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포기할 수 없는 緣

영화 '벤이즈백'을 보고

by Jenny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고 왔다. 얼마 전 어벤저스를 아이들과 함께 보긴 했지만 별 감흥도 없고 졸려서 혼났다. 영화 끝나고 상기되어 나오던 둘째가 명작을 보고 나오는데 옆에 아저씨 둘이 스토리가 구리다는 둥 재미가 없다는 둥 떠들어대서 짜증이 났다며 재미없으면 조용히 혼자 생각할 것이지 주변 사람 아랑곳 않는 태도에 열을 냈다. 그러니 나는 조용히 찌그러져있어야 했다. 영화 취향이 다른걸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일인가?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 틈에 끼지 않으려면 조용히 있는 수밖에.. 아무튼 오래간만에 혼자 편하게 내가 원하는 영화를 보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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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줄리아 로버츠의 있는 그대로의 주름살도 좋았고 그녀의 연기도 좋았다. 보톡스로 빵빵하지 않은 자글자글한 그녀의 주름이 53세에 걸맞은 세월을 보여주었지만 그만큼 원숙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스토리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홀리(줄리아 로버츠) 가족의 집에 찾아온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과의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건이다.


약물중독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던 아들 벤이 집에 오면서 가족들은 당황하며 그를 경계한다. 집에 있는 모든 약병을 치우고 돈 될만한 액세서리를 치우며 홀리는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아들을 감시한다.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방문도 잠그면 안 되고 어떤 것도 혼자 하게 내버려 둘 수 없는 불신의 상태에서 끝까지 아들의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즐겁게 지내게 해 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돌아와 난장판이 된 집과 행방불명된 개를 찾아 벤과 나서게 되면서 아들의 감춰진 사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들이 마약을 하던 곳, 약물을 공급하던 학교 선생의 집, 마약을 하면서 완전히 폐인이 된 친구 그리고 마약 거래처까지 함께 가게 된다.



작년에 영화 '서치'를 보면서도 과연 자식에 대해 부모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도 그랬다. 나는 아들의 세계, 아들의 친구, 아들의 주변 사람들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물론 장성한 자식이 독립해 자신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자식이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때론 애인이 될 수도 있고 친구나 반려동물이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사의 순간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래도 부모가 아닐까?


홀리는 자신의 이혼과 재혼으로 아들에게 필요한 아빠가 없었기 때문에 마약에 빠지게 된 건 아닌지 자책한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약물 문제는 총기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게 방치된 채 만연한 문제로 보인다. 미국에 살고 있는 언니를 통해 들으면 주마다 다르지만 대마초가 합법화되어 누구나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약물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가 보다. 얼마 전 연예인 박유천 때문에 떠들썩했던 우리나라도 마약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데 미국의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믿고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겠지만 주변 환경은 알아보고 조심할 수 있다면 조심시키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부모 자식과의 대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화를 많이 하는 가정에서 문제 아이가 생길 확률은 낮다. 한집에서 살아도 마음의 문을 닫고 각자의 세계에 빠져 산다면 소통은커녕 엄청난 벽이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딘가 탈출구를 찾다 잘못된 길로 가도 아무도 모른다. 너무 멀리 가버리기 전에 막는 게 최선이지만 너무 멀리 가버렸다 해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연기한 줄리아 로버츠에게 박수를 보낸다. 부모 자식의 연緣 은 죽어서도 끊어지지 않는 그런 것이기에 아이들에게 나의 존재가 어떠한 순간에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며 간만의 리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