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보는 우리의 시선

영화 '증인'을 보고

by Jenny


잘생긴 정우성 오빠가 나오는 영화 '증인'. 그가 왜 47세 노총각으로 캐스팅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잘생기고 똑똑하며 인간적인 세 박자를 갖춘 완벽남 그가 왜 홀아버지와 사는 노총각 변호사에 캐스팅이 되었는지 따지지 말고 감독과 배우가 전하고자 했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고 한다.



가난하지만 효자인 민변 출신의 순호(정우성)가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념보다 실리를 택하며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하기 위해 맡은 사건이 바로 자폐아 지우(김향기)가 증인인 살인사건이다. 80세 노인의 자살인지 가정부의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기소된 가정부의 변호사를 맡게 된 순호가 유일한 증인 지우를 만나면서 영화는 우리의 시선을 지우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지우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지우가 좋아하는 퀴즈를 함께 풀고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는가 싶지만 결국 순호는 1차 공판에서 지우를 '정신병자'라는 단어로 매도하며 신뢰할 수 없는 증인이라 믿을 수 없다는 변론으로 가정부의 무죄를 판결받는다.



하지만 판결 이후 가정부와 살해된 할아버지 아들 간에 오가는 시선, 자식이 없다던 가정부의 거짓말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급기야 지우를 찾아가 협박한 얘기까지 듣게 된 순호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걸 느끼게 된다. 2차 공판에 지우를 증인으로 다시 세우려 하지만 상처 받은 딸을 걱정하는 엄마는 절대로 증인으로 세우지 않으려 한다. 그때 지우가 하는 말 "엄마, 나는 변호사는 할 수 없을 거야. 자폐니까. 하지만 증인은 할 수 있어. 증인이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엄마 나 증인이 되고 싶어요 " 가슴이 찡해진다.



사실 나의 조카가 자폐라 자폐를 보는 시선이 남들과 같지는 않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른 세계 속에 사는 조카를 볼 때마다 조카와 평생을 함께 할 언니의 인생을 걱정했고 마음 아파했다. 하지만 한 번도 그 세계 속으로 내가 들어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언젠가 미국에 살던 조카가 한국에 왔을 때 아파트 놀이터에 큰아들과 함께 나갔는데 집에 돌아온 아들이 아주 화를 내며 말했다. " 엄마,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옆에 있는 애들이 자꾸만 쳐다보고 소리를 따라 하고 놀려서 화가 나서 돌아왔어.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거야??" 하며 씩씩댔다. 열 살도 안된 아이였지만 자폐가 있는 형과 함께 놀고 둘만의 싸인을 나누고 공감을 하는 걸 보며 역시 아이들은 다르구나 생각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자폐도 정도에 따라 많이 다른데 우리 조카는 아예 말을 못 해서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로 들어가 형을 이해하고 함께 노는 아들을 보며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영화 속 지우에게는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친구가 없다. 순호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우의 세계로 들어가 지우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선입견과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만 보는 시선을 인식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참 좋다. 내 방식 데로 내관점에서 모든 걸 판단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보는 것들이, 내가 맞다고 믿는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한걸음 뒤로 옆으로 시선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 내 아이들이 교우관계에 대한 문제를 얘기하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에게 " 네가 만약 친구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라고 질문하면 사실 아이는 대번 섭섭하다고 말을 한다. 왜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론 엄마가 자식 편을 들어주는 게 당연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나도 그렇고 모든 인간이 이기주의로 태어난지라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내 우물에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나도 물론 내 관점에서 화가 나고 섭섭하고 짜증 나는 일들이 많이 있지만 하루 이틀 화를 식히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면 화도 저절로 풀리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미워하는 마음을 영원히 가지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내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 상대를 이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습관은 어려서부터 연습해야 되고 부모가 그런 다양성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게끔 훈련시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것도 그런 훈련의 한 방법 같다. 이런 좋은 영화를 아이와 함께 보고 아이가 느낀 바를 공유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열네 살 아들과 함께 본 영화 "증인"을 많은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이해도가 훨씬 높다. 그만큼 열려있는 마음 덕분 이겠지만 오히려 어른들의 시선이 더 내 중심적이고 편협하지 않은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