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을 보고
오래간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보고 왔다. 그린북.. 제목이 무얼 의미하는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별 기대 없이 다녀왔는데 최근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윙 키즈, 국가부도의 날, 완벽한타인 등 의 여러 편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물론 아이들과 보고 온 '서치'가 그나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지만 '그린북'은 서치를 뛰어넘는 작품성이 있었다. 너무 많은 영화의 홍수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 보기조차 쉽지 않지만 오랬만에 아이들이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같이 동행해 주었고 함께 공감하고 명작을 인정해 주었기에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다.
영화는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가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의 운전기사가 되어 미국 투어를 함께 하면서 막 살아온 백인과 기품을 지키며 살아온 흑인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스토리다. 그린북은 1962년까지만 해도 실제로 존재했으며 흑인들이 여행하며 머무를 수 있는 호텔과 식당 안내 가이드를 하는 책으로 바로 영화 제목이었다. 3살 때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워 러시아 레닌그라드 학교에 흑인 최초로 유학을 하고 돌아와 천재 소리를 듣고 케네디 대통령의 인정을 받으며 백인들의 박수와 돈을 받아 연주를 하는 흑인 연주자 셜리 그리고 이탈리아인의 피를 이어받아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 그리고 뻥과 배짱으로 살아온 토니가 미국 투어에 동행한다. 함께 차를 타고 아름다운 미국의 풍경도 보고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하고 함께 얘기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
하지만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도 품격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셜리가 느끼는 현실의 불합리함은 정말 화가 났다. 식당 옆 창고를 대기실로 쓰게 하고 집밖에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백인주인하며 백인식당에서 식사를 할수 없다고 하면서 공연에 초대하는 호텔 직원, 막무가내식 경찰들 모두 위선의 탈을 쓴 무리로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행동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런 불합리함을 함께 느끼고 싸워주는 토니의 변화를 통해 인종, 국적을 떠나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차별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모임에 가려고 애쓰는 토니를 위해 펑크 난 타이어를 교체하라고 알려주는 경찰이나 토니 대신 운전해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셜리 박사 모두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 셜리 박사를 꼭 안아주는 토니의 아내 그리고 편지에 대한 감사 인사는 가슴 따뜻한 장면이었다.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백인이든 흑인이든 어쨌든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이 있는 좋은 영화였다. 따뜻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