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현 스님 "스님의 공부법"을 읽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공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유희이며 즐거움일 뿐이다. 이와 같은 자세가 중요하다. 수단으로써의 공부는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평생 공부를 목적으로 한다면, 유희의 자세야말로 반드시 확립해야 하는 핵심이라고 하겠다.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쓰인 허상을 벗어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목소리를 자기가 들을 때 타인이 듣는 것과는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주관적인 착각과 판단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최대한 벗겨내는 솔직함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둑에는 옆에서 구경을 하게 되면 자신의 실력보다 1급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내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전체 판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하다가 손해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작게 할 때는 이익을 내다가, 점점 자신감이 생기자 크게 해서 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익과 욕심이 눈을 가려 현실 판단이 흐려진 결과이다. 즉 객관화할 수 있게 되면, 자신이 소유한 능력의 효율성이 증대한다는 말이다
오늘날은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면, 노년은 너무나도 길고 애달프다. 『법구경法句經』의 명언처럼, “잠 못 이루는 이에게 밤은 길고, 지친 이에게 길은 더욱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평생 공부가 필요한 이유이며, 자신만의 공부법을 체득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핵가족화가 정착된 상황에서 갑자기 수명이 길어지자, 노후자금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지나면 ‘노후 삶의 질’이 문제의 핵심으로 전환될 것이다. 즉 단순히 먹고사는 것을 넘어선 보람된 삶과 행복한 인생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가장 힘을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위한 공부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고 나이를 먹어서도 유지할 수 있는 공부법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인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의 『생활의 발견』을 보면,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세 가지 취미를 만들라는 것이 있다. 그렇지 못하면 노년에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와 같이 노년이 긴 시대에 있어서, 이처럼 절실하고 좋은 말도 없는 것 같다.
불교공부를 하는 사람 중에 자료를 달라고 하는 분을 가끔 만난다. 나는 자료가 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사고가 학계에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자료는 모두에게 공개되고, 그것을 취합하는 관점이 무기가 되는 세상으로 신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도 인터넷과 같은 열린 환경이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필요하다는 사람에게는 관련 자료를 몇 테라씩 제공해 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렇게 받아간 사람 중에서, 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 자료들은 철저하게 내가 만든 구조와 범주에 의해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줄 때, ‘반드시 모든 폴더를 열어보고 자신의 방식대로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고 고지해준다. 그러나 자료의 양이 적으면 모르지만 테라 단위가 되면 사실 보통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결국 보관만 하고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지고는 있지만 사용할 수는 없는, ‘방 안에서 잃어버린 책’이 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