극을 받는 반면 몸을 쓰고 반응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하고 결정하면, 다시 몸이 세상에 적용하는 일상적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워라밸만큼이나 몸(바디)과 뇌(브레인)의 균형, 즉 ‘바브 밸’을 중시해야 합니다. 디지털 문명이 우리를 뇌와 손가락만 발달한 E. T.로 만들지 않도록, 아날로그 경험을 통해 몸의 자극과 반응에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날로그의 반격이 반갑습니다.


인간에게 편집, 검색, 빠른 모드 전환 등 스마트폰적인 사고를 하는 시간과 책을 읽고 오래 생각하고 멍 때리면서 사색하는 시간 사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 균형이 내 삶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채우는 역할을 했는데, 일상 몰입 기술은 이 균형을 깨뜨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제 매 순간 ‘인생 내비게이션’을 켜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테니까요. 내 삶을 다양한 모드로 전환하면서 원하는 정보는 빨리 얻고 실수할 확률은 좀 더 줄어들겠지만, 깊이 사색하고 오래 성찰하는 삶과는 좀 더 멀어지게 될 겁니다.


왜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됐을까요? 디지털이 넘쳐 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무엇을 갈구하는 것일까요? 아날로그의 결핍은 왜 우리에게 불안을 주는 걸까요?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동안 누려오던 행복을 빼앗아버릴지도 모릅니다. 현명한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간 사이의 균형, 즉 디아밸을 스스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뇌와 몸 사이의 균형을 의식하고 조절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면서 기회는 잡되 행복은 놓치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두 발자국을 읽는 동안 TV에서 우연히 봤던 가수 이문세 씨의 아날로그 감성 시장 얘기가 떠올랐다. 유난히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을 강조하던 예능 프로그램.. 아마도 PD님이 디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밸런스를 강조하고 싶으셨나 보다.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나름 정감 있는 시골생활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다. 정재승 박사의 말처럼 아날로그의 반격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부분이 뇌와 몸의 균형을 향한 갈구다. " 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뇌가 그것을 해석하고 결정하면, 다시 몸이 세상에 적용하는 일상적 경험을 우리는 회복해야 합니다"라는 말에 정말로 공감한다. 뇌만 과부하가 걸려 하루 종일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은 그저 멍하니 컴퓨터, TV, 핸드폰에 잡혀있는 꼴이 얼마나 우울한가 말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일수록 운동하고 땀 흘리고 해야 뇌 활동이 활발해져 공부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는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할것없이 현대인들의 피곤한 육체와 뱃살, 엉덩이, 손목 관절은 최악의 고난 기를 겪고 있다.

종일 업무에 시달리며 해가 떴군 하고 하루를 시작해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해가 지면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해 TV를 만나고  종일 달고 다니던 핸드폰을 아쉽게 머리맡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일과는 몸과 뇌의 균형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몸을 망가뜨려 병이 생기거나 누군가 하늘나라로 가거나 하는 충격요법보다는 스스로 행복을 위해 사색하고 인생을 설계하는 주도적인 노력이 되어야 한다는 데 완전 공감한다. 나또한 충격요법으로 아날로그 인생을 살려 노력하고 있으니..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미래의 기회는 잡되 행복은 놓치는 않는 디밸(디지털 아날로그 밸런스)을 소개해준 좋은 책..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베스트셀러가 될만하네요. 데이비드 색스의 원작 "아날로그의 반격"도 직접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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