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축복

리틀포레스트_일본판 vs 한국판

by Jenny

몇 달 전에 둘째와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을 보고 너무너무 좋아서 일본판을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은 시기를 놓쳐버려 집에서 VOD를 봤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기본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사계절의 풍경이 다르고 한국과 일본의 특성상 만들어 먹는 음식도 조금씩 다르다. 두 편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가장 먼저 여주인공. 김태리가 훨씬 예쁘고 싱그럽다. 역시 미모는 한국 여자를 못 따라온다. 음식을 맛나게 먹는 것도 김태리가 적격이다. 반면에 일본 여주인공 하시모토 아이는 예쁨은 김태리만 못하지만 억척스러움과 뭐든지 직접 하는 리얼리티는 훨씬 훌륭했다. 쌀농사, 밭농사도 그렇고 나물 캐는 복장 하며 숯 만드는 복장, 심지어 난로 굴뚝 청소하는 복장까지 너무 투박스럽고 너무 자연스러웠다. 추운 겨울 집에서 입고 있는 뚱뚱한 일본식 겉옷조차 너무 자연스러웠다. 사실 우리나라 여배우가 그렇게 뚱뚱하고 펑퍼짐하게 생겼으면 여배우 취급을 못 받지 않았을까? 아무튼 미모는 떨어졌지만 그래서 더 리얼하고 자연스러운 평범한 사람의 얘기 같아서 좋았다.


하시모토아이 @ 리플포레스트 일본판


두 번째 음식. 한국판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먹어본 음식들이라 자연스럽게 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비주얼이 침샘을 자극했다. 반면 일본판은 도무지 상상이 안 가는 음식의 맛이 무지 궁금했다. 대표적인 게 나또 떡?이었다. 떡을 매치는 건 우리나라 찹쌀떡처럼 평범해 보였는데 그걸 나또에 끓여 찍어서 먹는다. 헐!! 나또 맛을 아직 제대로 모르는 나로서는 그 떡이 제일 맛있다는 주인공의 말이 상상이 안 될 수밖에. 한국판에서는 떡 장면은 쏙 빠지고 막걸리에 전을 부쳐먹는 정도로 우리 정서에 맞게 연출된 것 같다.

다음 음식은 머위 된장이었다. 여주인공 엄마가 머위 된장을 만들어 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눈 속에서 머위를 캐서 된장을 만들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걸 만들어 놓고 떠나는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아무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그런 머위 된장의 맛이 참 궁금했다.

마지막은 감자빵. 감자로 폭신한 감자 빵을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실패하는 여주인공.. 엄마는 스무 살이 되면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돌아오지 않았고 편지에도 레시피는 없었다. 결국 자신만의 레시피로 빵을 만들어 먹는데 그냥 쪄먹는 감자만 봐도 맛나 보였다. 나도 오늘 감자나 쪄 먹어야겠다.


마지막으로 풍경을보면 풍경은 우리 강산이 역시 내 눈에 쏙쏙 더 깊게 들어왔다. 영화 첫 장면에 여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가는데 푸른 산, 들판이 정말 황홀할 정도로 좋아 보였다. 언젠가 저런 곳에 가서 살날이 올지 모르지만 양수리에 자전거라도 타러 가고 싶은 충동이 샘솟았다. 집 근처 한강공원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요즘 계절이 무쟈게 좋은 때다. 햇살이 따가워 금방 여름이 올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나라에 사는 것처럼 큰 축복이 또 있을까?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더워도 시원한 빗소리 들으며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을에는 단풍에 낙엽에 겨울엔 소복하게 눈 오는 우리나라의 풍경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다. 나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만의 포스터를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봄 @ 두물머리, 양평



여름 @ 봉선사, 남양주


가을 @ 지리산, 산청


겨울 @ 오대산, 평창


주인공이 엄마에게 무심결에 했던 말을 되새기며 대충 정성 없이 하는 건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인생이 원처럼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게 아니라 사선처럼 오락가락하면서도 조금씩 위로 아래로 옆으로 가고 있다는 말에 공감이 됐다. 내 인생도 조금씩 앞으로 옆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가다 보면 어딘가에 다다르겠지 믿어보며 오래간만에 좋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힐링을 했다. 나도 나만의 숲을 만들어야겠다. 꼭 숲 속 오두막집이 아녀도 어딘가에 나만의 작은 공간을 찾아봐야겠다. 꼬옥..