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힘들땐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Jul 02. 2019

글쓰기 비법?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지름길이나 샛길도 없다. 그래서 다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상속자든, 글쓰기를 할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책을 덮으며 역시 유시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글쓰기 특강이라면 뭔가 쉽빠른 글쓰기 비법을 전수해 줄거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지름길도 샛길도 없다고 말한다. 글쓰기를 할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실, 그리고 잘 쓰고 싶다면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그러니 딴생각 말고 열심히 쓰기나 하라는 거 아니겠는가?


나 또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지만 그동안 글쓰기 강좌나 책을 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었다. 일단 쓰고 또 쓰다 보면 글력이 늘어날 터 잘 쓰려고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일단 써보자는 마음이었다. 학창 시절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배운 그런 식의 똑같은 방법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게 된 건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인한 선입견이 컸던 것 같다. 늦게나마 읽어보니 분명히 읽어 볼만한 책이고 배 점 또한 았다.


어떤 글을 잘 썼다고 할까? 시와 소설 같은 문학작품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논리 글은 다르다. 논술 시험 답안, 문학평론, 신문 기사와 칼럼, 연구 논문, 보도자료 같은 글은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나는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쉽고 명확한 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 잘 쓴 논리 글이라는 얘기다. 나 또한 평소에 어려운 말, 추상적인 말로 지식을 뽐내는 글을 엄청 싫어했는데 이점에서 유시민 작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나열해 놓고 누구에게 읽히길 바라는 혐오스러운 글이 적지 않다. 내가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해 이해를 못한다면 나의 무식함을 탓하고 추가 서적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말을 주야장천 늘어놓는 평론가, 칼럼니스트는 입 좀 다물라고 하고 싶다. 그런 이유에서 유시민 작가의 명확하고 논리 정연한 글쓰기 방법은 꼭 실천해야 할 부분 같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말씀이신가?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라 삶 전로 쓰는 것이라니. 지당하신 말씀이다.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글이 황폐하고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면, 독선과 오만함으로 넘쳐난다면 누가 그 글을 읽고 싶겠는가? 누군가의 삶을 존경하고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진심으로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이라는 분을 '알쓸신잡'이라는 프로에서  봤을 때 정말 많은 책을 읽어 유식한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상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쓰면서 자신의 삶을 솔직히 표현하는 그분이 참 좋아졌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된다. 무턱대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던 작년 초, 그저 나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놓기만 했다. 그러다 독자가 생기고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 공감해주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나의 삶을 독자에게 솔직히 모두 고백하는 게 때로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추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똑같은 삶을 매일 쓰는데 한계를 느끼면서 좀 더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책을 읽은 뒤 발췌하고 감상을 쓰면서 나의 생각을 넓혀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일 년 반의 시간이 흘렀고 점차 나도 모르게 조금씩 글 쓰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쁨이 나의 삶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게 해 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유시민 님의 말씀처럼 온몸으로 삶 전체를 글로 쓰며 나의 삶이 윤택 해진다는 걸 느낀다. 이런 기쁨을 찾게 돼 정말 행복하다. 이 자리를 빌려 브런치를 알게 해 준 후배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를 탈출한 실버세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